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둥지, 마하보디센터 열리는 날
말기암환자 돌볼 불교호스피스 전문교육기관 개원
▲ 울산에 있는 천사의 둥지, 호스피스 전문교육기관 마하보디센터가 10월 7일 개원을 하였습니다. ⓒ 임윤수
‘호스피스’라는 천사들을 탄생시킬 둥우리,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문 호스피스라는 날개를 달아 줄 전문교육기관인 마하보디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천사들에게 날개 달아줄 둥지, 마하보디센터
이제 고운심성을 가진 사람들, 전국방방곡곡에서 자신이 천사인줄도 모르고 묵묵히 봉사하거나 도움을 주고 있는 뭇사람들을 불심과 전문교육으로 품어 천사들로만 탄생시키면 됩니다. 알을 품어 병아리로 탄생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둥우리,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 천사의 마음을 훨훨 날갯짓으로 펼칠 수 있는 호스피스로 양성할 전문교육 기관인 호스피스교육관 마하보디센터가 개원을 하였습니다.
시월상달, 행운마저 듬뿍 가져다 줄 것 같은 이렛날 오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 138-1번지에 건립된 관자재요양병원 교육관 마하보디센터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 개원식 날 아침, 행사장 동녘에선 서광이 비쳤습니다. ⓒ 임윤수
그동안도 그래왔겠지만 관자재병원 마당은 행사 당일 아침이라 그런지 유달리 이른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한쪽에선 식단을 마련하고 한쪽에선 식장을 정리합니다. 눈썹달과 함께 떠 있던 초롱초롱한 샛별들이 사라지면서 밝아오던 동쪽하늘이 컴컴해집니다.
막을 열어가려는 무대처럼 컴컴해진 하늘에서 줄무늬의 햇살이 조명등처럼 행사장으로 쏟아집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개원을 앞둔 마하보디센터의 미래를 밝혀 주려는 듯 서광, 서방 정토에서 비치는 부처님의 빛처럼 동녘하늘이 밝아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큰스님, 조계종 복지재단 상임이사 정념스님을 위시한 교계지도자 스님들과 울산시 지역구 국회의원, 십시일반으로 교육관의 건립에 힘을 보태 준 수많은 봉사자와 각계 회원 등 관계자 1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개원식이 있었습니다.
▲ 식전 행사에 있었던 하유스님의 법고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울림으로 퍼졌습니다. ⓒ 임윤수
▲ 식전행사에는 하얀 고깔을 쓴 바라춤도 있었습니다. ⓒ 임윤수
비구니 능행스님이 원장으로 있는 관자재요양병원 교육관 마하보디센터는 2006년 11월에 착공하여 10억 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투입하여 1년 3개월만에 개관을 하며, 2층 철골로 된 연면적 375평 규모의 시설입니다. 건물의 주요 시설로는 교육관, 법당, 교육생숙소, 사무국, 대식당, 회의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총무원장 지관스님 격려사 '난행을 능행하면 존중여불'
일찌감치 충북청원군 미원면에 있는 정토마을에서 말기암환자들을 돌보며 임종까지도 함께 하는 호스피스시설을 운영해 오던 능행스님은 호스피스 사업을 좀 더 널리 보급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호스피스자원봉사자들에게 교육할 필요성을 절감하여 호스피스 전문교육기관 건립을 서원하게 되었고, 그 일단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현장입니다.
호스피스란 죽음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말기암환자가 여생에 의미를 둠으로 남은 삶을 보다 충만하고 의미 있게 영유하면서 생의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한 생애에서 다른 생으로 넘어가는 또 다른 과정이 죽음이지만 때로는 젊은 나이에, 때로는 멀쩡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아들여야 하는 말기암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심신의 공포와 고통을 환자 혼자서 극복하거나 감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 곱게 나이를 먹은 보살님이 육법공양을 올리고 있습니다. ⓒ 임윤수
그런 말기암환자들이 겪거나 극복해야 할 죽음에 대한 고통, 삶에 대한 회의, 여생에 대한 공포감, 불확실한 내생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나눠지거나 덜어줄 수 있는 천사의 날갯짓이 바로 호스피스의 역할입니다.
말기암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육신의 고통은 덜어주고, 정신적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보다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전문지식이 필요하기에 교육관을 열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야 말로 천사의 몸통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훨훨 펼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 생각됩니다.
제 15호 태풍 크로사로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하였으나 더위를 느낄 만큼 가을 햇살이 짜랑짜랑한 오전입니다. 식전행사에 이어 10시부터 이어진 개원식에 참석한 총무원장 지관큰스님께서는 마련된 격식도 물리치시고 편안하게 들으라며 교계의 어른으로서 법문을 내리십니다.
▲ 조계종총무원장 지관큰스님께서는 ‘난행을 능행하면 존중여불(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실천하면 그게 곧 부처님과 같으니라)’라는 말씀으로 능행스님의 공덕과 업적을 치하하십니다. ⓒ 임윤수
식단에는 차일이 쳐져 있었고 큰스님이 좌정을 하고 법문을 하실 수 있는 법상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짜랑짜랑한 햇살아래 앉아 있는 사부대중을 둘러보시더니 ‘이렇게 더운데 법문은 무슨 법문, 배고픈 사람에겐 허기를 달랠 수 있게 먹을 것을 주는 게 법문이고, 목마른 사람에엔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물을 주는 게 법문이니 이렇듯 더운 날씨엔 짧게 하는 게 좋은 법문’이라며 3분 정도만 이야길 하겠다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이 지을 수 있는 많은 덕 중에서 그 중 으뜸은 바로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병공덕’이라는 말씀에 이어, 경문의 한 구절, ‘난행을 능행하면 존중여불(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실천하면 그게 곧 부처님과 같으니라)’라는 말씀으로 능행스님의 공덕과 업적을 치하하십니다.
