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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경선을 시도한 신당 지도부, 지도부 권위를 시험하는가?

[칼럼]파격적인 결정을 한 신당 지도부, 파국적인 결과를 조심하라

등록|2007.10.04 08:32 수정|2007.10.04 08:33
2차 남북정상회담이 다소 긴장된 환영행사로 시작한 첫 날과 달리 둘째 날부터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된 사이에, 3기 민주정부 달성에 ‘올인’해 온 신당 경선은 흐릿한 개천절 하늘 아래 남한 땅에 ‘번개’를 쳤다. 신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 연기도 부분 수정도 아닌 전면 수정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서울 프레스센터(롯데호텔/서울 소공동)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10.04선언'을 신속하게 각국에 타전하게 될 10월 4일 회담 마지막 날, 3기 민주정부 계승자를 자처하는 각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전면 수정된 신당 경선을 놓고 한 판 승부에 뛰어드는,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한 '위험한 놀이'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신당 지도부는 반환점을 돌아선 신당 경선 현장투표 남은 일정을 14일 하루에 동시 실시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부정동원선거 의혹을 줄곧 제기해 온 손학규-이해찬 연합 전선 항의에 신당 지도부가 사실상 ‘동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동영 후보 측 반발이 불을 보듯 확실한 상황에서 너무나 파격적인 이번 신당 지도부 결정 사항은 정동영 후보 측 반응 내용과 상관없이 수없이 많은 ‘불씨’를 안고 있다. 불안한 ‘불씨’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2007.10.1자 “반환점 넘어선 신당 경선, 2차 반환점이 기다린다”기사에서 지역별 선거인단수와 후보 지지도와 상관관계를 비교한 것과 2007. 10.2자 “2차 남북정상회담, 2007대선에 미칠 영향(2)”기사에서 신당 경선 일정 속개와 공식적인 경선 항의절차 조성 필요성을 역설한 내용 역시 전면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 말하자면, 전면 수정된 신당 경선판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관한 새 안내서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실 신당 지도부의 파격적인 결정은 1위 정동영 후보 측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현 지도부 위상을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동영 후보 측 대응 방식과 상관없이, 신당 지도부의 공식 발표 내용은 일종의 결정적 승부수로서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올인’에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신당 지도부 결정에 담긴 위험요소를 살펴보고 신당 지도부에 직접 조언하지 않을 수 없다.

신당 경선, ‘불신의 벽’이 ‘통곡의 벽’이 되지 않으려면

2차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인 3일 평양 시내 옥류관에서 가진 오찬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두 정상 간 회담이 비교적 순탄했지만 ‘불신의 벽’이 잔존하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이를 북한 위치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불신의 벽’을 걱정해야 할 사람들은 남한 땅 서울에 있었다. 처음부터 험로를 걸으리라 예상했던 신당 경선이 급기야 전면적인 노선 수정을 겪으면서 후보 간 손익계산표에 따라 ‘불신의 벽’이 엄연한 현실이 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신당 경선 일정이 전면 수정되면서, 우선 신당 지도부 지도력에 큰 흠집이 생기게 되었다. 손학규-이해찬 연합 전선에서 나온 불법경선 의혹에 대한 항의가 정동영 후보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받아들여진 모양새가 되었고,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부정동원선거 의혹을 신당 지도부가 (이 역시 정동영 후보 측 공식 반응을 생략한 채) 공식적으로 인정한 꼴이 되어 지도부 지도력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는 위험한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신당 경선 전부터 줄곧 제기되어 온 당 정체성 논란이 경선 흥행을 고려해 지금껏 최대한 자제되어왔으나 이제 지도부 신뢰도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서, 현 지도부 (전면 또는 부분)사퇴 여부가 당 정체성 논란과 동시에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되었다.

만일, 경선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부분적으로라도 신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선 후보를 만드는 일에 당 지도부 권위마저 대폭 양보해 온 그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되어 당 정체성 자체가 당면과제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무취무색’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온 신당은 물론 신당 대선 후보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걱정거리이다.

요컨대, 신당 지도부는 이미 엎어진 물과 같은 이번 결정을, 이유야 어쨌든, 단호하게 실천할 수밖에 없다. 신당 지도부가 정동영 후보 측 동의를 조심스레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파격적인 결정을 한 신당 지도부가 더욱 파격적인 결정이 될 지도부 사퇴를 실제로 단행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당 지도부 사퇴라는 초강수 대책이 나온다면 차기 지도부는 당 정체성 논란을 해결하기는커녕 세 후보의 연속적인 항의에 오락가락하는 허수아비 지도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대선 후보를 든든히 지원해야 할 당 지도부가 권위를 잃는다는 것은 곧 대선 후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 될 수 있다.

정동영 후보 측 대응 방식과 지도부 행보에 따라 하루 사이에 또 다른 노선 수정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이미 파격적인 노선 수정이 공식 발표된 상황에서 신당 지도부의 신뢰도 문제는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신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지도부 사퇴 발언이 발언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무거운 책임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한 번의 ‘실수’가 몰고 올 도미노 현상을 쉽게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도부 권위를 스스로 시험대에 올린 이번 결정은 다른 당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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