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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남북정상회담, 그러나 '옥에 티'와 '꼴불견'

노 대통령 평양에서 악수할 때 여당은 집안 싸움

등록|2007.10.02 16:42 수정|2007.10.03 22:14

2007 남북정상 첫 만남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 낮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처음으로 만나 악수를 건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07 남북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온하게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이 '금단의 선(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전세계에 강하게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이번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노 대통령을 영접함으로써 회담 전망을 밝게 하는 청신호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낳았다. 김 위원장의 영접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남한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받아들여져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견주어 몇 가지 어두운 구석과 '옥에 티'들도 눈에 띄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 영접, 그러나 어두운 표정

우선 1차 정상회담과의 비교 및 부담을 의식해 명칭까지 바꾼 '2007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드라마의 주연 김정일(65) 국방위원장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 보였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일 위원장은 7년 전과 비교해 흰 머리가 늘고 체중이 줄어 수척해 보였을 뿐 눈에 띄는 다른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한 김정일 위원장은 노 대통령 뒤에서 간간히 박수를 치며 노 대통령을 환대했다.

그러나 실황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가 "김정일 위원장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데 건강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멘트를 할 만큼 김 위원장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 보였다. 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김 대통령을 환대했던 1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무표정'이라고 할 만큼 거의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제1차 정상회담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평양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한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순안공항까지 나오는 '파격'을 연출했다. 김 대통령이 평양을 떠날 때도 공항에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포옹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에 두 정상은 악수를 한 뒤 잠깐 인사말을 나눴을 뿐, 2000년 당시 김 대통령을 포옹했던 것 같은 극적인 제스처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아직 '기회'는 남았지만, ‘무포옹’은 2차 정상회담에서 계속 눈여겨 봐야 할 두번째로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북의 '옥에 티'] 김정일 위원장의 무표정·무포옹·무동승

북측 의장대 분열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의 분열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사실 남자끼리의 포옹은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형제국가'끼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관행적인 의전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장쩌민-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포옹했다.

그에 비추어 김정일-김대중의 포옹은 사회주의 국가끼리는 아니지만, '피를 나눈 형제 국가'끼리 포옹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1차 정상회담의 때의 두 번째 파격은 김 의원장이 예고에 없이 김 대통령의 차에 '동승'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희호씨는 다른 승용차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승용차에 동승하는 파격은 없었다. 노 대통령은 권양숙씨와 함께 승용차를 탔다.

어떻게 보면 승용차 동승은 정상(頂上) 외교의 관행을 깬 파격이었다. 그런 점에서 무표정·무포옹· 무동승은 '파격 외교'에서 '정상(正常) 외교'로 돌아온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07 정상회담의 '옥에 티'라고 할 만 하다.

[남한의 '옥에 티'] 뒤죽박죽 의전서열... 체신머리 없는 김만복 원장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김만복 국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북측이 '옥에 티'를 보였다고 하기에는 우리측이 벌인 의전상의 실수와 '꼴불견'도 컸다.

노 대통령은 평양 4·25 문화회관 앞 환영식장에 영접 나온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이후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영접나온 북측 공식수행원을 소개받은 뒤에 우리측 공식수행원들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그런데 우리측 공식 수행원(13명)의 도열 순서는 제각각이었다.

원래의 의전대로라면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김우식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의 순서대로 김 위원장에게 소개를 했어야 했는데 의전서열상 11번째인 천호선 대변인이 두 번째 서열에서 인사를 했다. 천 대변인은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이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체신머리 없어 보이는 행동도 눈에 거슬려 보였다. 의전서열 6번째인 김만복 원장은 김 위원장이 손을 내밀자 두 손으로 덥석 김 위원장의 손을 잡았다.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의 태도로 보기에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꼴불견'] 정부는 노심초사 하는데, 여당은 '사생결단' 집안싸움

▲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 대전충남 합동연설회가 1일 대전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변신정(변양균-신정아-정윤재)' 스캔들 때문에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고민이었던 노 대통령에게 '찬물' 아닌 '고춧가루'를 뿌리며 곤혹스럽게 만든 사태는 북쪽이 아닌 남쪽에서 벌어졌다.

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그 시각에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사건이 불거졌고, 이를 계기로 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평양으로 향하는 그 시각에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경선 일정 불참을 선언하는 등 '사생결단'을 벌였다.

그리고 2일 오전 9시 6분경 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에서 '금단의 선'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순간에 이해찬 후보측 김형주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정동영 후보를 비난하는 회견을 가졌다. 오전 11시 45분경 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해 김정일 위원장의 영접을 받을 때는 정동영 후보측 김현미 의원이 정론관에서 손학규·이해찬 후보측을 비난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기저기서 이런 탄식이 쏟아졌다. "여당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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