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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에 대한 불신, 왜곡보도 때문에 생긴 일"

전국 63개 한의원 결합체 '나비네트웍스' 박기태 대표

등록|2007.10.08 09:36 수정|2007.10.08 10:39

▲ 나비네트웍스 박기태 대표 ⓒ 이정환


최근 한의원 폐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만 문을 닫은 한의원이 74곳에 이른다고 한다. 한약재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방송 뉴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경동 시장'과 한약재(?)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최근 보도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의학계로서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에서 오히려 '한 방' 터뜨린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지난 8월에 전국 63개 한의원 결합체 (주)나비네트웍스를 출범시킨 박기태 대표(45·대한한의생명공학회 회장)다. 나비네트웍스는 그냥 '한 방'이 아니다. 이미 7월에 연구인력 18명으로 구성된 한의생명과학연구소가 문을 열었고, 나비네트웍스 출범과 함께 거창에서는 한약 전문 제조시설인 거창나비한약국이 가동을 시작했다.

"미쳤지. 다들 그래요. 나보고 미쳤다고. 창원 개원 시절에 전국 한의원 중에서 5년 연속으로 가장 많이 세금 냈던 사람입니다. 제가. 아마 지금까지 소득세만 몇 십억 원 냈을 걸요?(웃음). 하루에 최고 환자 5백 명을 본 적도 있어요. 어마어마하게 환자를 많이 본 한의사였어요. 그런데 뭐가 답답해서 이걸 시작했는지…."

박기태 대표를 만난 이유였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식약청에 맡겨 놓으면 한약 표준화 작업이 50년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고 감히 '정부'에 큰 소리를 뻥뻥 치고 있을까. "한 해 30억원 가량의 돈을 연구 예산에 반영하는" 배포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도 궁금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나비네트웍스 사무실에서 박 대표와 마주 앉았다.

- 다소 생뚱 맞은 질문부터 하겠다.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를 어느 정도라고 보나.
"한의학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엄청나게 높다. 한약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엄격하게 다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진료 수요는 분명 존재하는데, 한약재 안전성 문제 때문에 꺼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언론사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 나비네트웍스 박기태 대표 ⓒ 이정환


- 이유는?
"한약재 중금속 오염 보도만 해도 그렇다. 이는 사실 토양의 문제다. 환경 문제라는 것이다. 과연 쌀의 경우, 농약이나 중금속 함유 비율이 어떨까. 한약재와 얼마나 다를까? 쌀은 우리가 1년 내내 먹는 것이다. 우리가 한약을 1년에 몇 일이나 먹나. 과연 의미 있는 보도냔 말이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쏙 빼놓고 보도했다. 원재료에서 중금속이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하더라도, 탕전(가열해 액을 짜는 방식)하면 거의 다 사라진다는 점이 빠졌다. 탕전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 이는 국립보건진흥원 자료 등을 통해 이미 다 나와 있는 결과다. 왜 그런가 하면, 거의 모든 탕전 과정에서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함께 넣는 감초, 생강, 대추 등의 효능 때문이다. 그래서 약방의 감초란 말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은 문제가 없는데 왜 호들갑을 떠느냐는 것이다.

경동시장 보도는 또 어떤가. '경동시장에서 몇 개 사와서 검사해보니까 농약 나왔다' 이런 식인데, 그게 어떻게 한약재인가. 정상적인 한약제조 과정을 아직 거치지 않은 원재료다. 그럼 농산물에서 나왔다고 해야지, 어떻게 한약재에서 나왔다고 보도하나. 한약제조회사에서 만들어진 약, 거기에서 뭐가 나와야 얘기가 되는 것 아닌가. 이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말도 안 되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결과만 갖고 때린다?
"10년 전에는 중금속이나 농약에 대한 검사 기준이나 절차 자체가 아예 없었다. 법 자체가 없었다. 예전에는 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안 나왔고, 요즘에는 검사를 많이 하다보니, 나오는 것이다. 또 10년 사이에 청정 지역 재배나 유기 농산물 생산이 엄청나게 늘었다. 지금 한약재는 10년 전에 비해 퀄리티(품질)가 사실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좋아진 것'에 대한 보도는 하나도 없다. 과정은 하나도 없이 결과만 갖고 얘기한다. 헌데 다 전문기자들 아닌가. 이런 과정을 모를 리 없다. 결국 본질을 알고 있음에도 왜곡보도를 한다는, '한의학 죽이기'란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 '한의학 죽이기'란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의료계라는 집단에 대한 가치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제는 과거 의사들이 누렸던 부나 명예를 인정해주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여기에 (의료인력) 포화 상태까지 왔다. 다시 말해 이제는 일부를 쳐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대상이 치료 영역이 양방과 맞물려 있는 한의학이 된 것이다. 제일 쳐내기 좋은 집단 아니냐. 숫자도 작고, 힘도 없고.

