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보러와요> 포스터 ⓒ (주)이다엔터테인먼트
칙칙한 회색 벽, 낡은 철제 서랍, 탁자 위 투박한 주전자… 그리고 구형 라디오. 관객들이 극장에 들어와서 보게 되는 이런 무대 배경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오른쪽 구석에 자리한 작은 취조실로 종종 인물들이 옮겨갈 때가 있을 뿐이다. 이곳은 경기도 태안지서 형사계 사무실, 화성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강간 살해되고 있던 89년이다. 서울에서 자원한 김반장, 시인 지망생 김형사, 지역 토박이 박형사, 무술 9단의 조형사가 한 팀이 되어 이 참혹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작년 4월 2일부로 공소시효가 만료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았으니. 그러니 <날 보러 와요>의 많은 인물들이 범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정작 <날 보러 와요>라는 연극 자체는 (표면적인) 범인을 잡는 데 관심이 없다. 이는 작품의 폄하가 아니라 그 반대다. 사건을 수사하는 4명의 남자와 더불어 2명의 여자(사건을 취재하는 경기일보 박기자, 다방 레지 미스김)를 무대에 주요 등장시킨 연극은, 수사 과정이 진행될수록 점차 변해가는 그들의 복합적인 감정과 피폐해져가는 인간 군상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인간에 대한 치열한 탐구는 결국 웃음과 울음을 효과적으로 아우른다. 용의자의 입에서 사건의 끔찍한 묘사가 나올 때, 수사팀이 ‘온 힘을 다해’ 증거자료를 수집할 때, 객석에서 오히려 폭소가 터지는 원인이다.
▲ <날보러와요>의 한 장면 ⓒ (주)이다엔터테인먼트
제목이 왜 <날 보러 와요>일까. 김광림 작가는 “극장 객석에 진짜 범인이 앉아서 이 연극을 본다는 가상에서 제목이 나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범인 때문에 극심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니 사실 <날 보러 와요>는 ‘진실’이라는 범인을 치열하게 찾아가는 연극이다. 그 참혹한 ‘진실’이 우리 현실에서 존재했는가를, 연극이란 허구를 빌어 끊임없이 반문하는 작품인 것이다. 다시, 긴 말 할 것 없다. <날 보러 와요>를 보러 가시라. 영화와 또 다른, 연극만이 지니는, 숨이 막히는 ‘집단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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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기간 : 9.11 ~ 11.11
- 공연시간 : 평일 8시, 토요일 4시ㆍ7시, 일요일 3시ㆍ6시
- 공연장소 :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 티켓가격 : 일반 2만5천원, 대학생 2만원, 중고생 1만5천원
- 문의ㆍ예매 :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