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길섶에서 가수가 된다
장성군 황룡강변, 지천에 핀 코스모스를 보며 가을을 느끼다
▲ 가을꽃 코스모스. 성정이 연약해 보이지만 지난 여름 무더위와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꼿꼿이 선 모습이 장하기까지 하다. ⓒ 이돈삼
기다리는 마음 같이 초조하여라 /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 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가수 김상희가 노래했던 그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높다란 키에 너무 가늘어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하는 코스모스. 가녀린 모습이지만 거기서 묻어나는 짙은 꽃 색깔과 향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 향기는 너울너울 바람을 타고 오른다.
▲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던 예슬이와 슬비. 꽃길 군데군데서 나비와 잠자리를 쫒고 꽃잎 띄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 이돈삼
▲ 장성 황룡강변에 활짝 핀 해바라기. 코스모스 꽃을 보러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장성군에서 해바리기밭을 부러 조성해 놓았다. ⓒ 이돈삼
장성읍에서 고창방면 도로를 달리다 장성호 부근에서 만나는 황룡교. 이곳에서 가슴 가득 다가서는 가을을 만난다. ‘쌩∼’하고 그냥 달릴 일이 아니다. 아니 환한 꽃미소에 사로잡혀 필경 차를 멈추게 된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강 물결, 그것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그리고 장난치듯 뱅뱅 도는 잠자리와 나비들에 키 작은 해바라기까지…. 눈 맞출 데가 많다. 드넓은 코스모스 꽃물결이 향기롭다. 면적이 자그마치 9만5000㎡나 된단다.
물줄기를 따라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코스모스 꽃길의 끝이 아른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코스모스 사이사이로 꽃길도 잘 만들어 놓았다. 폭이 1m는 족히 돼 보인다. 여행객들이 구경하면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기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한 장성군의 배려가 돋보인다.
▲ 장성 황룡강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코스모스꽃. 강변과 어우러진 꽃길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준다. ⓒ 이돈삼
강바람과 어우러진 코스모스 길이 정취를 더해주는 이 가을. 그 꽃길을 따라 아이들이랑 걸으면서 강물을 바라보노라니 어느새 온 몸이 행복해진다. 마음속에도 잔잔한 강물이 흐른다.
▲ 장성호 바로 밑에 있는 코스모스광장에는 코스모스 뿐아니라 메밀까지 활짝 피어 있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 이돈삼
▲ 하얀 솜털처럼 아름다운 메밀꽃. 슬비와 예슬이가 장성호 코스모스광장에서 활짝 핀 메밀꽃을 살피고 있다. ⓒ 이돈삼
노령산맥의 백암산 가인봉과 백학봉 사이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고불총림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진 사찰. 13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승의 설법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흰 양이 자신의 죄를 용서 받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백양사 쌍계루를 왼쪽으로 두고 천진암까지 돌아오는 길은 숲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비자나무와 굴참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일반적인 숲의 내음에 품위를 더해 준다. 갖가지 식물마다 특징과 이름 등을 써 놓은 설명판이 다 세워져 있어 따로 설명을 듣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여러 편의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영화마을'로 널리 알려진 장성 금곡마을. 넉넉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숲 속에서 미술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아담한 미술관도 있다. 초가지붕을 얹은 이 미술관은 ‘세심원(洗心院)’ 주인장 변동해(53)씨가 옛 마을구판장을 고쳐 꾸민 것. 여기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가끔 음악회도 열고 있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세심원’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 전국 최대의 인공숲인 축령산휴양림. 발품을 팔면서 하는 산림욕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 이돈삼
숲길은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에서 서삼면 모암리를 거쳐 황룡면 추암리까지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뤄진 숲길 거리가 6㎞나 된다.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비포장 길이지만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발품을 팔아 걷는 것이 최고다. 차를 타고 하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 장성호 아래 코스모스 광장 한켠에 피어있는 꽃무릇.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 이돈삼
▲ 장성호에서 내려다 본 황룡강변. S자로 구부러진 강변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있다. 누렇게 채색되고 있는 벼도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9월 30일에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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