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입담, 해박한 지식으로 엮어낸 <역사>
[책 속으로 떠난 역사여행 6] 이이화의 <역사>
▲ 이이화의 <역사>책표지 ⓒ 열림원
역사에 대한 변변한 안목도 없이 덜컥 교단에 서서 교과서 내용 제대로 소화해 수업하기도 벅찬 햇병아리 교사에게 선생님과 함께 했던 1박 2일의 답사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배우고 익힌 역사는 대부분 국가에서 편찬했던 역사였다. 당연히 나고 자란 내고장의 역사에 대해서는 더욱 무지했다.
그 뒤로 이이화 선생님을 뵌 적이 없으니 그 만남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또 다른 만남은 지속되었다. 선생님의 글과 책을 통한 만남이다.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은 연재될 때마다 워드로 쳐서 깔끔하게 편집까지 해서 보관까지 했다.
<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 <우리겨레의 전통생활> <이야기 인물 한국사> <한국사 이야기 22권> 등을 편찬하여 우리의 민족사, 민중사, 생활사를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개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이이화 선생님이 최근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 권으로 된 <역사>란 책이다. 인류의 기원과 단군의 건국에서 시작해서 1987년 6월 민주항쟁까지의 역사를 한 권으로 묶었다.
태초부터 80년대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다보니 꽤 두껍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평생을 역사 연구에만 매달려온 노학자의 내공이 진하게 느껴진다. 1991년 강원도 홍천 자작고개에서 가을철 볏단처럼 무수히 쓰러져간 농민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답사지 대한 설명을 해주던 이이화 선생님의 마음이 <역사>란 책의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역사>는 두께에 비해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구수한 입담과 해박한 역사 지식이 한 데 어우러져 감칠맛 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는 역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그림으로 보여주듯 생생하게 역사를 되살려주고 있다.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면서도 일반 개설서에서 쉽게 보기 힘든 내용도 많다. 임진왜란 당시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의 ‘나무묘법연화경’이란 깃발을 들고 조선을 침략했던 왜군들, 여몽연합군이 쓰시마 섬을 정벌한 뒤 저지른 학살, 만두와 소주의 유래,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비겁한 행동, 독재 타도와 민주화 쟁취를 위한 저항과 격동의 현대사, 그런 상황에서도 독재자의 생일날 헌시를 바친 유명한 시인 이야기 등등.
단지 과거 속에 머물러 있는 역사가 아닌, 현실 속에서 살아 숨쉬는 역사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이화의 <역사>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시간 내서 한 번 읽어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꺼내 읽어볼만한 정말 괜찮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역사> 이이화 / 2007년 7월 / 열림원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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