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에 '김텃골돌샘터', 헤살꾼에 제주지원위원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발표
▲ 지킴이 발표지난해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발표하는 <우라말살리는겨레모임> 운영위원들 ⓒ 김영조
그는 자그마치 여섯 차례나 재판을 해서 식구들의 긴 이름을 정당하게 쓸 수 있게 하였다. 여권, 주민등록증, 그리고 학교 출석부에도 물론 이렇게 긴 이름들이 올라 있다. 알면 알수록 한글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이웃에 아이들 이름, 상호 등을 종종 지어줬다고 한다. 그런 뜻을 높이 사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이하 모임)은 올해의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았다.
▲ 김텃골돌샘터 씨 가족2007 우리말 으뜸 지킴이에 뽑힌 김텃골돌샘터 씨 가족 ⓒ 김텃골돌샘터
▲ 과자이름을 우리말로 서명운동강원도 도암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벌이는 "과자이름을 우리말로 해달라"는 서명운동, 다음 아고라 ⓒ 다음
이 어린이들은 한 학기 동안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말 오염'을 조사하는 공부를 해보았다. 조사에 나타난 우리말 오염 가운데 우리나라 과자 이름 대부분이 남의 나라말임을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외국말로 된 과자가 많아서 놀랐다"라고 입을 모으고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아이들은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있는 과자 이름을 보기로 들어서 새로운 한글 이름으로 바꾸어 내놓기도 했다. 롯데제과에서 만든 '아트라스'는 '달콤한 암팡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는데, '암팡진'은 '몸은 작지만 힘차고 다부지다'라는 뜻이다. 해태제과에서 만든 '화이트엔젤'은 '천사의 흰 피부'로 바꾸자고 했다. 이 아이들도 올해의 지킴이로 뽑혔다.
▲ 2007 우리말 지킴이지킴이에 뽑힌 금호건설의 '어울림' 아파트, 쉬운 우리말 살려 쓰는 잡지 '작은책', 이봉원 씨가 이름을 한글로만 쓰도록 법원에서 받은 결정문 ⓒ 김영조
또 쉬운 우리말 살려 쓰는 잡지 '작은책'(편집인 안건모), 이름을 한글로만 쓰도록 법원에서 허가받은 이봉원, 영어마을 문제점을 지적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 등이 우리말 지킴이에 함께 했다.
으뜸 지킴이로 뽑힌 김텃골돌샘터씨는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과 관련된 낱말들을 골라 조합해 지은 이름이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그저 한글이름이 좋아서 지었고 지었으니 쓸 뿐인데 이렇게 상까지 주다니 앞으로 우리말에 대한 사람을 아끼지 않음은 물론 더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겠다"라고 기뻐했다.
또 지킴이로 뽑힌 금호건설의 영업관리담당 최락기 이사는 "우선 어울림을 우리말 지킴이로 뽑아주신 <우리말살리기겨레모임>께 감사의 말씀드린다. 금호건설은 2003년 어울림을 선보인 이후 고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것도 감사한데 우리말 살리기까지 앞장섰다고 칭찬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이러한 자부심을 마음깊이 간직하고 아름다운 이름 어울림에 걸맞은 아파트를 만들어내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제주도 영어교욱도시 계획으뜸 헤살꾼으로 뽑힌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가 세운 제주도 영어교욱도시 계획 ⓒ 제주지원위원회
그래서 모임은 "정부가 우리말 발전과 교육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영어교육에만 수천억 원씩 퍼붓는 일로 어느 특정 외국어 교육에 국가 행정의 책임자가 추진 조직을 이끌면서 엄청난 국고를 쏟아 붇는다는 것은 식민지가 아닌 자주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으뜸 지킴이로 뽑은 까닭을 밝혔다.
또 모임은 우리말 헤살꾼으로 '글로벌 빌리지'를 만들겠다는 부산시,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을 만들려는 인천시, '리틀 유에스' 계획을 세운 밀양시와 경상남도, 영어 간판 강요하는 서울시 노원구, 면․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행정자치부, 영어 새말을 마구 퍼뜨리는 삼성경제연구소,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쓰는 롯데건설, 영어로 회사이름을 지은 홈에버를 뽑았다.
▲ 2007 우리말 헤살꾼들한국도로공사의 기업 표시 ‘EX',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을 만들려는 인천시, 경찰청 절도특별수사팀의 이름 “TSI(Thief Special Investigation”, 대한주택공사의 아파트 “Humansia” ⓒ 김영조
<우리말살리기겨레모임>은 올해로 벌써 9번째로 지킴이를 뽑았다. 모임은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는 행사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를 만들어 쓰는 자주 문화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모든 국민이 나날이 언어생활을 쉽고 편하게 하도록 도우려는 일이다. 또 우리말을 살려서 나날이 말글살이를 쉽고 편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남의 말을 섬겨서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한글날이 벌써 561돌이 되었으며, 국경일이 된 지도 두 번째다.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야 당연하며, 우리말을 헤살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아직도 이렇게 지킴이를 뽑아야 하고 헤살꾼을 나무라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다. 이제 그런 행사가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우리말을 아씨는 사람들은 간절히 비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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