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선 때마다 출몰하는 대처.그는 부동산정책의 지뢰와 같은 존재

대처를 숭배하는 서울대교수,수치 조작이 너무 심하다.

등록|2007.10.15 19:54 수정|2007.10.15 19:52
대처에 열광하는 여자분이 있다.그는 서울대 교수라는 박지향씨다.그는 최근 ‘중간은 없다-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를 책으로 낸 모양이다.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인용된 박교수의 책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해 보기로 하자.

우선 국민일보 10월 5일자에 실린 박교수의 책 내용 일부는 이렇다.- "대처 취임 이후 영국은 연평균 2.8%의 지속적 경제성장, 1%대의 인플레이션, 4%대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사회 발전을 이룩했다. 2006년 영국은 국내총생산 규모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302쪽)

대처가 이른바 ‘영국병’치유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박교수처럼 전혀 근거없는 수치 제시로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로 하여금  잘못된 지식이나 잘못된 시각을 갖도록 유도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박교수는 “대처 취임 이후 영국은 연평균 2.8%의 지속적 경제성장”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2.8%라는 수치는 전혀 근거없는 수치이다.

IMF가 발표한 “World Economic Outlook,April 2007”에 의하면 대처가 집권한 시기인 1980~1990년 선진국 29개국 평균 성장률은 3.5%인 반면,동기간 영국 평균경제성장율은 2.2%에 그쳤다.1991~2000년에는 전자가 3.4%,후자가 2.4%였고 2001~2006년 기간에는 전자가 2.7%,후자가 2.5%였다.

박교수는 또 “대처 취임 이후 영국은 1%대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고 주장하는데, 영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도 특별하게 좋은 성적은 아니다.

1980~1990년 IMF 기준 선진국 27개국 평균 물가상승율과 영국의 물가상승율은 둘다 7.0%로 동일하다. 1991~2000년 선진국 평균 물가상승율은 2.9%,동기간 영국은 2.7%,2001~2006년 27개국 평균 물가상승율은 2.0%,동기간 영국은 1.6%이다.(29개국 중 8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스라엘과 아이슬랜드는 제외)

1990년대 이후에는 중남미를 포함한 전세계가 물가안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영국만 특별하게 물가안정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교수는 또 “대처 취임 이후 영국은 4%대의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 또한 엉터리다. ILO 홈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대처 취임 이후 80년대 실업율은 70년대 실업율의 두 배를 넘어섰다.1971~1979년 영국의 평균실업율은 4.3%인 반면 1980~1990년 평균실업율은 9.7%였다.

그 다음 박교수는 “대처 취임 이후...노동시장의 유연성과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사회 발전을 이룩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도 근거없는 주장이다.

ILO 홈피 통계자료에 의하면 대처가 집권한 1979년 영국 총취업자 수는 2539만명이었고 그녀가 물러나던 해인 1990년 영국 총취업자 수는 2668만명으로 129만명 늘었는데 이 수치는 결코 큰 수치가 아니다.왜냐하면 당시 우리나라 총취업자 수는 80년 1368만명에서 90년 1809만명으로 441만명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영국보다 인구가 1200만명이나 작은 우리나라도 최근 매년 25~30만개의 일자리 증가 수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1200만명이나 많은 영국이 대처 집권 당시 고작 매년 11만 개의 일자리 수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박교수는 이런 작은 수치들도 무척 부러웠던 모양이다. 

박교수는 또 “2006년 영국은 국내총생산 규모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다.

IMF가 2007년 4월에 발표한 “World Economic Outlook,April 2007”에 의하면 2006년 국내 총생산 규모는 독일이 2조 8970억불로 3위,중국이 2조 6301억불로 4위,영국이 2조 3737억불로 5위,프랑스가 2조 2316억불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인구 수가 비슷하므로 영국과 프랑스간 경제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대처에게서 배울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기업개혁의 경우 개혁 추진주체가 공기업들의 자사이기주의나 주무부처의 조직이기주의에 끌려 다녀서는 안되고 강단있게 이들의 저항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처의 정책노선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는 지뢰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특히 부동산 정책의 경우 대처의 정책 노선은 그야말로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영국의 주택가격은 60%의 높은 개발이익세 덕분에 선진국 중에서도 모범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다.1970년 보수당이 개발이익세를 폐지했다가 전국 주택가격이 3년간 100%이상 폭등하여 혼줄이 나고 4년만에 정권을 넘겨준 적이 있기 때문에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개발이익세는 강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었다.

그러나 1985년에 이 개발이익세를 폐지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마거릿 대처다.그리고 그의 독선적 결정 이후 아니나 다를까 1986년 이후 4년간 주택가격은 100% 이상 상승했다.1990년에 전세계적인 부동산 거품붕괴가 없었다면,그리고 대처가 1990년에 물러나지 않았다면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추가상승했을지 아무도 모른다.

1980년대에 나온 국토연구원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1970년대 영국의 부동산 PIR(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은 3.5배로 미국의 4.5배보다 낮아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주택정책 선진국이었다.그러나 대처가 보기에는 이런 상황도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참고로 2004년 서울의 주택평균 PIR은 7.6배에 이르고 2007년 서울의 아파트 평균 PIR은 12배가 넘는다.서울시 아파트평균가격이 5억 정도이고 가계평균소득이 4000만원(가구주평균 연봉은 2800만원 정도)아래이니 서울 아파트 PIR이 12배가 넘는 것이다.이 수치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17대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영국의 부동산 정책의 교훈,그리고 대처의 부동산정책의 교훈은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0년대 부동산 가격 폭등 속에서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부동산 정책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주택정책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1970년대 영국과 1960년대 이후의 싱가포르 부동산정책은 대처의 방식과는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대처의 여러 정책 중에서 한두 개는 우리가 양약으로 원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소득 자영업자 조세 투명성 확보나 고소득 공기업의 공공성 확보는 대처처럼 결단력 있게 저항을 돌파하며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칼날이 서민층에 함부로 겨누어져서는 곤란하다.대처 집권기에도 영국의 국민부담율은 1975년 35.3%에서 1985년 37.7%로 높아졌다.여전히 우리나라보다는 10%가 높다,그리고 영국의 보건 복지분야 종사자 비율도 10%가 넘는다.3% 내외의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내 생각에 대처는 우리에게는 또 마약과도 같다.극소량을 적절히 사용하면 분야에 따라 도움이 될 분야도 있겠지만 부동산 정책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마구잡이로 그를 원용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난관에 부딛힐 수도 있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