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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1천억으로 축구장 만들고... 주민 복지는?

천안축구센터 사업비 '눈덩이' 증가... 710억원에서 1275억원으로 늘어

등록|2007.10.16 13:50 수정|2007.10.16 21:39

▲ 완공 시점도 두 차례나 지연되고 사업비도 당초보다 곱절에 가깝게 증가한 천안축구센터 건립 현장. ⓒ 윤평호


2004년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12월 30일. 성무용 천안시장은 직접 시청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성 시장은 "중부권 축구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시행되는 개방형 축구장(축구센터) 건립 후보지로 천안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축구 인프라 구축사업은 2002년 월드컵 잉여자금 가운데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된 650억원을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중심이 돼 진행하는 사업. 중부권에서는 천안을 비롯해 대전 동구, 충북 음성이 유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12월 30일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중부권 축구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천안은 다른 2곳을 제치고 최종후보지로 결정됐다.

천안시는 개방형 축구장 건립 유치를 위해 2004년 민간인 참여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민·관이 함께 각고의 정성을 기울였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당시 성 시장은 "2004년 올해의 마지막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전에는 "기쁘다! 2007년 6월 완공하겠다"

하지만 축구센터 유치가 기쁨의 선물만 된 것은 아니다. 몇 년새 당초 사업비보다 예산이 곱절에 가깝게 크게 증가하는 등 원치 않은 재정부담도 선사했다.

유치 당시 천안시는 성정동 602-1번지 일원 21만4233㎡의 부지에 천연잔디구장 2면, 인조잔디구장 3면, 하프 돔, 풋살경기장 등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으로는 월드컵잉여금 125억원과 시비 585억원 등 총 710억원을 투입한다는 것. 이 예산은 용지보상에 440억원, 단지 조성에 270억원이 각각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5년 4월 천안시의회 제90회 임시회에서는 천안축구센터 건립 부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이 의회에서 의결됐다. 계획안에는 부지매입예산으로 450억원이 추산됐다.

하지만 2006년 2월부터 시작된 토지매입 결과 성정동 주변의 지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부지매입예산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 토지보상비만 총 640억원이 소요됐다.

부지매입예산 뿐만 아니라 연계도로망 구축, 지하주차장 신설 등을 위한 사업비도 증가하며 천안축구센터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늘어 1275억원으로 조정됐다. 사업비가 단기간 큰 폭으로 증액되며 한 때 사업추진에 제동도 걸렸다.


사업비 1275억원으로 늘고 완공시점도 두 차례 지연

2005년 12월에 개최된 천안축구센터 건립 기본 및 실시설계 최종보고회에서는 2006년 3월 천안축구센터를 착공해 2007년 6월 완공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루어진 것은 기공식 뿐. 사업비가 늘어난데다가 도시관리계획변경 문제가 연동되면서 완공 시점은 2007년 12월로 1차 미뤄졌다.

2006년 4월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천안축구센터 조성사업을 '재검토 사업'으로 결정했다. 중앙투자심사위는 재검토 결정 배경으로 천안축구센터 조성사업이 규모면에서 과다하다고 밝혔다. 재검토가 확정되면 예산편성에서 배제돼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진다.

축구센터 건립의 차질이 예상되자 천안시는 지난해 하반기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요청, 심사를 통과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심사에는 전체 사업비 1275억원 가운데 도비 지원이 포함돼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올해까지 충남도는 축구센터 사업비로 천안시에 50억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도 10억원이 지원 예정이다.

도비 지원이 추가됐지만 전체 사업비 가운데 85.4%는 오로지 천안시 몫. 천안시는 축구센터 건립에 올해까지 시비만 760억원, 내년에도 33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총 투자되는 시비만 1000억원을 넘는다. 축구센터 건립에 소요되는 시비 1090억원은 추경을 포함한 올해 천안시 예산 1조1210억원의 9.7%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FIFA 세계청소년 월드컵도 놓치고... 내년 말에야 완공

이렇게 사업비는 당초 계획보다 500억원 이상 크게 증가했지만 천안축구센터 완공 시점은 또다시 늦춰져 결국 내년 말로 미뤄졌다. 천안축구센터 완공이 두차례나 지연되면서 지난 8월 천안에서 일부 경기가 열린 FIFA 세계청소년 월드컵에서도 천안축구센터는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

김영수 천안시의회 의원은 "단기적으로 단일한 사업에 과다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다른 부분의 예산이 축소되는 예산운영의 파행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예상치 못한 사업비 증액과 완공시점 지연 등에 대한 행정의 공·과를 따지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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