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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협곡, 끝자락에는 못 갔지만...

[얼치기 사진가의 그랜드 서클 여행 1]

등록|2007.10.16 14:49 수정|2007.10.16 17:54
자이언 캐니언(Zion Canyon)은 5년 전에 다녀왔던 곳입니다. 2002년, 월드컵이 아직 우리나라를 휩쓸기 전, 제법 인생에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실패하고, 마음을 정리하고자 일주일 정도 혼자 미국의 남서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 때는 사진을 하지 않을 때였고, 그저 똑딱이 하나로 눈에 보이는 모습들을 담으면서 다녔습니다. 그것도 메모리를 아끼느라 640×480 최소 사이즈로 말입니다.

5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회사도 여럿 옮겼고, 이사도 했고, 사진도 하기 시작했고, 나이도 먹었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머릿 속에는 한 곳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시야가 머무르지 못할 정도의 계곡과 벌판과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던 그 하늘….

5년이면 충분히 참았다 싶었습니다. 또한 그 사이 시작한 사진에 제법 재미가 붙어 이젠 제법 멋진 사진을 찍어 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어줍잖게 생겼죠. 마침 같이 사진을 하는 후배 중에 사는 데 지쳐 나가 떨어지기 직전인 친구가 있어 꼬셨습니다.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어지는군요. 자이언(Zion) 이야기만 깔끔하게 하고 끝내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Zion CanyonThe Narrows point ⓒ 이동구

아무튼 5년 전 자이언(Zion)을 들렀을 때 사람들의 발길 너머로 이어지는 계곡의 끝자락이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관광 안내서에 나오는 멋진 사진 한 장도 늘 눈에 밟혔었지요. 그 사진이 바로 그 계곡의 끄트머리에서 찍은 사진이었죠.

저 끝에 기가막힌 포인트가 있다고 후배녀석을 꼬셨습니다. 머뭇거리는 녀석을 뒤로하고 바지를 걷고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생각보다 깊어 허벅지까지 오더군요. 역시나 무지 차기도 했구요.

한시간 반 정도를 계곡물을 헤치며 자갈돌 위를 비틀거리며 걸어들어 갔습니다. 정말 그런 죽이는 포인트가 있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후배 녀석이 마침 맞은 편에서 내려오던 다른 일행들에게 물어보더라구요.

몇 마디 대화가 오가더니 저를 째려보더군요.

"형, 10마일 더 가야 한다는데…."

그리 멀 줄은 몰랐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해서 겨우 2마일쯤 온 거 같은데 10마일이라니…. 결국 조금 더 가서 그럴 듯한 갈림길이 나오는 곳에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어설픈 아마추어 사진가의 준비 부족과 얼치기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Zion CanyonThe Narrows point ⓒ 이동구

역시나 이번에도 그 끝자락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찍어 보지 못한 깊숙한 계곡의 사진들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꼭 자이언 협곡(Zion Narrows)의 끝자락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 보고 싶습니다. 컵라면을 씹어 먹으면서라도 10여 마일을 계곡을 헤쳐서 말입니다.

Zion CanyonThe Narrows Point ⓒ 이동구

 
덧붙이는 글 자이언 캐니언(Zion Canyon)은 유타주에 있습니다. 라스 베이거스(Las Vegas)에서 자동차로 대략 4-5시간 정도 걸립니다.

또한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은 미국 남서부 유타주와 아리조나주에 걸쳐 여려개의 국립공원이 모여 있는 곳을 말합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는 그랜드캐니언 역시 여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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