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선언 추진, 사실상 북-미 정상간의 대화"
김근식 교수, 정상회담 과제 토론회에서 "회담 성과 폄훼 말라" 쓴소리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5일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토론회를 열었다. ⓒ 안윤학
2007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에 다녀온 김근식 경남대(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로 한 남북 정상선언 조항(4항)에 대해 "사실상 북-미 정상간 대담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북한에서는 박수를 받고 왔는데, 남한에서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3~4자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지엽적인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당황스럽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를 평가절하려는 일부 언론에 쓴 소리를 낸 것. 5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주최로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토론회에서다.
김 교수는 "남북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발목을 잡고 있다"며 '퍼주기 논란'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뒤 "노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가 경제를 확대하고 경제가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협력'의 선순환 구조에 김 위원장이 파격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령 노 대통령이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안을 제안했을 때, 김 위원장이 회담장 밖에 있던 한 국방위원을 불러 실현가능성을 물은 뒤 전격 수용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북한이 남측의 주장을 대폭 수용하면서 남북관계가 한 단계 진전됐는데,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회담의 성과를 폄훼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김 교수는 "이번 회담은 김 위원장이 남측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결과"라며 그 배경에 대해 "북한이 6자 회담을 통해 핵 포기를 결심한 상황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남한이 북 체제를 변화·붕괴시키겠다는 시도를 하지 말 것을 북측이 누누이 강조했다"며 "특별수행원을 이끈 안내원조차 북 체제를 인정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그동안 사용해온 '개혁, 개방'에 대한 말에 대해 거부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 교수는 "이번 남북 정상선언에 '비핵화, 핵포기'가 들어갔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이 6자 회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연내 불능화'를 약속한 6자간 공동성명으로 핵 문제를 충분히 해결했다고 본 듯하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번 회담의 큰 특징은 성과 위주의 실용적·실리적인 '차분한 회담'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첫 회담처럼 흥분할 일이 아니다"며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나며 웃지 않았다'는 등의 분석은 '가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와 함께 특별수행원의 자격으로 북한에 다녀온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도 "일각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를 폄훼하려는 듯하다"면서 "분단 체제가 허물어져 가는 상황에서 통일을 향한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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