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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가져갈 직기가 없다

직물기업 도산 폐업 많아 구형직기 품귀 현상

등록|2007.10.03 15:48 수정|2007.10.03 15:48
노무현 대통령이 2일 북한을 방문 남북 정상 회담이 개최됨에 따라 남북경협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남북 경협의 최대 성과물로 꼽히는 개성공단 개발 역시 정상 회담 이후 탄력을 받아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개성공단 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섬유패션업계도 남북 정상 회담의 개최를 환영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신원, 좋은사람들 외에 여러 기업이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직물, 염색 등 미들스트림 분야의 기업들은 진출을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의류 봉제공장 일변도로 북한 진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류 봉제 공정에 소요되는 원.부자재 등이 모두 남쪽에서 조달돼야 하는 번거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원.부자재가 남한에서 공급될 경우 운송비와 통관 절차로 인한 시간 낭비가 초래돼 경쟁력이 약화되는 게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직물,염색 같은 미들스트림 분야가 개성공단에 진출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 영세기업들이 많은 미들스트림 분야의 기업들이 쉽게 공장 이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직물조합에서는 국내 중고 직기를 개성공단으로 이전할 경우 남북 경협자금을 활용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구형직기 실태를 최근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합이 쓸만한 구형 직기(워트제트 직기)를 물색했으나 마땅한 직기를 보유한 업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같은 현상은 직물기업들의 잇따른 도산과 이로인해 상당수의 직기가 폐기 처분 또는 해외로 매각됐기 때문이다.

국내 직기의 폐기 처분과 해외 매각은 매년 증가 했지만 신형 직기를 구입하는 경우는 매우 더물었다. 과거 해마다 직물업계가 수천대의 직기를 일본, 독일 등에서 수입했지만 직물 경기 침체로 최근 몇년간 급감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중국 등지로부터 생지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사업을 포기 또는 축소하는 직물업체들이 늘어났고 이로인해 직기 설비 축소도 급속하게 진행된 것이다. 특히 몇년 사용하지도 않은 새 직기 마져 헐값에 처분돼 해외로 수출됐기 때문에 구형 직기 부족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직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구형 직기를 설치하려면 중국에서 중고 직기를 들여와야할 상황이다"며"개성공단 외에도 다른 곳에 공단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직물기업들이 공장을 이전 적절한 구형 직기를 가져가려고 해도 마땅한 직기가 없어 미들스트림 분야의 진출이 더디게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신형 직기는 북한에 맞지 않거나 반출 금지 품목이여서 가져가기 힘들고 실정에 맞는 직기를 가져가려니 국내에서는 너무 급하게 폐기 처분하거나 해외로 매각해 찾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는 것. 어쩌면 중국에서 구형 직기를 다시 수입해 북한 땅에 가져가야 할 웃지 못할 헤푸닝이 벌어 지는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텍스타일라이프(www.okfashion.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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