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와도 바꾸지 않던 '갓버섯소금구이'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호박잎에 감싸 아궁이 잿불에 구워먹던 그 시절 먹을거리
▲ 갓버섯. ⓒ 맛객
우연한 만남은 기쁨이 배가된다. 그 대상이 그리움의 존재라면 특히 더 그렇다. 전남 곡성에서 우연히 갓버섯을 만났을 때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만큼이나 기뻤다.
“어? 버섯이네? 무슨 버섯이지?”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버섯을 땄을 때 손에 전해지는 촉감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식용버섯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그건 갓버섯이었다. 아직 갓이 피지 않은 상태라 낯설었지만 기둥에 보이는 고리나 갓 표면의 반점이 갓버섯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야 보기 힘든 버섯인데 여기서 만나다니….”
길을 가다 돈 만원을 주운 것보다 기쁨이 컸다. 식용버섯 특유의 촉촉한 땅의 향이 났다.
▲ 갓버섯과 모양새가 비슷한 먹물 버섯. ⓒ 맛객
어린 시절 갓버섯은 흔하디흔한 버섯이었다. 강가의 풀밭에는 늘 소똥이 있었고 소똥 주변에서 많이 자라났다. 이걸 뚝뚝 끊어서 초장에 무쳐먹거나, 호박잎으로 여러 곁 싸서 아궁이 잿불 속에 파묻어 구워 먹기도 했다. 버섯 자체에서 나는 향은 미미하지만 쫄깃거리는 식감이 좋아 쇠고기와도 바꾸지 않는 버섯이었다. 그런 버섯도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사라져가는 게 어디 이 버섯뿐이겠는가마는.
갓버섯은 선도가 금세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 따면 최대한 빨리 요리해 먹는 게 상책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살릴 겸 호박잎으로 싸서 구워먹을 생각이다.
버섯은 참 오묘하다. 식물처럼 씨앗이나 뿌리로 번식하는 것도 아닌, 곰팡이 균으로 번식을 하고 암수 구분도 없다하니 말이다. 생육조건도 까다로워 송이나 능이는 아직도 인공재배가 되지 않고 있다하니 그 까다로움을 어떤 식물이 따라올 수 있을까?
생김새 또한 우리 민족의 질그릇처럼 담백한 것이 있는가 하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기도 한다. 화려한 만큼 맹독을 품고 있으니 인간사 버섯에서 배워도 되지 않겠는가. 세계 3대 진미(송로버섯, 거위 간, 철갑상어 알) 중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버섯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꽃송이버섯이나 운지처럼 항암성분이 많은 것은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버섯은 자연의 선물이 틀림없다.
▲ 갓버섯을 찢어 소금을 뿌린 후 호박잎으로 감싸서 그릴에 구웠다 ⓒ 맛객
▲ 갓버섯 소금구이 ⓒ 맛객
갓버섯을 쭉쭉 찢어 굵은 소금을 살짝 뿌리고 호박잎으로 감싸서 그릴에 구워냈다. 풋풋한 호박잎 향이 버섯에 슬며시 배어들었다. 최소한의 손질과 최소한의 양념으로 만들어진 갓버섯소금구이의 맛은 뭐랄까. 연한 고기를 씹는 맛? 깨끗하고 담백했고 구수하기까지 했다. 물론 자연의 향기는 기본이고.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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