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손잡고 베니스 아성에 도전한다
[해외리포트] 18일 두 번째 막 여는 로마국제영화제
▲ 제2회 로마국제영화제가 열릴 아우디토리움. ⓒ 로마국제영화제 홈페이지
로마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이자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다. 사실 로마영화제 태생부터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다름 아닌 베니스와의 경쟁 문제였다.
이를 보는 이탈리아 사회의 시각은 엇갈렸다. 중도좌파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로마와 베니스가 가까운 간격으로 국제영화제를 열면서 스타, 영화, 자금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고 이 사안들을 반쪽으로 나누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다 보면 결국엔 폭발만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으면서 양쪽을 비판하는 방향을 선택한 셈이다.
반면 독립영화인들이 만든 시네랩은 로마 쪽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베니스가 영화표를 30유로에 판매하는 데 비해, 로마는 모든 이에게 7유로로 영화표를 판매함으로써 영화제의 문턱을 낮추었다고 평하고 있다. 7유로면 개봉관과 차이 없는 가격으로, 이 덕분에 시민들의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해주는 로마영화제는 베니스영화제와 어떤 면에서 다를까. 전문가들은 로마에서 영화제를 열면 관광객이 더 늘어 음식업, 숙박업 수입을 늘려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할리우드와 연계, 할리우드에서 제작할 영화들을 로마로 끌어와 제작한다는 의도가 일반 시민과 정치권의 이해를 구하게 된 원인이라는 것.
사실 로마영화제에는 할리우드 영화를 유럽으로 직접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이탈리아 영화를 할리우드로 손쉽게 보내겠다는 뜻이 숨어있다.
이를 위해 로마는 이탈리아인의 피가 섞인 배우이자 감독인 로버트 드 니로 및 마틴 스콜세지 등과 연계하고 있다. 뉴욕의 트리베카영화제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로버트 드 니로와 로마의 연계에는 로마와 뉴욕의 직접 영화 교환이라는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또 로마영화제는 마틴 스콜세지가 이끄는 필름 파운데이션과 공동으로 할리우드 옛 영화 복구 작업을 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마틴 스콜세지와 연계하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마틴 스콜세지와 연계... 프란시스 코폴라도 복귀작 들고 로마로
이들만이 아니다. <지옥의 묵시록>을 만든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도 로마행을 택했다. 10년의 공백을 접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유스 위다웃 유스>(Youth without youth)를 들고 로마를 찾는다. 팀 로스가 주연을 맡은 <유스 위다웃 유스>는 언어학 교수가 자살을 결심한 날 벼락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으면서 몸과 마음이 젊어짐을 깨달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복귀작을 선보일 장소로 로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영화제에서 내 영화를 원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로마영화제를 선택한 것은 로마가 시민과 관객을 위해 영화를 선택하고 상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마국제영화제의 주 상영관은 이번에도 아우디토리움이다. 개막작은 프랑스 범죄 영화의 거장 장 피에르 멜빌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알랭 코르노의 <두 번째 숨결>이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모니카 벨루치도 이번에 로마에서 레드 카펫을 밟을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영화를 살펴보면, 우선 프리미어 부문에선 소설가이자 등반가인 존 크라카우너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orld)가 있다. <써스펙트>(The Pledge) 이후 6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숀 펜의 작품이다. 또한 1960년대 히피들의 이야기와 비틀스 노래 30곡이 판타지 영상으로 묶인 짐 스튜게스의 새 영화 <어크로스 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다룬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로 인도 출신 세카르 카푸르 감독이 만든 <골든 에이지>도 주목할 만하다.
시네마 2007부문에선 14편의 경쟁작과 8편의 비경쟁작이 선보인다. <그들만의 러브매치>로 한국에서 개봉한 경험이 있고 과거와 현재의 자아 찾기 여정을 그린 스페인 감독 벤트라 폰즈의 <바르셀로나, 지도>, <호텔 르완다>의 각본과 감독을 맡아 잘 알려진 테리 조지의 세 번째 영화 <레저베이션 로드>(Reservation Road), 부산프로모션플랜(PPP) 프로젝트에 선정될 정도로 부산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이란 감독 아볼파즐 잘릴리의 <하페즈>, 헥터 바벤코의 <엘 파사도>, 훌리오 메뎀의 <카오틱 아나>, 제이슨 라이트먼의 <주노>,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가 출연하는 세르게이 보드로프의 <몽골>, 시드니 루멧의 <비포 더 데블 노우즈 유 아 데드>(Before the devil knows you are dead), 아누락 카시압의 <금연> 등이 기대되는 경쟁, 비경쟁 작품이다.
이밖에도 로버트 레드포드도 신작 <로스트 라이언즈>(Lions for Lambs)를 들고 메릴 스트립, 톰 크루즈와 함께 로마를 찾는다. 이러한 점은 로마가 베니스를 경쟁적으로 의식하는 것을 잘 드러내는 대목으로 보인다. 로마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대거 초청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번 로마영화제엔 한국 영화도 1편 초청됐다. '도시의 알리체' 부문에 박광수 감독의 <눈부신 날에>가 초청된 것. 14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 부문은 청소년기를 다룬 책도 수상할 예정이다.
50명의 심사위원을 이끌 사람은 보스니아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다. 다니스 타노비치는 <살짝만 건드려도 터져버리는 웃음의 지뢰밭>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고 <노 맨스 랜드>로 2001년 오스카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은 시민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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