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국현의 새 블루칩, '이계안'과 '8.1%'

더욱 빨라진 선거판, '블루칩 사용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웃는다

등록|2007.10.05 09:11 수정|2007.10.06 15:35
문국현 지지 선언한 '이계안', 누구인가

통합신당의 이계안 의원은 그동안 '문국현 본경선 직행'을 주장했는데, 이제는 아예 지지선언을 했습니다. 문국현 예비후보가 신당을 창당하면 합류할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현재 범여권에서 공개적으로 '문국현 지지'를 선언한 의원은 이계안·원혜영·제종길 등, 3명의 의원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이계안 의원을 주목해봅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정치인은 아닙니다만, 그 이력을 보면 결코 범상치 않은 정치인입니다. 46세의 나이에 현대자동차 사장에 취임했고,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주) 대표이사 회장에도 오른 CEO 출신입니다.

'현대그룹' 내의 경력에서 보면, 이명박 후보와 비교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이력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데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활약을 했고, IMF 이후의 현대그룹 내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등, 경영전략의 일선에 서 있습니다.

물론, 이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다분히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재벌 중에서 '구조조정'에서 피해나갈 수 있는 그룹은 거의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게다가, 그는 정치인으로 데뷔하면서 몇가지 주목할만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대그룹 내에서 CEO로서 입지전적인 경력을 쌓은 '시장주의자'임에도, 친재벌적인 한나라당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을 선택해 당시에 화제가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안그래도, 한나라당에서도 입당 제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가 마음에 와닿았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그에게는 '2006 지방선거'가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했음에도, "(지명도가 없어)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강금실 후보에게 속절없이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승부를 깨끗하게 승복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간적인 굴욕을 많이 느꼈을 법도 한데, 그것을 끝까지 참아냈다는 것을 주시해야 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인들이 괜히 '철새'가 되고 '이인제'가 되는게 아닙니다.

게다가, 그는 현대그룹 내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공인된 시장주의자'임에도,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 '문국현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일단 그가 주목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문국현의 가능성'인 듯합니다. 확실히, 범여권의 그 많은 후보들 중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비전과 슬로건을 내세웠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문국현'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한 듯합니다. 그가 CBS 라디오 방송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문국현 후보는 고객이 누구인가를 매우 빨리 판단했고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에 대해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았다. 외환위기 이후 그 위기상황에서 고객이란 물건을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임직원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무자비할 정도로 사람들을 잘라내는 것만이 오직 살 길이라고 생각할 때 문국현 사장은 고용도 유지하면서 기업도 성장시켰다는 점을 상당히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이계안 의원이 CEO 시절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을 문국현 후보는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에 기어이 실현해 좋은 효과를 봤다는 사실을 놀랍게 여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대단히 유연하고도 솔직해보입니다. 그리고 참을성도 몹시 강해보이는 사람입니다.

이계안, 그가 왜 '블루칩'인가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단히 솔직한 글을 올렸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지칭하는 지역구 주민들의 표현 '썩어도 준치'와 함께 그를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떳떳해야 하며, 법을 어긴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썩은 고기가 과연 준치이기는 한지'라는 재미있는 표현까지 남겨놓습니다.

여러분들,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같은 '인맥사회'에서 당이 엄연히 달라도 같은 그룹 출신 선배로서 대통령 후보로 대세론을 타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전자계산기를 눌러보게 됩니다. 말을 갈아탈 수도 있죠.

그런데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 3~4% 대의, 그것도 당 없이 혼자 움직이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아무리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후보라 해도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본인이 속한 통합신당에는 조직을 앞세워 막강한 주목을 받고 있는 후보들도 있거든요.

