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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헌법 영토조항 부정하나?

"대한민국 영토" TV 발언... 국보법 등 입장 명확히 해야

등록|2007.10.11 08:29 수정|2007.10.11 09:13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는 10일 차기정부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호혜 원칙에 의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한민국 영토에서 회담을 할 차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YTN의 특별대담에 출연해 “그렇게 하는 것이 남북간의 평화 구축이나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제주도도 될 수 있고 어디든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한겨레신문> “이명박 후보 ‘이젠 김정일 위원장이 올 차례’... ‘서울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영토서 만나는게 순서’)

이명박 후보, 휴전선 이남만 대한민국 영토?

다른 후보가 한 말이 아니다. 보수 본류임을 자부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방송을 통해 직접 한 말이다. 이명박 후보는 분명히 "호혜 원칙에 의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한민국 영토에서 회담을 할 차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2000년과 2007년 2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평양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었단 말인가? 평양을 대한민국 영토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다음 정상회담은 호혜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 영토에서 열릴 차례"라는 말을 강조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미 2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대한민국 영토에서 열렸던 것일 터인데 말이다.

이명박 후보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휴전선 이남에 국한되고, 휴전선 이북의 한반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이라 약칭)의 영토로 인정하는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명백히 배치되는 인식이다.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조항에 따라 휴전선 이북의 ‘조선’ 영토와 주민은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으로 간주된다.


 국가보안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 규정에 따라 ‘조선’이 대한민국과 별개의 독립국가가 아니라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단체”로 규정되는 헌법적 근거도 바로 영토조항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현행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삭제 또는 개정을 검토해 왔다. 조선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헌법의 영토조항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헌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판단에서다. 헌법의 영토조항 삭제 또는 개정 및 조선 체제 인정,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개헌 논의 때마다 제기되는 진보진영의 입장이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 대북통일정책 급선회?

 사정에 그러함에도 이명박 후보가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헌법의 영토조항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지금까지의 한나라당 대북통일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2004년 ‘조선’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작년 조선 핵실험 당시 개성공단 철수, 금강산 관광 중단, 대북지원 중단 및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동참 등을 주장했다.

 올 8월 8일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었을 때도 한나라당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참석을 거부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에 따라 발표된 ‘2007 남북정상공동선언(10.4선언)’에 대해서도 “합의 내용이 헌법정신에 맞는지 따질 것”이라며 국회 비준 과정을 통해 항목별로 수용 여부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의 핵실험 당시 이명박 후보도 남북교류 중단 및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동참에 찬성했다. 지난 8월 29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와의 면담에서는 “이번 대선은 ‘친북좌파’와 보수우익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2007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된 이후에 이명박 후보는 8월 21일 김수환 추기경과의 면담에서 “이번 대선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이용될지 걱정스럽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의제를 불분명하게 한 채 여러 사항을 합의하면 차기 정부가 (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영토조항 삭제?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 명확히 해야

그랬던 이명박 후보의 입에서 ‘조선’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며 국가보안법의 헌법적 기초가 된 ‘영토조항’의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명박 후보의 입장은 곧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대북통일정책 기조의 변화 조짐이라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이명박 후보는 현행 헌법의 영토조항이 ‘남북한 상호체제 인정’과는 모순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재직 시 개헌을 통해 현행 헌법의 영토조항을 삭제 또는 개정할 용의는 없는가? 영토조항에 근거하여 ‘조선’을 ‘대한민국 영토 안의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존치할 것인가?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명박 후보는 10일 YTN과의 대담에서 밝힌 “호혜 원칙에 의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한민국 영토에서 회담을 할 차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는 자신의 발언 취지를 보다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더불어 한나라당 역시 이명박 후보의 발언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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