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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총동창회, 관악수목원 규정 또 무시?

작년 '약속'은 뒷전... 시민·환경단체 "반환경적·특혜성 행사 중단해야"

등록|2007.10.16 09:35 수정|2007.10.16 18:12

▲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서울대 관악수목원. ⓒ 최병렬


도시락도 갖고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는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서울대 총동창회가 또 개교기념 동문가족행사를 개최하기로 하자 시민·환경단체들이 '행사중단 촉구 기자회견'과 '침묵시위'를 계획하며 맞서고 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이하 안양환경련)에 따르면 서울대 총동창회가 오는 21일 관악수목원에서 동문행사를 개최한다. 서울대 홈페이지의 61주년 기념 동문행사 일정에는 서울대 총동창회 행사로 '21일 오전 9시 관악캠퍼스 대운동장에 모여 관악산 등반에 나서 안양수목원에서 12~16시까지 중식과 식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 행사'로 진행되는 친목행사 일정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지난해 같은 곳에서 동문행사를 열어 비난을 받자 "2006년은 계획된 행사로 어쩔 수 없으나 2007년에는 장소변경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도시락도 못 들어가는 공원에서 '중식·식음료 제공' 등산대회를?

▲ 서울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총동창회 관악수목원 행사 안내 ⓒ 최병렬


이에 안양환경련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오는 21일 12시 안양예술공원 내 서울대 관악수목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침묵시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안양환경련은 "29년간 해마다 관행적으로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서울대 수목원 규정을 위반한 특권적 행사"라며 서울대 총동창회측에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당시 서울대총동창회 사무총장이 "2007년부터는 장소변경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자 1년간 지켜보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총동창회는 같은 장소에서 행사를 계획하자 안양환경련은 이번 행사가 관악수목원에서 개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양환경련이 지난 8일 서울대총동창회에 금년도 행사관련 질의를 한 결과 서울대 동창회 측은 10일 기획실장 명의의 회신공문을 통해 '장소변경은 어려우며 대신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고 자연보호를 홍보할 수 있는 행사로 진행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서울농대 관악수목원 홈페이지의 단체 방객 예약확인 상태를 보여주는 10월 달력을 확인한 결과 일요일인 10월 21일은 빈 공간으로 일체의 탐방객이나 행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기록된 상태다.

서울대는 관악수목원 식생보호를 위해 등산로를 폐쇄하고, 자체규정을 마련하여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는 입장 금지하고 평일에 한해 지정받은 숲안내자의 안내를 받는 단체견학 허용할 뿐 아니라 도시락 지참 등 일체의 취사·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 서울대 관악수목원 홈페이지의 10월 예약 달력에 21일은 빈칸이다. ⓒ 인터넷화면캡처


"자체 규칙도 어기는 서울대, '지성'의 명예를 내려놓으라"

이와 관련 시민·환경단체들은 '서울대총동창회는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의 반환경적, 특혜성 행사 개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약속을 뒤집은 서울대총동창회를 규탄하고 이용규정에 위배되는 반환경적 행사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서울대총동창회에서 작년의 약속을 뒤집고 금년에도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서울대 가족 친목행사를 개최하려는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며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행사를 개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는 2000~3000명이 모여 음식과 술을 먹고 레크리에이션 등을 즐긴다는 점에서 반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이 견학할 수 없는 공휴일에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특혜성 행사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대 동창회 측은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답변 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약 행사를 끝내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개최한는 것은 서울대총동창회의 비상식적이고 관행적인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이들이 자칭 타칭 불려왔던 '우리나라 지성의 대명사'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이제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환경단체들은 "지금에라도 서울대총동창회는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의 행사개최를 즉각 중단하고 향후 이곳에서 행사개최를 하지 않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안양환경련 안명균 사무국장은 "정식 견학일도 아닌 일요일에 수백명 이상의 인원이 식사와 음주를 하는 행사가 또 다시 진행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로 관악수목원을 자기 집 앞마당처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또 "규정에 위반되는 이용허가를 내준 서울대 관악수목원과 특혜성 행사를 관행적으로 개최해온 서울대 총동창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관악수목원 정문앞에서 진행한 안양환경련 침묵시위. ⓒ 최병렬


▲ 행사 후 서울대 동문 가족들을 귀가시키기 위해 관악수목원으로 들어가는 수십여대의 대형 관광버스들(2006년 10월 모습). ⓒ 최병렬


지난해에도 물의... "장소 변경 검토" 약속했으나

경기도 안양시 안양2동 산16-1번지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식물 보호를 위해 도시락 등 음식물의 반입조차 금지시키고 있는 반면 서울대 총동창회는 대형버스를 동원하면서 매년 이곳에서 동문가족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서울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 총동창회가 10월 14일 개교 60주년 동문가족행사를 관악수목원에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총동창회측에 행사 중단을 요청하는 항의공문을 보내고 현장에서 중단 촉구 침묵시위에 나선바 있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2006년 10월 13일자 '서울대 총동창회는 관악수목원 규정 위반해도 된다?' 기사와 10월 15일자 '규정 어긴 서울대 총동창회 "내년부터 장소 변경 검토"' 기사를 통해 당시 상황과 '장소변경 검토'를 보도한 바 있으나 결국 1년만에 재발된 상황이다.