군더더기의 미사여구 없이 교계의 어른으로서 하실 수 있는 최고의 격려이자 인증의 말씀이라고 생각될 만큼 깊고도 큰 말씀입니다. 더구나 능행스님의 법명인 능행이란 말이 들어간 법구를 들어 법문하시니 그 의미가 더 없이 크게만 느껴집니다.
▲ 테이프를 자르고 현판을 가리고 있던 천을 제막하는 것으로 제막식은 이어졌습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인 정념스님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습니다. ⓒ 임윤수
지관큰스님께서는 얼마의 돈을 보탠다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동참하거나 덕을 쌓을 수 있을 때가 오니 당장 얼마를 보태는 것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더 필요함을 역설하시며 법문을 마치십니다.
능행스님 사부대중에 삼배 올려
이날 행사에서 능행스님은 식장에 앉아 있는 사부대중을 향해 정례의 삼배를 올렸습니다. 식장에는 서너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고, 저만치에는 종교를 달리하는 수녀님도 있었지만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종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정례의 삼배를 올렸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 어려운 가운데도 마음을 보태준 사람들에 대한 스님의 답례였을 겁니다.
스님이 서원하였고, 스님이 구심점으로 역할은 하였지만 벽돌 한 장 값을 보내주는 후원,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큰일이기에 가슴벅차오르는 감사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적극적인 인사였을 겁니다.
▲ 교육관 내부에는 그동안의 과정을 알 수 있는 기록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 임윤수
평소에는 스님께 법문을 청하고 108번뇌의 고뇌를 하소연 하는 중생들이지만 천사의 마음을 내어주고 있는 그들의 마음, 땀방울을 아끼지 않은 그들의 봉사에 대한 비구승의 정례였을 겁니다.
경과보고와 감사패 수여, 이사장인 능행스님의 인사 그리고 격려사와 축사에 이어 개원을 알리는 테이프커팅과 현수막을 가리고 있던 하얀 천을 걷어내는 제막으로 오전의 개원법회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이어진 산사음악회에는 정말 웃음바다였습니다. 천여 명의 배꼽이 무탈한지가 걱정될 만큼 많이들 웃고 즐거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세 시간 정도의 산사음악회 말미에 행사를 갈무리하는 능행스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또 다시 마지막처럼 불사의 원력 펼칠 듯
전문지식을 가지고 저승의 문턱에 선 이들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천사, 호스피스들이 봉사할 수 있는 작은 천국, ‘서민들을 위한 승가복지 무료병원’ 건립에 대한 당신의 계획과 서원을 말씀하시며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당부합니다. 그 당부의 말씀 중 지금껏 내내 귓전에 맴도는 말이 있으니 다름 아닌 ‘안전하게 잘들 돌아가시고, 내년에 또 뵐 수 있을 런지’ 하면서 흐리던 말끝입니다.
▲ 서민들을 위한 승가복지 무려병원 건립을 위한 안내문과 개원을 축하하는 현수막들도 보였습니다. ⓒ 임윤수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몇 년 전에 나누었던 스님과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스님께서 워낙 궁핍하고 지독하게 생활을 하니 도반이나 지인들이 ‘왜 그렇게 구두쇠처럼 살고, 지독하게 생활하느냐’고 묻곤 한다고 합니다. 필자 역시 차마 여쭈지는 못했지만 불철주야 탁발을 다니는 스님을 보며 가끔은 그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료했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의 일생에 무의탁 노인이나 노스님들을 위한 어엿한 병원 하나쯤 완공하고 싶은데 알 수 없는 게 인간의 수명이니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오늘이 그 일을 위한 마지막처럼 생활한다고 하셨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10년의 삶을 보장해 준다면 구두쇠 소리, 지독하다는 말 듣지 않게끔 쓸 데 쓰면서 생활하겠지만 누구도 보장해 줄 수 없는 10년이기에 하루하루에 초조해 하며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그 목표, 호스피스 병원 건립을 위하여 살아간다고 하셨었습니다.
▲ 이날 행사장에서 마하보디센터의 원장인 능행스님은 사부대중을 향해 정례의 삼배를 올렸습니다. ⓒ 임윤수
인사말로 하시는 ‘내년에…’라는 말에서 앞으로 스님께서는 또 죽을 각오로 오로지 병원건립을 위한 탁발과 기도에 전념하실 거란 가없는 의지를 보았습니다.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산사음악회까지 끝나니 바람을 만난 구름처럼 흩어집니다. 사람들의 형체는 그렇게 흩어지는 구름이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서민들을 위한 승가복지 무료병원’이 건립되는데 보탬이 될 작은 빗방울이 되어 도랑으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빗방울이 되어 작은 도랑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강물이 되고 바닷물이 되어 어엿한 관자재병원으로 우뚝 드러날 것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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