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분계선 넘을 때 한나라당은...
이명박은 외부인사 접견, 강재섭은 상임위 준비... 애써 '무시'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 남소연
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풀어낼 '결과물'이 연말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없지 않지만,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울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애써 무관심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의 측근은 "후보가 오전에는 외부 손님들을 만나고, 오후에 예정된 노인들과의 타운미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TV를 볼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평양을 방문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당사에서 외부 인사들을 접견하느라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을 TV로 지켜보지 않았던 것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이 후보로서는 전날 "기왕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이벤트'에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한편으로, 당내 일각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 카드로 이 후보가 도라산역이나 이북5도청을 방문하는 이벤트도 검토했지만 이 후보는 "정상회담을 의식해서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는 후문.
강재섭 대표도 같은 시각 국회 상임위(과학기술정보통신위) 출석 준비 때문에 TV를 시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 다른 당직자들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함께 쏟아냈다.
"이번 회담은 다음 정권에서 할 회담의 가교 역할 해야"
안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정착과 남북교류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하면서도 남북 정상 간의 약속이 헌법을 위반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양 영토, 해상 휴전선, 수도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NLL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헌법상 영토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연방제·연합국가제 합의도 우리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다. 또 하나, 국민과 국가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약속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노 대통령이 서울을 출발하면서 한 인사말은 매우 좋은 내용이라고 본다"며 "이번 회담은 다음 정권에서 계속해야 할 정상회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기반을 닦는 데 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한다“고 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묻는 회담인지도 알 수 없는 희한한 회담이다. '핵' (얘기가) 없는 회담, '핵'이 빠진 평화와 군축 얘기가 나올 경우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7년 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뜨거운 가슴'으로 일관했다면,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냉철한 머리'를 통한 보다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출발인사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다행이지만 '금기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동시에 얘기한 것은 우려를 낳는다"며 "반드시 금기를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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