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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로 대선 결판내자는 <조선일보>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다른 당과 후보들의 비전과 대안은 무엇인가

등록|2007.10.11 15:38 수정|2007.10.11 17:48

▲ 10일 오후 경기도 안양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17대 대선 중앙선대위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에서 이명박 대선후보가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의견 일치를 본 게 하나 있다.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교육공약이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겨레>는 주요 쟁점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은 데 반해 <조선일보>는 아예 '교육 공약'으로 이번 대선을 결판내자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세로만 보자면 <조선일보>가 훨씬 공격적이다.

대입 자율화와 자립형 사립고 100곳 육성을 주요 뼈대로 하는 이명박 후보의 교육 공약은 분명 논쟁적이다. 기존 교육정책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교육 공약대로 하면 이른바 ‘3불정책’ 가운데 '고교 평준화'와 '대입 본고사'는 사실상 폐기된다. 근본적인 정책 방향의 변화이자, 교육 시스템의 질적 변화를 뜻한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이번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의 타당성이나 정합성과는 무관하게 공약으로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현재의 정책과는 물론 다른 당 후보와도 차별화되는 분명한 방향과 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야당 후보의 공약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학교와 교육·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제시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기존 정책과는 확 다른 이명박의 교육

<한겨레>는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고, 교육계에서도 이 공약의 방향과 타당성을 놓고 진보-보수 단체들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면서 "귀족학교 논란 등이 서민 박탈감을 자극할 때는 대선 정국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또 "범여권은 범여권대로 이 후보의 기득권층 대변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태세"이지만 한나라당도 "이 후보의 교육정책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그리 싫지 않은 기색"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현행 교육제도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어 교육정책 논란이 오히려 이 후보에게 유리한 게임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도덕성 검증, 대운하, 외교 능력 등 이 후보에게 불리한 이슈들이 자연스레 뒤편으로 밀리는 부수적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풀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에서 '2007 대선, 이 교육을 어찌할 건가로 결판내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이 후보의 교육공약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교육자율화' 문제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흘 후에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이번 대선에서는 교육정책을 놓고 여야가 머리 터지는 논쟁을 벌여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의 여권에게는 "공약이 있다면, 야당이 제시하는 공약을 반대하는, 공약 아닌 공약밖에 없다"고 힐책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여권의 후보들이나 다른 당 후보들 역시 교육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정견과 정책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반대하는 것 못지 않게 자신들의 '대안'을 펼쳐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역시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다른 당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내놓은 공약에 대한 '검증'은 바로 언론의 몫이 아니던가.

교육으로 결판내자는 <조선>, 검증은 제대로 하고 있나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신문들은 어제 오늘 일제히 분석기사와 사설 등을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공약의 일관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보았다. 이 후보의 공약이 과연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인가가 검증의 초점이 됐다.

지금과 같은 대학 서열 구조·학벌 중시 문화를 그대로 둔 채 대입시를 자율화해 본고사가 부활되고, 초중등으로 까지 사교육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대거 세우겠다는 것이 어떻게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조선일보>를 비롯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사실상 지지하고 나선 신문들은 그런 문제들은 에둘러 한마디 정도 걸치고 지나갔을 뿐 제대로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여러 문제점들을 이른바 고교 평준화와 대입 본고사 제한 등 '3불정책'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번 대선에서 교육쟁점으로 '결판' 내자"고 주장하고 나선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 <조선일보> PDF

그런 점에선 오늘 외고나 과학고 등에 재학 중인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극빈층 학생들의 실태를 다룬 <국민일보>의 '교육 빈익빈 부익부-서울 8개 외고·과학고 기초생활자 학생 4명뿐'(엄기영 기자) 기사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이 전국 외고와 과학고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한 이 기사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서울시내 6개 외고에 재학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학생은 단 6명에 불과했다. 과학고에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국적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4년부터 올 1학기 까지 전국 외고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이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은 차상위 계층 학생으로서 장학금을 지급받은 학생은 학교마다 학기당 평균 5.97명 수준. 과학고는 1.24명이었다. 이들 빈곤층 학생들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장학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숫자가 바로 평균 재학생 수치를 나타낸다. <국민일보> 기사는 "소득에 따른 교육 양극화 현상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특목고 못 가는 세상

이같은 분명한 '사실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해 상당수 신문들이 이명박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해 아무런 검증 작업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3불정책' 탓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보수진영으로서도 무척이나 '위험한 도박'이다.

왜냐하면, 그 파장이 상상외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예견한 것처럼 당장 이번 대선에서 미칠 영향력 때문만이 아니다.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해 이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였을 때 몰고 올 파장에 비한다면 대선 국면에서의 파장은 그래도 작은 편이다.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보수언론을 비롯한 보수진영 또한 그 뒷일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미리부터 생각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니면, 그 후과가 너무 크지 않을까.

어쨌거나,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다른 당이나 후보들은 어떤 생각들일지 궁금하다. <한겨레>의 분석처럼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같은 신문들이 이 후보의 '교육 공약'에 자신만만해 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교육현실에 대한 높은 사회적 불만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다른 당이나 후보들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그것을 꺼내놓을 때다. '이대로'만 외쳐서는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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