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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 3년...그 빛과 그림자

[토론회] 성매매 집결지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

등록|2007.10.09 19:57 수정|2007.10.09 20:00

▲ 집결지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집결지 공동고발과 집결지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법시행 추진력과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 대책을 보완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이민정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볼 때, 계획됐던 집결지의 폐쇄나 정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계획은 전혀 시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아예 시도도 하지 않을 듯하다" (조진경 한소리회 정책위원장)

"2004년 말, 국무총리 주관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성매매를 근절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는 종합대책을 만들고 인쇄를 하고 나니 전부 떠나버렸다. 그 후 국정감사 등 과정을 보면, 경찰이나 법무부 등이 받아야 할 정책 추진 압력을 여성가족부가 대신 맞아주고 있다." (김민아 여성가족부 권익기획팀 사무관)

정부를 향한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정부쪽인 여성가족부 관계자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9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성매매 집결지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 토론회'에서 현장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을 돕고 있는 활동가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자신들의 정책 추진에 있어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군산 화재사건 이후 뭉쳤던 그들은 어디로...

성매매방지법은 지난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화재 사건 이후 ▲인신매매 근절 ▲성매매 피해자 인권 보호 ▲집창촌의 단계적 폐쇄 및 정비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2003년 6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교육인적자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경찰청 등 12개 관련 부처와 법조·종교계·현장 활동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민관합동 성매매방지기획단을 구성,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을 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법 제정 당시 누구보다 해당 법안에 기대를 가졌던 현장 활동가들의 평가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이미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집결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지난달 18일 전국 성매매 업소 집결지의 업주와 토지, 건물 소유자들을 고발했다. 업주 단속 등 정부의 법 시행을 "느슨하다"고 보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조진경 정책위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집결지 정비 및 폐쇄 조치는 도시 정비·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업주나 토지 소유자들이 도리어 막대하게 오른 개발이익을 서로 가져가겠다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며 "어처구니없다 못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 정책위원장은 "집결지 폐쇄 및 정비는 과거 국가의 묵인과 방조, 조장에 의해 조직적으로 벌어진 범죄행위에 대한 단죄 형식이어야 한다"면서 성매매 알선업자, 집결지 토지 소유자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다.

배임숙일 인천여성의전화 회장은 집결지인 인천 숭의동을 예로 들면서, 탈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 방안을 보완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에 대한 지원금을 1년 6개월로 잡을 때 1년치는 일시불로 지급됐으면 좋겠다. 집결지에서 나오고 싶어도 주거 문제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달 나오는 지원금으로는 방 하나 계약을 못한다."

그는 이어 "인천시에서 정착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어 여성들이 방을 얻어서 독립할 수 있었다, 탈성매매의 기회가 빨리 주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예산으로 방법만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천시의 지원금 지급은 2008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탈성매매 여성들은 이 외에도 법률 문제, 신분 노출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의 답답한 속내

이같은 현장의 쓴소리에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성매매방지법 시작은 창대했으나, 애초 법 시행에 힘을 모았던 관련 부처들의 결집력이 느슨해지면서 법 집행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민아 사무관은 "2004년 12월 당시 집결지가 소멸된 것 같아 보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과 지원 산업에 대한 다양한 욕구 등 정부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 규제 나 정책은 사회적 분위기를 탈 수밖에 없다"고 집창촌 화재사건 이후 정부 내 분위기를 되짚었다.

그는 "2005년에는 법 시행이 탄력을 받아서 집결지 여성의 자활지원 사업에 중점을 뒀고,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의 관심도 어느 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 해 연말, 집결지 산업 규모가 다시 한 번 살아나는 과정을 보면서 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성매매방지기획단이 매년 총 4번의 회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여가부가 관련 부처인 재경부, 건교부, 복지부 등을 제어하기 힘들고, 이것은 지방도 마찬가지"라며 "이를 움직일 힘은 지자체장의 관심 이외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결지는 현재 법 시행 이전보다 업소가 35% 줄어드는 등 규모가 대폭 축소됐지만, 법 시행 직후보다는 다소 늘어난 상태"라며 "집결지는 성매매방지법을 사문화하고,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묵인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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