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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시인3] 편지

등록|2007.10.08 20:48 수정|2007.10.08 20:46
퉁퉁 불은 붓 한 자루
머뭇머뭇
어디로 가려나
갈 길을 잃고 남긴
진하디 진한 눈물자국

억지로 내 딛은 한 발자국
어기적 어기적
누구에게 가려나
부르지 않았어도 가고픈 곳
가서 못 만나면 차라리 멈출까

가서 무슨 말 먼저
주섬주섬
내 놓으려나 거두려나
실랑이 벌여도
어찌 알려나 어찌 보려나
뒤태마저 진한 그 길
내게는 멀기만 하다

[시 짓고 읊어본 그 길]

만일,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 한 명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편지 한 통을 집에 보내려 한다면 그는 아마도 그 편지를 보내지도 갖고 있지도 못하고 머뭇거릴 것입니다. 차라리 직접 가족 얼굴을 보고, 보내려던 편지는 살아 돌아올 그 날까지 간직하는 게 나을 겁니다.

오로지 손을 의지하여 소식을 보내고 우체부 아저씨 손에 의지해 다시 기다리던 그 메아리는 안부편지가 거의 사라진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손으로 쓴 것은 편지이지만 막상 보내는 것은 마음입니다. 손 때 묻은 편지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편지 위로 흐르는 따뜻한 마음, 오직 나를 향한 따뜻한 눈길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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