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 마련된 새 통합 기사송고실의 모습. 기자들이 옮겨오지 않아 텅 비어 있다. ⓒ 김태경
국정홍보처가 11일부터 기존 각 부처별 기자실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날 통일부와 외교부 등의 기자실의 인터넷이 모두 끊겼다.
그러나 기자실 출입문은 열려있는 상태이고 전기·전화는 통하고 있다.
통합 브리핑 룸이 자리잡고 있어 기자들과 정부와의 충돌에서 가장 최전선에 섰던 외교부 기자실의 경우 10일까지 모든 시설이 이용가능했으나 11일은 인터넷이 끊겼다. 통일부 기자실 역시 11일부터 인터넷은 불통이다.
인터넷이 끊겼지만 일단은 버틸 수 있다. T로그인이나 와이브로 등 휴대폰 망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날 일부 기자들은 회사에서 긴급히 수급한 T로그인 모뎀을 받아서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일부 기자들은 노트북의 모뎀과 전화선을 이용한 기사 송고를 시도했다. 10년전에나 썼던 방법이다.
세계에서 인터넷 기반시설이 가장 발달했다는 한국에서 한쪽에서는 HSDPA를 이용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화선 모뎀을 이용하는 양극화된 모습이 보였다.
한 기자는 최근 북핵시설 1단계 불능화에 견줘 "기자실 불능화 1단계 조치가 내려졌다"고 빗댔다. 북핵 시설 불능화 1단계는 1년 안에 복구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8일 각 기자들에게 문서를 보내 "11일부터 기존 부처별 기사송고실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며 "기존 기사송고실에 대한 취재 지원 및 시설지원 서비스가 이뤄질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는 "10일까지 합동브리핑 센터 안에 마련된 기사 송고실로 이전해 주기를 마지막으로 당부한다"며 "기자들의 이전을 위해 마련한 박스에 짐을 정리하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9월부터 새 통합브리핑룸으로 기자들이 옮겨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피랍사태, 남북 정상회담 등 때문에 이전이 늦어져왔다. 그러나 중요 현안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번은 사실상 최후 통첩이었다. 그러나 11일 오전 현재 새로 마련된 통합브리핑으로 이사한 언론사는 KTV, 아리랑TV, 한겨레 등 2~3개사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 각 부처 브리핑은 외교부 청사에 마련된 통합 브리핑룸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 부처 기자들은 새 통합브리핑룸에서의 브리핑을 거부하겠다는 원칙을 정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가 나오는 브리핑 현장에 끝까지 가지 않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논리와도 충돌한다. 실제 지난주부터 새 통합 브리핑룸에서 이뤄지는 브리핑에는 각 언론사들은 각자 판단에 따라 참석하는 곳도 꽤나 많다. 기자실 문이 완전히 잠길 경우 철거민들처럼 머리 띠 두르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종합청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언론사의 경우 회사에서 대기하다가 브리핑이 있으면 참석하면 된다. 그러나 거리가 먼 회사의 경우에는 하루종일 커피숍이나 공원에 '죽치고' 앉아있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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