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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냐 '외설'이냐, 처용문화제 공방

기독교단체 축제 폐지 주장에 추진위 반발

등록|2007.10.01 15:35 수정|2007.10.01 15:40

▲ 지난해 처용문화제 때 거리행진을 하는 처용(오른쪽)과 헌강왕 ⓒ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은 개운포(울산 남구 황성동)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울산에서는 처용이 관용과 화합의 상징이라며 지난 40여년간 지역의 대표 축제로 삼아 매년 '처용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제 41회 처용문화제가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남구 달동 문화공원 및 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용서의 상징으로 여겨져 오던 처용이 올해 여름부터 '불륜숭배'라는 일부 단체의 주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처용문화제 폐지를 부르짖으며 서명운동까지 전개하는 이들은 기독교인들을 주축으로 한 울산문화연대.

울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단체와 학계 종사자 등 50여 명이 주축이 돼 지난 7월부터 처용문화제 명칭 폐지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처용문화제가 외설적이고 비윤리적인 처용 설화에 바탕을 둬 울산 시민의 정체성을 혼란시키고 시민들의 가치를 타락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처용에 관한 100여 편의 논문 중 일부 논문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기독교적 시각에서 보는 처용설화는 우상숭배와 다름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측은 이에 아랑곳 않고 처용문화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박종해 처용문화제추진위원장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처용문화제는 천 년 동안 전해내려온 처용설화를 정체성으로, 처용이 역신을 몰아내는데 물리력을 쓰지 않고 춤과 노래라는 예술을 통해 보여준 관용과 화해의 정신을 계승하는 문화축제"라며 "처용 설화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문화연대는 처용설화가 헌강왕의 서자 요가 제52대 효공왕으로 즉위한 사건을 다루면서 헌강왕에서 경순왕에 이르기까지 신라왕실의 방탕을 보여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화연대 한 인사가 최근 "신라 왕권이 김씨에서 박씨로 옮겨가면서의 일인 처용설화는 신라왕실의 골품제가 국가멸망의 원인이고 관용과 화합보다는 음험과 야합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주장해 울산지역 박씨 문중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생뚱맞은 국제 페스티벌

이같은 외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처한 추진위의 대응이 또다른 정체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40년간 치러오던 처용문화제를 올해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생뚱맞은 행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세계 17개국 12개 해외 공연팀이 초청돼 특색 있는 각국 전통 음악과 춤 등을 선보인다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추진위는 30개국의 주한대사관을 돌고 유럽 2개국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국제도시, 세계화에 걸맞게 처용문화제를 치른다는 변이지만 문화계에서는 임기응변식 국제행사라는 지적이 높다.

처용문화제는 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처용맞이, 거리퍼레이드, 전시행사, 공연행사, 체험행사, 국제교류행사, 부대행사 등으로 치러진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처용맞이. 4일 오후 2시 처용이 처음 나타났다는 울산 남구 황성동 처용암에서 제례, 처용무 시연, 제례악 연주 등으로 열린다.

이어 6일에는 '처용, 세계를 만나다'를 주제로 거리퍼레이드는 열고  행사기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및 야외공연장에서 국내외 31개팀이 공연한다.

한편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설화는 신라 49대 헌강왕이 신하와 함께 개운포에 놀러 갔다가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길을 잃었고, 동해의 용이 부린 변괴라는 신하의 말에 근처에 절을 세우라고 명령하자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졌다.

이때 동해용이 기뻐하며 일곱 아들을 거느리고 임금 앞에 나타나 왕의 덕을 찬양하고 춤추며 노래했고,  그 아들 중 하나가 처용이다.

헌강왕은 처용에게 미인을 아내로 삼게 하고 급간의 직위를 주었고, 어느 날 처용 아내를 흠모한 역신이 사람 모습을 하고 몰래 동침하다가 밖에서 돌아온 처용에게 발각되자 처용이 되레 노래하고 춤추면서 스스로 물러나자 역신이 사죄했다는 내용이다.

학계에서는 처용이 여자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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