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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님, 딱 한가지만요...

2007 남북정상회담에 부쳐

등록|2007.09.30 15:29 수정|2007.09.30 15:31
지난 2000년 역사적인 김대중-김정일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2007 남북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예상했다시피 보수, 진보 각 진영에서의 정상회담에 바라는 성명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엔 한국 보수단체의 대부 격인 한기총이 “평화선언 미명 북에 기만당하면 안돼”라는 내용의 2007 남북정상회담 성명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검증과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추상적인 평화선언을 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양보하는 것은 평화와 자유를 가져오기보다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방북단은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와 국민의 마음을 존중히 여기는 심정으로 담대하게 회담에 임해 주기 바란다"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 정권에 이용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한국 진보계 189개 단체 명의의 ‘2007 남북정상회담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선언’도 지난 28일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명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이 첫째, 남북의 평화공존과 협력증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공동체로 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군사 분야(비핵화, NLL, DMZ 평화적 이용 등)의 협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그것이 지속가능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지향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의 투명한 진행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 남북정상간 만남이 임박해 옴에 따라 각종 의제 및 내용들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먼저 노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 중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을 것이며, 이 광경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상징성과 의미를 살리는 차원에서 노대통령다운 파격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어서 북한의 체제선전 성격이 강한 ‘아리랑’공연을 노대통령이 관람한다는 제2보가 들려옵니다. 물론 한나라당 및 보수단체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북관계를 푸는 대승적 차원의 전략적 포용의 자세로 ‘아리랑’관람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미 ‘아리랑’을 1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외 인사가 관람했으니, 그 공연이 마냥 금기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노대통령 다운 파격행보가 계속됩니다.

여기에 개성공단과 같은 ‘제2의 경제특구’ 제안, ‘DMZ, NLL 평화지대’ 제안 등 굵직한 의제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과거 노태우 정부시절 평양에서 열린 남북총리회담시 한국 대표단이 북한의 ‘아리랑’류의 관람 도중 빠져나와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던 20년 전 상황과 비교해 보면 너무도 변화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세월이 남북긴장을 이완시켜 준 것인가요?

하지만 꼭 한가지 노대통령께 바라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난 8월 5일 평양에 문을 연 ‘세계평화센터’ 개소식에 참여하고 온 한 인사가 그러더군요. 북한 인사들과의 대화는 반드시 자기의 권한에 맞는 ‘입조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그것은 북한 인사들의 그간 협상태도에서 증명되었습니다. 그들은 협상 문구 하나 하나도 반드시 상부지시 위에 기록하는 치밀성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군사분계선 도보이동, 아리랑 관람 등 노대통령의 파격행보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파격적 행보만큼이나 남북관계가 무르익었다는 다소 이른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기치 못한 ‘설화(舌禍)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것은 공사석(公私席)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노대통령의 하루 24시간이 공인의 신분인 만큼, 결코 사인(私人)은 있을 수 없으며 오로지 대한민국 4천만 국민의 공복(公僕)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이는 금번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사절단 전체에도 해당됩니다. 사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요.

이제 역사적인 2007 정상회담이 시작됩니다. 사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초석 위에 우리의 위대한 ‘통일 한반도’의 희망을 가꾸자는 일치된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감히 한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dailyreview.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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