▲ (주)나비네트웍스 박기태 대표이사 ⓒ 이정환


얼마 전 식약청이 입법 예고한 '생약의 잔류 이산화황 검사 기준 및 시험방법 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한약재 266개 품목의 잔류 이산화황 기준을 일괄적으로 30ppm 이하로 규정했다. 헌데 곶감 허용치는 2000ppm 될 거다. 이산화황에 곰팡이 등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허용해 준 것이다. 그런데 왜 한약재만 얼토당토않게 30ppm이하인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지금 식약청에서 하고 있는 한약재 표준화 작업은 또 어떤가. 1년에 한약재 3∼5개 정도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헌데 한약재가 600여 종 된다. 몇 년 걸리나. 100년 쯤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너무 속도가 늦다. 내가 봤을 때는 표준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다." (현재 식약청은 "산지나 재배 조건이 다른 한약의 표준화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 당귀 하나만 해도 '몇 년 산인지, 재배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할 것 같다. 한약재 표준화의 어려움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정품'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상적인 당귀인지, 저급한 당귀인지는 다 구분 가능하다. 도대체 무엇을 한약재 '당귀'로 봐야하는지 부터 표준화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처방이 표준화될 수 있고, 의료보험 급여화도 가능해진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겠는가.

한약재 불신 해결 방법은 딱 하나다. 아주 간단하다. 한약제약회사 설립 기준 강화하고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첫째다. 그 다음에 모든 한의사들이 정부 기준을 통과한 제약회사들 약만 쓰게끔 제도화하면 끝난다. 왜 이걸 안 해주느냐 말이다. 의사법 있고 약사법 있다. 의료인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양약은 그렇게 엄격히 관리하면서, 왜 이쪽(한의학)에는 해주지 않나. 그래서 한의학 죽이기란 표현을 쓰는 것이다."

결국 나비네트웍스는 "우리끼리 해보자"는 의지의 발현물인 셈이다. 나비네트웍스는 홈페이지(nabyn.co.kr)에 표준화, 대중화, 세계화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의생명과학연구소와 거창나비한약국을 통해 '한약 표준화'를 이루고, 나비네트웍스를 통해 '진료 표준화'에 이어 대중화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곧 '대중화'는 '세계화'의 전제 조건인 셈이다.

이 정도면 탄탄한 '구상'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과연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가. '배경'을 들었으니, '현재'를 물어 볼 차례다. "정부도 믿지 못하겠고, 한의사협회도 못 믿겠고, 우리끼리 하기 위해 나비네트웍스를 만들었다"는 박 대표에게 '표준화'와 관련한 질문부터 던졌다.

▲ 수원 경기바이오센터에 위치한 한의생명과학연구소. 현재 연구소에 있는 각종 연구 장비 금액 규모는 25억원 대에 이른다고 한다 ⓒ 이정환


- 나비네트웍스의 '한약 표준화'는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나.
"국가 사업 차원의 표준화는 나비가 진행하지 못한다. 너무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수 한약재에 대한 표준화 작업부터 들어갔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질이 좋은 오미자를 생산하는 지역이 거창이다. 그럼 거창 오미자에 대한 분석작업에 들어간다. 국산이나 수입산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표준 한약재를 선정한다. 거의 완료된 상태다.

