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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들만의 두뇌대결 시대는 갔다!

[TV야 뭐하니?] 퀴즈쇼와 심리전의 만남 SBS <퀴즈! 육감대결>

등록|2007.10.06 11:15 수정|2007.10.06 15:00

SBS <퀴즈!육감대결>맞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맞혔는지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SBS


일요일은 그야말로 '퀴즈'의 천국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퀴즈 프로그램 MBC <환상의 짝꿍>(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 1%라 할 수 있는 수재들이 나와서 고난이도의 문제를 푸는, 그래서 왠지 보고만 있어도 기가 죽는 KBS <퀴즈 대한민국>(오전 10시~), 부모님과 함께 시청하다가 학업성취도를 들킬까봐 늘 조마조마하던 EBS <장학퀴즈>(오후 5시~)와 KBS<도전 골든벨>(저녁 7시10분~) 그리고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들이 나와서 문제를 푸는 SBS <퀴즈! 육감대결>(오전 10시50분~)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퀴즈 프로그램들이 일요일 하루 동안 방영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5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퀴즈! 육감대결>(이하 <육감대결>)이다.

토크쇼와 심리전의 만남이 주는 신선함

<육감대결>은 6명의 출연자가 한명씩 번갈아가며 퀴즈를 출제하고, 나머지 출연자가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문제를 낸 출연자는 육감으로 오답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출제자는 정답을 맞히지 못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 '너 모르지!'를 모두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을 땐 '다 알지!'를 외친다.

퀴즈를 푸는 5명의 출연자들은 '너 모르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설사 모른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거짓말과 표정으로 상대를 속여야 하고, 만약 너무 쉬운 문제가 나왔을 경우에는 출제자가 '다 알지!'를 외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알면서도 일부러 틀린 답을 적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정답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정답을 맞혔는지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승을 위해서는 지식도 있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며 심리전을 잘 펼쳐야 한다. 이처럼 <육감대결>은 기존의 퀴즈 프로그램들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이러한 포맷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연기다.

기존 캐릭터의 '반전'에서 오는 즐거움

▲ 우승민은 지난 9월30일 방송분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으며 21대 '육감왕'이 되었다. ⓒ 화면캡쳐


평소 '저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라며 너무도 당당한 모습으로 오답만을 적어내던 우승민이 의외로 어려운 문제에서 정답을 적어내는가 하면(그는 늘 초반 탈락하던 설움을 딛고 9월 30일 방송에서 21대 '육감 왕'으로 등극했다) 신정환은 출제자가 '다 알지!'를 외칠까봐 알면서도 일부러 '물'을 '불'이라고, '전어'를 '전하'로 적으며 출제자를 골탕 먹인다.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서 볼 때는 그다지 똑똑할 것 같지 않았던 연예인들이 어려운 문제에 척척 정답을 적어 내거나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외에도 아나운서 출신으로 지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강수정이 가끔씩 쉬운 문제에 얼토당토안한 오답을 적는가 하면 9월30일 방송분에선 시청자들이 출연자 중 '가장 똑똑할 것 같은 연예인'으로 뽑았던 김장훈 역시 쉬운 문제를 맞히지 못하고 초반 탈락했다. <육감대결>에서는 우리가 평소 '똑똑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연예인들이 때론(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빈틈을 보여주기도 한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의 두뇌대결은 이제 그만

이처럼 우리가 연예인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된 이미지를 뒤집는 데서 오는 '의외성'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2007년 쇼 프로그램의 키워드를 '캐릭터'라고 본다면 <육감대결>에는 기존 캐릭터의 반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신선함과 즐거움이 있다.

출연자들이 펼치는 연기 역시 하나의 볼거리이다. 출제자가 '너 모르지!'를 외치기 직전, 사실은 터무니 없는 답을 적어놓고도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왜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후회하실 거예요'라고 말하다가 정답이 공개되고 강력한 바람이 발사되고 나면 민망한 표정을 짓거나 혹은 '일부러 틀리게 쓴 거예요'라며 이야기하는 출연자들의 그 능청스러움과 뻔뻔함이 밉지 않다.

지금까지의 퀴즈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에게 유익한 정보나 상식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누가 더 많이 아나?'의 대결에 중심을 두어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른바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높은 상금을 놓고 벌이는 두뇌대결에 식상해 하고 있는 듯하다.

<퀴즈! 육감대결>은 그러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 은행에 있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삶에 유용한 지식과 정보들을 다루는 퀴즈 프로그램의 소명을 지키면서도, 퀴즈쇼에 심리전을 접목시켜 버라이어티 쇼로써의 재미 역시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홍현진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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