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고깃덩어리 다루듯 우릴 끌어냈다"
[현장] 장애인 14명, 인권위에 밀양시청 긴급조사 요청
▲ 장애인권리확보를 위한 밀양시민공동대책위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20여명이 8일 오전 11시 국가위원회 앞에서 밀양시청의 폭력 및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남성 공무원들은 나를 마치 소 돼지처럼 취급했다. 다리가 마비돼 움직일 수 없는 내가 무슨 고깃덩어리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장애인이라 당신들이 함부로 만지면 더 큰 장애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사지를 붙들고 날 휠체어에서 떼어내 옮겼다. 옷이 벗겨지고 소리를 질러도 그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집회 도중 시청 공무원에게 폭행당한 장애인들이 국가 인권위에 이를 진정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밀양시민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소속 회원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은 8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현장에서 장애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밀양시청에 사과를 요구했다.
"장애 위험 경고했는데... 고깃덩어리가 된 느낌이었다"
▲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밀양시민공동대책위’ 소속 장애인들이 9월 18일 오후 밀양시청 진입을 시도하다 공무원과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밀양시민공동대책위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9월 18일. 장애인들에 따르면, 당시 밀양시청 공무원들은 6~7명이 한 조가 되어 시청 앞에 모인 공대위 회원 100여명을 시청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전동휠체어 13대가 파손됐다.
김선영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부대표도 밀양시청 현관과 정문 사이에 버려졌다. 시민들이 상황을 지켜보자 공무원들이 김 부대표를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몸이나 다름 없던 전동휠체어도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김 부대표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분을 못 이기고 엉엉 울었다.
현재 공대위는 "전경도 아닌 공무원들이 장애인들을 폭력적으로 강제해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장애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밀양시청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청 앞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엉덩이 밑에 손 넣고 팔 꺾어버리는 만행... 용서할 수 없다"
▲ 밀양시 공무원들에 의해 팔이 꺾이는 순간 정신을 잃은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대표 ⓒ 오마이뉴스 이경태
송정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우리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앞뒤가 바뀐 이야기다"며 그 날의 상황을 설명해나갔다.
"시장을 면담하기 위해 우리가 시청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현관에 모여있던 남자 공무원들이 앞장 서 우리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사지를 드는 것도 부족해 엉덩이며 가슴 밑으로 손을 넣어 들어내더라.
나는 '나갈테니 여경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니깐 '입 닥치고 조용히 하라'며 막무가내로 들고 나갔다. 사지가 붙들린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 뿐이었다. 그래서 팔을 물었다. 이것은 정당방위가 아닌가."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대표는 오른팔에 깁스를 했다. 공무원들이 그의 성치 않은 팔을 등 뒤로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공무원들이 팔을 꺾는 순간 기절했다.
"그들에게 나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어 당신들이 잡아 당기면 관절을 영영 못쓰는 수가 있다며 그러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팔을 꺾어버렸다.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들이 언제쯤 완치가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팔로 타자를 치거나 볼펜을 움직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되지 않는다."
정윤상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대한민국 시청 공무원들에게 시민의 몸을 구속할 권리가 어디 있냐"며 "장애인을 도우라고 있는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뒤집어 장애인의 몸이나 다름없는 휠체어와 장애인을 분리시켜버린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공무원이 장애 유형에 대한 인식도, 인권에 대한 인식도 없어..."
▲ 이날 송정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박영희 민주노동당 장애인차별철폐운동본부 본부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최경숙 인권위 상임위원과 진상 조사 및 사태 해결을 위해 면담을 나누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그날 김정일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제일 먼저 공무원들에게 들려나갔다. 정문 밖에서 그는 함께 나온 장애인들이 무력하게 끌려나오는 것을 계속 지켜봐야만 했다.
김 사무국장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분들의 다리를 함부로 당기면 영구 장애나 생명의 위협까지 오게 된다"며 "장애 유형에 대한 인식도 인권에 대한 인식도 없는 이들이 공무원"이라며 한탄했다.
"보통 사람 다리의 1/7밖에 되지 않는 장애 여성의 다리를 무자비하게 잡아당기는 그들을 보며 할 수 있는 일이 '당기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무력감에 눈물이 났다. 당장 일어나지 못해 그 사람들을 때릴 수 없다는 사실이, 걷지 못한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들이 밀양시에 요구한 것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 ▲중증장애인의 생활시간을 보장하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실시 ▲등록 장애인 7000여명에 걸맞는 장애인복지예산을 일반회계 대비 3%로 확충 ▲장애인 연수원 설치 운영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치 운영 ▲장애성인을 위한 지역사회 이용시설 확충 ▲공무원연수과정에 장애인식개선 등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작년에 계획이 완료돼 올해에는 시행이 되어야 할 장애인 이동권 확보 문제에 대해 지자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이들에 대해 형사고발 및 면직박탈 요구까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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