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거창발 '나비효과' 주목하라
[탐방] 나비한약국 - 한의생명의과학연구소를 가다
▲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나비한약국 ⓒ 이정환
▲ 거창한약국에서 생산하는 농축한약 ⓒ 이정환
▲ 공동탕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탁건태 연구원 ⓒ 이정환
지금 그의 임시 거처는 나비한약국 2층에 있는 휴게실. 밤에는 혼자다. 탁 연구원은 "너무 조용한 곳이다 보니, 처음에는 밤에 무섭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익숙해져 괜찮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탁 연구원은 한의학과는 '가깝고도 먼' 직장에서 일했다. 발효공정개발 전문가로 제약회사에서 7년 정도 근무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매일 오마이뉴스를 챙겨보는 애독자"라며 "기존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의생명의과학 연구소의 '첫 인상'은 거창 나비한약국과는 확실히 달랐다. 첨단 생명공학 산업화 지원을 위해 수원에 설립된 경기바이오센터 13층, 200여평 규모의 연구소는 바로 나비네트웍스의 '작전본부'로 손색이 없었다. 한약 표준화와 신약 개발의 핵심인 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일.
연구소는 나비네트웍스 박기태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한의생명공학회 부설 연구 기관으로 2002년에 창원에서 출범했다. 연구소 인력은 박사급 연구원 7명, 석사급 연구원 4명 등 비상근직을 포함 20여명. 이들이 그동안 보여준 실적은 눈부시다. 외용치료제(피부에 바르는 약) 등 43종, 내복약 25종을 개발했다. 연구소가 만든 한약제조장치만도 6종에 이른다.
창원 연구소 시절부터 박기태 대표와 함께 했다는 김학주 연구소장(42). 2002년 6월에 "뭔가 한의학 발전에 기여할 만한 방법을 찾고 있던 박 대표와 만난 것"이 출발이었다. 생물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처음에는 낯선 학문이었지만, 연구를 거듭하며 "한의학에는 분명 뭔가 있다"는 생각을 굳혔고, "생명공학이 한의학을 제대로 이해하면 충분히 검증된 약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한다.
특히 '본부'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연구소 규모와 인력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천연물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소장은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공개하겠지만, 현재 국내 특허 뿐 아니라 국제 특허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고 밝혔다.
발효 한약 연구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사람에 따라 인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인체에 있는 유산균 등 장내 세균 숫자 등 개인차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인삼을 먹기 전에 유산균 등을 이용해 체외에서 발효시켜 복용을 하는 원리가 발효 한약의 핵심. 현재 제품화를 위한 '검증'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중금속이나 농약 등 유해 성분 분석 검사도 연구소 핵심 기능 중 하나다. 검사 대상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한방제약회사가 나비네트웍스에 공급하는 한약재 그리고 창원 나비한약국에서 제조되는 한약이 해당된다. 재배지를 추적해서 지표 물질을 분석하는 한약재 표준화 작업 역시 진행중이다. 김 소장은 "국가 차원의 표준화 사업 샘플(예)을 먼저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 '라이브셀 이미지'를 이용한 영상이 컴퓨터에 나타나고 있다 ⓒ 이정환
특히 '라이브셀 이미지'는 "살아 있는 생물체에 약물을 투여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기로 황우석 교수 사건에서 이른바 '젓가락 영상'으로 널리 알려진 실시간 세포 촬영기보다 진일보한 장치"라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의 자랑은 "대단합니다, 저 사람"으로 이어졌다. 김봉조 부소장을 이르는 말이다. 김 부소장은 미 국립보건연구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출신으로 2년 전에 알코올에 의해 간암이 유발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런 연구 성과로 인해 김 부소장은 미 국립보건연구원에서 2006년, 2007년 연속으로 최우수 과학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독일 괴팅엔 대학 출신 이철원 박사(동물생리학, 창원대학교 겸임교수)나 한림대 의대 출신 오수진 박사(생화학), 설순우 박사(질량분석), 이승재 박사(일본 쿄토대학 효소공학), 탁건태 박사(발효 공정 개발) 등이 한의학 '비상'을 위해 모여 있다.
물론 나비네트웍스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가동하지 않은 상태다. 또 합의된 표준을 따르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별종 나비'가 튀어나온다면, 나비네트웍스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끼리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나비네트웍스를 중심으로 뭉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의학에 미친 사람들'이 일으킬 '나비 효과'가 벌써부터 궁금한 이유다.
▲ 왼쪽부터 박은경 연구원, 설순우 선임연구원, 금은주 연구원, 오수진 박사, 이철원 박사, 김봉조 박사(부소장), 김학주 박사(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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