다음 달 말에 한약관리백서 1호가 나올 것이다. 나비네트웍스에는 백서에 있는 약재만 공급하게 된다. 이 약재를 공급하는 한약제조회사를 현재 5군데 결정했다. 그 회사하고만 거래해야 한다. 왜냐. 우리가 원하는 검사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하기도 바쁜 사람이 자기 한의원에 들어오는 한약재를 일일이 검사하고 그래서야 되겠는가. 말이 안 되는 구조 아닌가. 양의사들이 약재 검사하나? 처방 내면 끝이다."

- 문제는 회원사가 표준 한약재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장하나?
"한 개라도 다른 것을 쓰다가 발견되면 바로 퇴출이다. 계약사항이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슈퍼바이저(감독자)가 있다. 무조건 지상과제다."

- 거창 나비한약국에 다녀왔다. 공동 탕전이 핵심인 것 같더라. 역시 표준화에 해당하나?
"그렇다. 또 한약국에 들어오는 약재는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직접 제약회사에서 들어온다. 더구나 탕전 단위가 크니까, 생산 원가가 내려가게 마련이다. 질 좋은 한약재를 쓰면서도 가격은 높지 않다. 회원사에 부여되는 혜택 중 하나다. 한약국에서 생산되는 한약에 대한 이중 검사도 표준화했다. 연구소에서는 중금속 검사를 하고, 나비한약국에서는 미생물 검사를 하도록 했다."

▲ 박기태 대표 ⓒ 이정환


- 그래도 진료 표준화까지 가능할까?
"그래서 우리가 내세우는 것이 교육 시스템이다. 일단 기초 교육이 15주다. 일요일마다 6시간 정도씩 교육하는데, 모두 합치면 90시간이 된다. 이를 수료하지 않으면 회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교육도 못 받은 사람을 나비 회원으로 인정해줄 수 있나.

당초 나비네트웍스 회원사로 신청한 한의원이 90곳에 이르렀지만, 교육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고 63곳만 남은 이유다. 그 다음 심화 교육이다. 결국 진료 표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교육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약재나 진료 시스템에 대한 표준화 작업은 거의 완성됐다.

이제 객관화다. 월 1회 세미나를 통해 전국 회원사들로부터 치료 결과 케이스를 접수한다. 이를 통합하고 발표한다. 이같은 표준화를 통해 '나비'의 치료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 나비네트웍스를 통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질 좋은 의료 서비스인 것 같다. 진료비 수준도 대중화에 중요한 요소로 보이는데, 기존 한의원과 차별성이 있는가.
"나비네트웍스 소속 한의원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최상급이다. 하지만 진료비 수준은 전체 한의원의 평균 수준에 속할 것이다. 그럼 대중화에 따라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어느 정도 경제력 있는 소비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결국은 의료 보험이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무엇보다 표준화가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국에 한의원이 1만 2000~1만 3000천군데 있다. 그 중 10%를 앞으로 5년 내에 회원사로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한의학의 전위대를 만들 것이다. 분명 한의학 수준은 새롭게 각인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 더 큰 목표가 있다.

바로 신약 개발이다. 현재 항생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천연 항생제 개발을 연구 중이다. 성공하면 삼성 그룹 만한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는 한의학의 종주국이라는 최고의 강점을 갖고 있다. 미국이 10년 연구할 것, 한국은 1년이면 된다. 미국이 갖고 있는 부의 일부를 빼앗아 올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신약이다. 이게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나는 끊임없이 돈을 벌고, 그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입할 것이다."

- 가장 큰 걸림돌은?
"제발 언론이 본질을 보도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진짜 토론의 장을 열어달라. 양의사 말이 맞는지, 한의사 말이 맞는지 한 번 토론해보자. '한의학 죽이기'가 가장 큰 문제다. 내가 무슨 투사도 아니고, 나도 좀 살자(웃음)."
덧붙이는 글 거창나비한약국과 한의생명과학연구소 탐방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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