안양시민 박원웅(42)씨는 "수목원 보호를 위해 관악산 등산로에 철조망까지 치고 폐쇄한 서울대가 앞뒤를 구분 못하는 것 아니냐"며 "서울대 총동창회도 규정을 스스로 무시하고 식사는 물론 음주까지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안양시의 한 공무원도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견학기준이 서울대 총동창회라는 이름 앞에는 아무 의미가 없나 보다"며 "규정에 위반되는 이용허가를 내준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사과하고 서울대 총동창회도 관행적 행사로 누를 끼쳐선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 서울대 관악수목원내 중앙로 ⓒ 안양시청


관악산 자락에 조성된 관악수목원은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여 이를 다듬고 가꾸어진 속살을 40여년만인 지난 2005년 4월 일반인에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도시민들에게는 사색과 명상의 숲으로, 또한 탐방.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중이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부설 수목원으로 설치된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안양시 석수동 안양예술공원(구 안양유원지) 끝자락에 지난 1965년에 조성된 후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 온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땅으로 존재해 왔다.

각종 희귀식물과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갖춰진 이 수목원은 전체면적 1,501㏊(454만평)중에서 수목원 조성면적만 15㏊(4만5000평)에 이르고 1700여종 8만그루의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주요 시설로는 수목원 중앙로, 단풍길, 진달래길, 야생초화 관찰로가 있다.

또한 7개의 정원(유실수원·화관목원·수생초원·숙근초원·무궁화원·대잔디원·소잔디원)과 인공조림지(낙엽송·잣나무·독일가문비 조림지)가 마련돼 있다. 서울대측은 수목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안양예술공원쪽 입구에 철문을 설치하고 차량과 인원의 통제를 하고 학술적인 목적으로 사전견학.신고를 한 단체나 학교 등외에는 출입을 차단해 왔다.

하지만 신림동 방면이나 과천, 관양동 등에서 등반을 한 후 안양예술공원쪽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은 통과시켜 왔으나 지난 2002년 수목원으로 연결하는 등산로에 철조망을 치고 우회등산로를 개설해 통제하면서 1시간을 더 등산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되자 등산객들이 거세게 반발하기고 했다.

이에대해 서울대 수목원측은 "평균 1주일에 5~6건씩 묘목이 도난당하고 희귀종인 산백합, 자생종 할미꽃, 매발톱 등 작물을 캐가 600~700평 규모의 재배지가 훼손됨에 따라 한때 수목원 폐쇄까지 검토하기도 했다"고 고충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회등산로에 둘러친 철조망을 뚫고 수목원내 계곡과 하천으로 하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수목원이라도 자유롭게 탐방하게 해달라는 민원에 안양시가 나서 노력한 결과 지난 2005년 4월 22일을 기해 일반인들에게 부분적으로 개방된 가운데 수목원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장 희망일 일주일 전에 관악수목원(학교)과 만안구청 건설과에 신청해야 가능하다.

개방 요일은 유치원, 학교, 기관, 단체가 월~목요일에, 개인 및 가족은 금요일에 이용하고 입장 시각은 13:30~14:30에 신청자 모두가 입장해야 하고 오후 6시까지 퇴장해야 하며, 주말과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식물보호차원에서 입장이 허용되지 않으며 입장객에게는 숲 해설자가 동행해야 한다.

안양시에 따르면 서울대측의 협조로 관악수목원이 처음 개방된 2005년 한해동안 단체 5240명, 개인3273명 등 총 8600여명이 다녀가고 2006년에는 1만3천여명의 탐방객들이 다녀갔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으며 자연경관 탐방코스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수목원 탐방에는 도시락 등 일체의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으며 식물·각종 시설물 보호차원에서 배낭·가방 소지도 금지될 정도로 엄격하다.

이와관련 서울대 농대 관악수목원 입구의 안내판과 홈페이지 입장자 유의사항에도 토·일요일, 공휴일(국경일)에는 휴원하며 애완동물, 식물·곤충채집도구, 자전거, 운동기구(공,라켓등), 알콜음료(주류), 도시락을 포함한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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