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누가 뭐래도 가을입니다.
담장을 타고 무성하게 자라던 담쟁이덩굴의 이파리들이 하나 둘 가을빛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담쟁이덩굴의 잎맥에서 길을 봅니다. 그 작은 길들이 있어 이들이 존재했구나 생각하니 가을길을 따라 걷고 싶었습니다.
▲ 담쟁이덩굴담쟁이덩굴이 가을빛을 띄운다. 작은 이파리마다 잎맥(길)이 이어져 있다. ⓒ 김민수
가을빛을 따라 걷다가 참으로 많은 가을빛을 만났습니다. 가을이 그냥 풍요의 계절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수수한 빛깔, 소박한 빛깔에서부터 요염하고 강렬한 빛깔까지. 가을빛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그냥 만나는 가을빛마다 한껏 성숙한 계절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 국화물 위에 떠있는 국화, 가을빛이 화사하게 느껴진다. ⓒ 김민수
누군가 잔잔한 물 위에 갖가지 국화를 띄워놓았습니다. 꺾인 꽃이 그저 안타깝게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꺾이고도 풍성함이 넘칠만큼 들판에 꽃이 피어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입니다. 아직도 가을빛을 만나지 못했나요?
가을에 가을빛을 만나지 못한다면, 하루라도 가을빛을 더듬어 보지 못한다면, 가을에 대한 결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계절에 대한 예의, 그것도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제가 만난 가을빛, 그 속에서 여러분도 가을빛을 더듬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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