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정상까지 갈 거야!”
[포토에세이] 광양 가야산 가을산행
▲ 가야산 산행길 ⓒ 조도춘
“산에 가을꽃이 많이 피었더라.”
민주(13)가 산에 가는 이유는 아빠의 강제성 띠는 권유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에게도 그 대책은 있다. “동백쉼터”까지 가는 것이다. 정상(497m)은 아니지만 산 절반 이상을 오르는 셈이 된다. 결코 만만치 않는 코스다.
민주는 정상까지 간다고 하는데 오늘은 불평이 없이 순수하게 따라 나선다. 꽃을 좋아한 녀석은 “가을 꽃”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 "가을볕에 부풀어 터지고 있는 밤송이" ⓒ 조도춘
10여 분을 오르자 벌써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민주 얼굴에는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바람이 분다. 시원하기보다는 서늘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오솔길에 잘 익은 도토리가 여기저기 하나 둘씩 보인다. 얼른 하나 주었다. 갈색의 윤이 난다. 겨울을 지내는 다람쥐 등 산 짐승들에게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더 주어갈까 생각하다 손에 주운 도토리를 그대로 숲으로 던졌다. “먹잇감이 되지 않고 땅속에 묻힌 도토리는 씨앗이 되어 싹을 띄우겠지.” 민주는 웃으며 이마에 땀을 닦는다.
▲ 산길 옆 "구절초" ⓒ 조도춘
▲ 넓은 잎 구절초 ⓒ 조도춘
▲ 가는 잎 구절초 ⓒ 조도춘
"숲을 헤치고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야생화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욕심만 빼고 나면 산길 따라 자연이 만들어 준 꽃만 보아도 마음은 흡족하다.
▲ 청미래 열매 ⓒ 조도춘
“아빠 진달래꽃이다.”
철쭉꽃봉오리가 곧 터뜨리려는 듯 부풀어 있다. 계절의 혼란에 빠져 너무 성급한 마음에 꽃봉오리를 맺은 모양이다. "지난 5월에 너를 보고 내년에 만나기를 기약하고 헤어졌는데 올해가 가기도 전에 또 한 번 보다니." 싫지는 않다. 그런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처럼 지금 빨리 피고 내년에 오는 봄을 잊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 철쭉 꽃봉오리 ⓒ 조도춘
▲ 활짝 핀 철쭉 꽃 ⓒ 조도춘
▲ 범나비 ⓒ 조도춘
▲ 억새를 뒤로하고 "민주"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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