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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예정대로 귀경' 배경

등록|2007.10.03 21:52 수정|2007.10.03 21:50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일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체류 연장 제안이 없었던 일로 됐던 내막이 뭘까.

특히 체류 연장 제안과 다시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일련의 과정이 이날 오후에 속개된 100분간의 정상회담 동안 이뤄졌다는 점에서 두 정상이 나눈 대화내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그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을 가능성과 김 위원장이 자진해서 제안을 철회했을 가능성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거절의 배경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두 정상이 전날 공식환영식장에서 첫 상봉을 했을 때 김 위원장이 7년 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활기차고 상대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제스처를 취한 것과는 달리 무표정으로 노 대통령을 맞이한 것을 두고 `기선제압용'이 아니냐는 남측 내 논란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것.

회담의 성과나 본질과는 무관하게 국제 의전 관례를 깨고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회담 내내 김 위원장에게 끌려다녔다는 국내 일각의 역풍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경호 문제도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박3일간의 평양방문을 놓고도 남북간 수많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다 대부분이 의전과 경호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즉흥적으로 일정을 연장한다는 것은 경호상 공백 발생의 개연성이 충분하기 떄문이다.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즉석 제안에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 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한 것도, 수많은 해외순방을 하면서 의전과 경호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을 이유로 즉답을 피한 대목을 `거절'의 우회적 표시로 해석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답변에 "대통령이 결심 못하시느냐.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라고 반문한 것은 김 위원장의 한마디로 모든 것이 좌우되는 북한체제의 속성으로 미뤄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핑계'를 자신의 제안에 대한 완곡한 거절로 해석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또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 문제가 변수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오후 회담 시작 때만 하더라도 기상악화로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공연을 관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공연 관람을 최종 결정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체류 연장이 필요치 않게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를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측은 김 위원장의 자진 철회 가능성이다. 체류연장을 제안한 이후 의제 논의 결과에 대해 충분히 만족해 했을 경우, 노 대통령이 즉답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체류를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이는 예고 없는 제안과 같은 김 위원장의 즉흥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상정해볼 수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하지만 거절과 자진 철회라는 관측들을 모두 부인하면서 두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원래 일정대로 진행키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과의 오전 회담에서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고 결국 오후 회담에서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 대통령에게 체류연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두 정상이 오후에 속개된 100분간의 회담에서 현안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했고, 서로 회담 결과에 만족함으로써 원래 일정대로 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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