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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일본만화시장의 열정, 한국에 있어"

[인터뷰] 만화전문서점 '코믹커즐'의 노다 마사토 매니저

등록|2007.10.09 17:15 수정|2007.10.09 18:28

▲ 일본만화서점 형태를 표방한 만화전문서점 ‘코믹커즐’. 지난 3월 상도동 학산문화사에서 문을 열었다 ⓒ 홍지연

상도동 학산문화사 1층 ‘코믹커즐’. 커피향이 은근한 이 만화전문서점은 말 그대로 ‘코믹’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 한국으로 스카우트 된 최초의 ‘서점맨’이자 만화매장 관리 전문가인 노다 마사토씨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없는 만화전문서점을 열고자 일본시장 시찰을 갔던 황경태 학산문화사 대표가 삼고초려로 그를 붙들었고, 올해초 훌쩍 한국에 왔다. 말도 설고 물도 설지만 한국행을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만화를 좀더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황 대표의 말이 믿음직했거니와 국적을 막론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읽었으면”하는 그의 바람 역시 컸기 때문이다. 만화전문 매니저만 21년째. 베테랑 ‘만화전도사’ 노다 마사토 매니저를 만났다.

 

▲ 만화전문서점 ‘코믹커즐’ 매니저인 노다 마사토씨 ⓒ 홍지연

- 코믹커즐이 문을 연 지도 반 년이 지났다. 장사는 잘 되나?

“솔직히 처음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다.(웃음) 하지만 여름방학을 지나면서 차츰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 코믹커즐을 손님들이 기억하게 하는 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계속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판매되고 있는 만화책은 얼마나 되나?
“약 2만여 종, 3만 5000권 정도의 만화책이 있다. 한국에서 출판된 웬만한 만화책은 다 있는 셈이다. 책 외에 캐릭터 상품, 피규어, 잡지 등 라이선싱 상품들도 있다. 지금은 일본 원서 만화를 들이려 교섭중에 있는데 손님들의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어학공부를 위해 만화책을 찾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한국사람들은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일반적인 한국 서점은 대략 얼만큼의 만화책을 보유하고 있나?
“아마 5000권 정도일 거다. 사실 한국에 와서 보통 서점에 그렇게 만화가 없다는 것에 놀랐다. 일본에서는 작은 서점일수록 만화책을 더 많이 구비해놓는다. 일반적으로 서점 매출의 20~30%를 만화책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아마 일본서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 같다.”

- 한국서점에 와서 놀란 점은 그 뿐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진열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일반적인 서점들은 만화를 모두 서가에 꽂아 놓기만 하고 면으로 진열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만화 책꽂이를 2중으로 쓰지 않고, 높이도 제한을 둔다. 조명도 훨씬 밝다. 곳곳에 POP를 둬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또, 견본만화책을 둬 다른 서적처럼 만화를 일부 감상하고 살 수 있게 한다. 판매를 위한 적극적인 어필을 하고 있다.”

-그것은 동시에 코믹커즐이 다른 일반 서점과 구분짓는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은 많다. 손님에 대한 어필을 아직 한참 더 해야겠고, 좀더 화사해졌으면 한다. POP 개수도 아직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가 한국작품을 못 읽어 한국작품을 추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 한국어를 따로 공부하고 있나?
“추천할 만한 학원 있으면 얘기해달라.(웃음) 손님과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진짜 수다 떨 듯 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 아쉽다. 나는 손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손님이 원하는 만화를 추천해줄 수 있고, 나 역시 손님으로부터 모르던 정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른 말을 배워야 할 텐데.”

- 출간된 모든 만화를 읽나?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은 다 보고 있다. 어릴 적 맨처음 만화책 <도라에몽>을 구입한 이후로 지금까지 약 2만 권의 책을 모았다. 일본 집과 창고에 쌓여 있다.”
 - 읽어보았던 한국작품 중에 기억나는 것은?
“제일 처음 읽은 강풀씨의 <순정만화>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본서점에서 일할 때 POP도 만들었고,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었다.”

▲ 진정한 POP란 이런 것? 만화 <데스노트> 속 중심인물인 사신이 사과를 좋아한다는 점을 착안한 깜찍한 POP다 ⓒ 홍지연

▲ 대박할인코너를 통해서는 50%까지 할인된 가격에 만화책을 구입할 수 있다 ⓒ 홍지연


- 직접 제작한 POP들이 꽤나 인상적이다. 본래 만화를 그렸나?

“원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아닌데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새로 만들 때마다 골머리를 싸매야 하지만 재밌는 작업이다. 처음에는 내가 다 그렸는데 이제는 직원들도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웃음)”

- 만화책을 할인해서 팔고 있는데?
“지금은 오픈기념 이벤트식으로 15% 할인 판매하고 있다. 당분간은 한 명이라도 이곳을 찾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다른 총판점이나 서점 혹은 인터넷에서 싸게 팔고 있는 것을 고려해서이기도 하다. 사실 일본은 책에 대한 할인개념이 전혀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간에 그렇다. 때문에 한국에 와서 왜 책을 싸게 파는지 충격을 좀 받았었는데, 다같이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한국만화책값은 일본에 비해 어떤가?
“지금 환율이면 아마 서로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물론 한국만화책이 결코 비싼 편도 아니고.”

- 가판, 편의점, 서점 등을 통해 흔히 만화를 구입해볼 수 있는 일본과 달리 만화책을 쉽게 구해볼 수 없는 한국 만화계 현실은 우리 만화계에서도 늘 지적돼온 점이다. 한국만화문화와 일본만화문화의 차이점은 무엇 같은가?
“일단 성인들이 만화를 안 읽는다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만화는 저속한 문화코드가 아닌데 한국에서는 다소 그렇게 생각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지금 한국의 만화 인식은 일본의 30년 전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 만화를 열심히 보고 있고, 사보는 학생들이 나중에까지 만화팬으로 남아줄 거라 본다. 또 요즘은 이런 식의 가게운영방식에 대한 문의도 꽤 들어오고 있고, 점차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만화를 접촉할 기회를 늘리는 것이어서 기쁘다.”


▲ 만화 견본이 있어 ‘읽어보고 선택’할 수 있다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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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만화독자들은 어땠나?
“20~30년 전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시장은 지금 주춤한 상태인데 한국은 가능성이 보인다. 매장 개점 전부터 학생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나 단체로 매장을 찾을 때나 직원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요즘의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어린이들이 매장을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모습에서는 20여 년 전 내가 막 만화 일을 시작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 앞으로의 계획은?
“만화가 일반적으로 읽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 나에겐 가장 보람된 일이다. 한국만화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특히 순정만화는 상당히 종수가 적은 것 같다. 이는 작품의 폭이 좁다기 보다는 만화를 발표할 매체가 없어서인 듯하다. 물론 한국의 만화 시스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야 없지만 한국과 일본 만화 모두 계속적으로 성장해줬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만화를 읽을 기회를 만드는 게 나의 가장 큰 목표다. 남녀노소 누구든 편하게 들러 만화를 읽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 일본의 만화서점 방식을 도입했지만 일본 만화서점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매장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여기 한국과도 다르고, 지금 일본과도 다른 각각의 장점을 섞어 가게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 구체적인 형태는 계속 부딪쳐가는 중에 완성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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