그로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뭔가 큰 결심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작심하고 나선거죠. "문국현 전 사장의 당이 만들어지면 비상한 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까지 했습니다. 과거에, 김원웅 의원이 왜 주목받았는지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회창이 버티는 든든한 성 '한나라당'을 버리고 의원 하나 없이 친노 성향 누리꾼들의 힘만으로 버티고 있던 '개혁국민정당'에 가담하면서 그 결단을 높이 평가받았던 적이 있었죠. 물론 나중에야 '개혁국민정당'이 새드엔딩으로 끝나면서 이제는 열린우리당까지 문을 닫았지만, 어쨌든 그 당시로서는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나름대로 성실한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아내와 아들이 봉숭아물을 들이기에 나도 했다"면서 붉게 물든 새끼손가락 손톱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던 사람이 눈에 띄면, 주저없이 인정할 줄도 아는 유연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제가 '뱀의 눈'으로 정치를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현대' 출신이기에 '현대' 출신 CEO임을 내세우며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동격으로 배치시켜 활동할 수 있는 '물'을 보장해준다면, 그의 역할이 상당히 빛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한 것 같기에, '정치인 이계안'에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계안 의원이 이명박 후보에 비하면 '한참 후배'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는 '물'을 보장해준다면, 그는 분명히 '블루칩'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계안 의원의 지명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더 큰 일을 맡도록 할 수 있게 되는거죠.

문국현의 또다른 블루칩 '8.1%'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670명을 대상으로-총 통화시도 1만3954명-, 전화로 조사한 결과.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8%p)에서, 문국현 예비후보가 8.1%의 지지율을 얻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1차 마지노선 '5%'를 가뿐히 넘어선 것입니다. 이제는 방송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있게 됐으며, 유력대권주자로서 뉴스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게 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지지율과 인지도와의 비례입니다. 보수언론이나 방송이 비교적 외면했던 탓에, 문국현 예비후보는 어디까지나 순전히 인터넷에서 8%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30일에 SBS 뉴스에서 보도한 대선주자들의 '인지도'와 '호감도'에 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호감도/인지도'의 결과를 반영한 수치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SBS와 중앙일보와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7일부터 29일까지 비례할당 표집방식으로 전국성인남녀 5천 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3.7퍼센트,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1.4% 포인트)

문국현 | 37.80 % | 49.10 % | 76.99 % | 1
이명박 | 72.50 % | 98.00 % | 73.98 % | 2
정동영 | 49.00 % | 94.00 % | 52.13 % | 3
손학규 | 47.30 % | 92.50 % | 51.14 % | 4
조순형 | 39.90 % | 79.10 % | 50.44 % | 5
권영길 | 40.90 % | 86.70 % | 47.17 % | 6
이해찬 | 31.00 % | 92.80 % | 33.41 % | 7
이인제 | 23.20 % | 92.50 % | 25.08 % | 8


그러니까, 지지율 8.1%는 더 높은 인지도와 함께, 확률적으로 '호감도'와 '지지도'까지 확산시켜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뜻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 이제 TV토론에 나갈 수 있는 자격도 얻은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도, 지난 2002 지방선거에서 총합 8.11%를 득표하며 TV토론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어 대통령선거과 2004 총선에서 선전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라는 특성, 그리고 보다 폭넓어진 인터넷 인프라를 감안하면 남은 70여 일동안, 급박한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거죠.

현재 통합신당 경선과 민주당 경선은 하나같이 '조직동원 논란'을 일으키며 대대적인 흥행실패를 겪고 있습니다. '훈수정치'를 두던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만족할 수 있겠느냐"는 직설적인 냉소를 남겨놓을 정도입니다. 변화가 일어난다면 지금이 가장 확실한 시기입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범여권 경선구도를 주시한다면 대선 시나리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어쩌면 대통령선거 전반에 걸쳐, 문국현 예비후보로서는 지금부터 신당 창당까지, 그리고 그 신당에는 어떤 인물들이 참여할지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블루칩, 사용시기 놓치면 안된다

인터넷 인프라, 그리고 휴대전화 인프라와 함께 선거문화 자체의 스피드는 대단히 빨라졌습니다. 내년 총선에는 더 빨라질 것이고, 그 이후의 지방선거·대통령 선거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유력후보 캠프에서는 '스피드'라는 변수를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빨라지기에' 적극적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약점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인의 '약점'은 스피드가 아무리 빨라져도 '평생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지금 2개의 블루칩을 들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하나는 '이계안 의원'이며, 하나는 '8.1%'입니다. 활용하기에 따라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블루칩입니다. 이 블루칩, 어쩌면 활용시기가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스피드가 빨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