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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은 열린우리당의 퇴행인가?

열린우리당보다 나아진 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등록|2007.10.05 18:04 수정|2007.10.05 18:20
대통합 민주신당의 경선이 혼탁한 구태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쟁과 거룩한 승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방식의 경선을 치르고나서 당이 과연 온전히 존립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대부분의 소속 정치인들이 열린우리당 출신인데 신당이 열린우리당보다 향상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퇴행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창당명분 비교

열린우리당의 창당명분은 정치개혁이었습니다. 물론 그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창당의 주역들이 내세운 명분은 분명히 정치개혁이 맞습니다.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정당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당원이 주인되는 진정한 상향식 정당을 건설하여 일인보스 정당을 극복하자고 하였습니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넘어 100년가는 책임정당을 건설하자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대통합 민주신당의 창당명분은 반한나라당 세력이 모두 연합하여 강력한 한나라당에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2007년 대선에서 여러세력이 연합하여 선거를 치르자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 탈당세력과 한나라당 탈당세력, 그리고 민주당 탈당세력을 아우르는 세력연합이 창당의 명분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열린우리당을 흡수합당하였습니다. 누구도 그렇게 모여야할 다른 명분을 주장한 일이 없습니다. 오로지 하나로 뭉쳐서 한나라당과 대선에서 겨루자는 것이 전부입니다

창당명분에서 대통합 민주신당은 결코 열린우리당의 그것과 비교할 대상조차 안됩니다. 민주국가의 정당건설이 어떻게 대선을 잘 치르는 것이 될 수가 있습니까? 그것은 선거연합제이지 정당이 아닙니다. 웃기는 것은 그렇게 모인 집단의 구성원들이 대부분 극도로 열린우리당을 혐오한다는 것입니다.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정책적 일체감과 분열

과거 열린우리당의 구성원들이 정당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정책적 일체감이 없었습니다. 극소수는 진보적 정책지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극도로 보수적인 정책지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보부터 한나라당과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정책적 일체감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입니다

소속 정치인들이 끝없이 분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때로는 정책지향을 가지고 대립하였습니다. 기간당원제에 대한 불만과 옹호로 갈렸습니다. 원칙과 창당정신을 지키자는 측과 그것을 허물고 과거의 정치로 돌아가자는 측이 대립하였습니다. 심지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주장하는 세력과 당정의 공동운명을 주장하는 견해로 대립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분열과 대립의 속내는 당의 체계가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제약한다고 생각한 정치인들의 당흔들기였다. 특히 기간당원제로 대표되는 의사결정구조가 당의 계파수장들에게 거추장스러웠던 것이다. 또 호남몰표에 대한 갈망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대의를 버린 동인이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책임정치의 원리를 무력화하고 차별화를 시도하고픈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당의 가장 핵심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난파선의 쥐처럼 모두 도망간 것이다

대통합 민주신당은 정책지향의 차이가 더욱 극심하다. 열린우리당의 가장 우측에 섰던 사람들보다 더욱 우측에 있는 인사들이 새로 합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적 주장을 하던 임종인 의원이 떨어져 나갔으니 스펙트럼의 넓이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분열상은 열린우리당의 그것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지금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후보들을 중심으로 대립하는 양상은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던 수준을 훨씬 넘어선 상태다. 이대로는 경선이후 대선을 잘 치를 수 있을지, 대선을 치른다 하더라도 총선까지 당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 규칙은 잘 정해지지도 않았으며, 정해진 것도 지키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으로는 안된다며 모인 사람들의 행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열린우리당이 기간당원제를 통해서 리더쉽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들렸다면 대통합 민주신당은 당원조차 존재하지 않는 껍데기 정당인데 분열과 파열음은 더욱 극심하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망친 것이 기간당원들과 기간당원제를 사수하려는 일부 분열주의자들 때문이라던 정동영씨의 주장은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당원들 때문에, 당내 선거제도 때문에 당이 망할 리가 있겠는가? 모두 정치인들의 욕심때문이라는 것이 이제 밝혀진 셈이다

3. 대통령과의 차별화

열린우리당 시절 당내의 양대 계파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지지율 낮은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앞장섰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대통령을 비판하고 등지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래서 결국 대통령을 탈당시켰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일체 책임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였다.

그러던 사람들이 바로 대통합 민주신당의 창당주역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당시보다 떨어지기는 커녕 최근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정상회담에 따른 반짝 상승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대통합 민주신당보다는 훨씬 높다. 점점 지지율이 하락하여 자신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이제는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정책중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차용하여 내세우는 정치인도 나타나고 있다.

책임정치의 원리를 무력화시키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대신 국민의 심판도 함께 받아야할 공동운명체이다. 유리하면 함께하고 불리하면 등에 비수를 꼽는 배신행위를 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국민이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명확한 심판을 할 수 있도록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피하고 면책을 시도하는 것은 저열한 배신이다.

4. 향상된 것은 없고, 퇴행만 눈에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던 것에 비추어보자. 대통합 민주신당이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창당의 명분은 비교할 대상이 안될 뿐 더러 반한나라당 진영의 대선준비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예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정책적 일체감이나 유사성은 열린우리당 시절보다 훨씬 못하다.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 모호성이 하나도 향상되지 않았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이 망한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던 분열은 오히려 더욱 극심하다. 지금처럼 분열한 시기는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명분없고, 정체성도 더욱 모호하며, 분열도 더한 정당이 대통합 민주신당이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정치인의 대선가도를 위해 대한민국의 정치가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납득할 이유가 없다.

열린우리당이나 지금의 대통합 민주신당이나 문제는 항상 원칙을 지키지않는 정치인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당에 대한 영향력에 걸맞는 책임은 지지않고 안되는 것은 모두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태도에 기인한 것이다. 기간당원제를 불편하다고 흔든 것, 지역구도의 극복이라는 대의를 포기한 것, 책임정치의 원리를 무력화한 것이 모두 업보가 되었다. 지금도 역시 대리접수허용과 개인정보의 무단도용, 그리고 차량편의를 제공하는 동원경선이 당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예외없는 원칙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원칙은 드물게 예외가 존재할 뿐 지키지 않으면 공멸을 초래하는 것이다. 나는 원칙을 허물어서 이익을 보고, 다른 이는 원칙을 지켜서 손해를 보게하는 정치인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는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곧 국민의 외면속에 슬피울며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다. 퇴행을 즐기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지켜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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