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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터, 생활의 활력소로 자리 잡아

한 번 더 생각하라

등록|2007.10.07 16:04 수정|2007.10.07 16:08

비 오는 날(사진 촬영 오전 11시 40분, 원내는 태풍 나리의 수해로 흙탕물이 고여 있는 자살터) ⓒ 장영주

평상시 많은 제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별도봉 자살터를 찾아가는 길이다. 태풍 나리의 위력을 실감해서인지 주유소 직원이 “또 비가 오네”라며 걱정한다. 자살터 가는 길에 비를 만났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한 정도의 비가 갑자기 쏟아 졌다.

사봉낙조(바닷속으로 천천히 일몰하는 해는 장엄하며 삶의 무게를 더해 준다. 원내는 넓은 바다 사봉낙조) ⓒ 장영주

제주에는 열 가지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봉낙조다. 자살터는 사봉낙조를 바라보며 자살이란 마음을 털어내지 못해 그 슬픔을 간직하고 있을까? 성산일출<일출봉에 떠오르는 해>
영실기암<한라산 중턱 499개의 절벽>
정방하폭<정방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사봉낙조<사라봉에서 지는 해>
귤림추색<감귤이 노랗게 변한 모습>
녹담만설<한라산에 눈이 쌓인 모습>
산방굴사<산방산 굴에서 바라보는 햇살>
고수목마<목장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말>
산포조어<산지천에서 한가하게 낚시하는 모습>
영구춘화<봄에 철쭉꽃이 만발한 모습>

자살터(거친 절벽, 싸늘한 바닷바람, 망망대해는 옛날 그대로인데 삶에 지친 사람들의 발자취가 이어짐은 세태가 변한 탓이다. 사진촬영 11시 50분, 원내는 한 번 더 생각하라는 낙서가 된 바위) ⓒ 장영주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장사꾼이 손해 보며 물건을 판다는 것과 늙은이가 빨리 죽어야 겠다는 말, 노처녀가 시집 안가겠다는 말이다. 세태가 변해 장사꾼이 손해 보며 물건 파는 일이 허다하고 노처녀가 시집 안 가 혼자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살 생각하는 사람도 별도봉 산책로 따라 자살터에 가보면 생각이 바뀐다. 망망대해 태평양이 손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닷바람은 금심 걱정 모두 날려 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순신 장군은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산다'는 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그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가 있다. 태풍나리로 찢겨진 상처를 보듬어 주는 곳이 있다. 슬픈 사연 하나 간직한 제주시 별도봉 자살터, 많은 이의 글감이 되고 관광객들의 휴식처로서 명성이 있는 자살터에 비가 오는 데도 인적은 듬성듬성 가시지 않았다.
 

자살터 가는 길(사라봉 정수장과 칠머리당굿터가 있어 자살보다는 살겠다는 생각이 절로 풍기게 한다.) ⓒ 장영주

입구에 칠머리당굿터가 있다. 제주 칠머리당굿은 음력 2월 초하룻날 영등신을 맞이하는 환영제를 하고 14일에는 영등신을 보내는 송별제를 한다. 이 시기는 제주바다의 고동류는 모두 속이 비어 있다 한다.

흙탕물 바다(태풍 나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사진촬영 12시 30분) ⓒ 장영주


'바다도 가을이 아픈가'의 장영춘 시인이 별도봉 산책로를 찾았다. 별도봉 풀 더미에 / 불씨 쫑긋 당겨놓고 억새 핀 산등성이 / 지느러미 내리는 가을  바다도 가을이 아픈가 / 단풍처럼 물이 든다.  또또르르 또또르르 / 별나라의 韻을 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 별도봉 풀벌레 소리  하나 둘 솔가지 사이로 / 푸른 등을 켜 든다.  반길치 어장에는 / 십팔금 불빛이 돌아 약속의 수평선 밖 / 먼데 섬이 스러질 때  별도봉 자살터에 와 / 곤두박질치는 바다.

운동기구(시민들의 생활의 활력소를 주는 운동기구가 있어 운동을 즐기고 있다.) ⓒ 장영주

 수많은 시민들의 안식처, 사라봉과 별도봉. 지친 사람 모두 불러 모아 휴식처를 주고 바쁜 사람 모두 불러 모아 쉼터를 준다. 자살터 가는 길목이란 말이 무색하게 이젠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 넣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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