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빠'는 7년 전 노사모를 뛰어넘을까

2개월 만에 2만명 모인 문국현 팬클럽... "다시 폭발력 보여주겠다"

등록|2007.10.10 11:53 수정|2007.10.13 10:27

▲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5일 밤 대전에서 열린 '창조한국대전본부' 창립대회에 참석, 참석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노사모처럼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 문국현 지지자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상황과 조건도 좋아지고 있다. 'Again 2002'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당장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 캠프에서 청소라도 할 의향이 있다는 한 '문빠'의 말이다. 그는 문 후보 팬클럽 문함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1차 목적은 2002년 대선처럼 기적을 만들어 문국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고, 당당했다. 그러나 단 하나 "절대 자신의 실명과 닉네임을 밝히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노사모 출신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는 노사모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역시 많다. 노무현이란 인물의 시대정신보다는, 노무현 개인 지지에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 팬 사이트에서 노사모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런 일이다. 그러나 또 우리는 최소한 노사모 정도는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최소한 노사모 정도는 해야하는데..."

2007년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상황. 어쨌든 문 후보 지지자들은 ‘제2의 노사모’가 되고 싶어 한다. 험난한 정치판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문국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2002년의 노사모처럼 말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의 열정은 뜨겁다. 2살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주부 유지연씨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문 후보를 돕고 싶다"고 했다. 65세 안영씨는 "지금 이 순간 문 후보를 위해 빨리 뭔가를 하고 싶은데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진규동씨는 "우리가 어떻게 싸우고 가꾼 나라인데, 이렇게 돈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수가 있는가"라며 "이명박 후보가 50%가 넘는 지지받는 걸 보면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진씨는 "문 후보가 지향하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유지연씨. ⓒ 박상규

이런 열성 지지자들은 현재 세 개의 문 후보 팬클럽에 흩어져 있다. '세일러문'에서 이름을 바꾼 '희망문',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문함대(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민국들)', 그리고 네이버 카페 '문지기(문국현 지지하기)'.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8월 23일 전날 문을 연 '희망문'에는 9일 현재 6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과거 문 후보와 함께 생명의 숲 운동을 벌였던 인물 15명이 주축이 돼 만든 공간이다. 운영자 김상욱씨는 문 후보와 10년 동안 함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벌였던 사람이다.

그리고 지난 3월과 8월에 각각 문을 연 '문함대'에는 7600여 명이, '문지기'에는 1700여 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애초 '문함대'의 회원은 수백명이었는데, 문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이후 급격히 늘었다.

문 후보 쪽은 이들 세 곳을 포함해 전체 인터넷 팬클럽에 가입한 회원 규모를 약 2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7만여 명이 가입돼 있는 이명박 후보의 팬클럽 'MB연대'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그러나 각각 1만여 명이 가입돼 있는 정동영․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팬클럽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게다가 문 후보가 정치 활동을 시작한 지 채 2개월이 안된 걸 감안하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2만명으로 늘어난 '문국현의 퀵서비스맨'

"문국현 현상은 일시적 돌풍이 아니라 시대의 대세이다. 내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문국현 솔루션과 희망제안을 전파하는 퀵서비스맨이 될 것이다."

지난 9월 18일 '희망문'에 한 회원이 남긴 글이다. 문 후보 팬클럽 공간에는 이처럼 '퀵서비스맨' '문국현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많다. 인지도가 낮은 문 후보를 알리기 위해 그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몇몇 지지자들은 <월간조선> 2007년 10월호의 '왜곡보도'에 맞서 조선일보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 후보 팬클럽은 뚜렷한 한계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체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통합적인 흐름이 없다. 개별적으로 문 후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회원들의 주요 활동이다. 그래서 "빨리 뭔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팬클럽 관계자들은 현재 통합 보다는 게릴라 전술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상진 '희망문' 운영자는 "흩어져 있는 팬클럽을 통합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은 흩어져 활동하는 게 좋다"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와 규제도 있는 만큼 지금 당장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문함대'의 한 지역 담당자도 "때가 되면 저절로 크게 뭉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지지자들을 더 많이 끌어 모으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팬클럽 운영자들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수록 열성 회원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문 후보 콘텐츠는 응집력과는 거리가 멀다"

▲ 문국현 후보 팬클럽 '희망문' 홈페이지. ⓒ 박상규


그렇다면 문 후보 지지자들은 2002년의 노사모처럼 폭발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과 문 후보 캠프에서는 "과거와 상황도 바뀌었지만 노사모와 문국현 지지자들은 뚜렷이 다른 점이 있다"며 "좀 더 두고 봐야한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사 미디어연구소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노무현의 콘텐츠가 지지자들의 거대한 응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문 후보의 콘텐츠는 분산된 다양한 개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분산되면 경쟁력이 없다고 봤는데, 이젠 오히려 결집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인터넷 미디어 환경도, 과거처럼 응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주변 환경도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매력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최 기자는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명박 대항마'로서 문 후보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지지자들에게 큰 응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 쪽은 "지지자들의 질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원 공보팀장은 "겉을 보면 문 후보 지지자들이 과거 노사모에 비해 열정의 강도가 떨어지는 것 같지만, 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노사모는 20~30대가 주축이었지만 문 후보 지지자들은 40대가 주축이다, 그만큼 차분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 팀장은 "이들은 문 후보 개인에 열광하기보다는, 문 후보의 가치관과 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노사모와 열정은 비슷하겠지만 분출되는 양상은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일 문 후보는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5%를 기록했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4.3%를 기록했다. 순위는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이은 4위다. 3위 손학규 후보와는 1% 포인트 이내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조금씩 지지율이 상승하는 문 후보와 함께 그의 지지자들의 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 19일 흥겨운 춤을 추고 싶어 한다. 2002년 12월 19일의 노란 물결이, 2007년에는 어떤 빛깔로 대체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