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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한 장으로 카 셰어링까지? 우리도 해보자

[승용차를 대중교통으로④] 전 세계 공공 승용차 제도 엿보기

등록|2007.10.16 18:28 수정|2007.10.18 13:42
대기오염·교통 혼잡·교통사고·주차난·에너지난 등 자동차 사용에 따른 피해는 엄청나다. 게다가 골목길까지 자동차가 점령하면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어다닐 권리마저 사라진 상태다. 과연 대안은 없을까? 오래 전부터 생태공동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미산 마을이 10월 7일 마을 단위로는 국내서 처음 시작한 '자동차 두레(카 셰어링)'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다섯 가구가 참여한 이 실험을 오마이뉴스가 4~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 브레만시의 시영버스카드와 카 셰어링카드가 통합된 교통카드로 다양한 교통기능을 통합했다는 뜻을 담은 카드의 이미지 ⓒ MOSES


"한 마디로 카 셰어링은 제4의 공공교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카 셰어링(Car sharing)? 차를 나누어 탄다? 어떻게? 왜? 카 셰어링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자, 일본의 카 셰어링 주식회사 오릭스의 카 셰어링 담당자인 타카야마씨가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차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에게 차를 나누어 타자고 하면 거부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또 사람들은 차를 그냥 빌려타는 거라면 렌터카와 뭐가 다르냐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카 셰어링 제도는 지금까지 자동차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형태로 도시 안에서 이용하는 제4의 교통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카 셰어링은 말 그대로 차를 나누어 타는 것이다. 카 셰어링은 초창기만 해도 스스로 모인 몇몇 사람들이 돈을 모아 차 몇 대를 나누어 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시스템이 도심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국가 지원이 잇따랐고, 미국에서 영리목적으로 발전하면서 관리 기술이 도입되고, 대규모 사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카 셰어링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우선 사람들 몇몇이 스스로 하는 경우다. 운전자들이 직접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보험료나 연료비를 함께 책임지고 스스로 차를 세차하거나 점검한다. 한정된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예약이 겹치는 경우가 있으며 사용자 간 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주민 참여의식이 자란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는 기업형 카 셰어링이다. 이는 카 셰어링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필요할 때 차만 이용하면 되니 보험료나 연료비를 따로 낼 필요가 없고 예약이 겹치지 않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미국] 신용카드로 대중교통과 카 셰어링까지

▲ 2002년 50000만 번째 회원이 가입한 것을 축하하는 카 셰어링회사 모빌리티. ⓒ 모빌리티 www.mobility.ch


1987년 스위스에서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차가 필요하지만 사지 못하는 사람들 58명이 함께 돈을 모아서 차 6대를 산 뒤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놓고, 필요할 때에만 예약하여 차를 이용하는 카 셰어링을 시작한 것이다.

뜨거운 호응으로 카 셰어링 참가자들이 4년 만에 30배나 늘어났고, 스위스 정부는 카 셰어링을 교통정책의 하나로 인식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스위스의 카 셰어링 회사들이 모빌리티라는 한 회사로 합병됐고, 스위스 정부는 버스 전철과 같은 공공교통부터 렌트카·택시·국가철도까지 모든 교통을 연계하여 교통카드를 만들었다.

자동차 6대에 58명으로 시작했던 카 셰어링 사업이 스위스 국민의 참여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2007년에는 스위스 인구의 1%에 해당하는 7만4000명이 참가하고 약 2000대의 차량이 운행되는 새로운 공공교통으로 확대된 것이다.

1990년에는 독일에서도 카 셰어링 사업이 시작되었다. 1998년 브레만시는 스위스처럼 공공교통과 연계된 제도를 도입하였고 2002년에는 카드 한 장에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카 셰어링 요금대납 기능까지 포함시켰다. 이러한 결과 카 셰어링 기능을 통합한 버스카드 이용율은 실제 55%에서 72%로 늘어났다. 또한 독일 전체로 봤을 때도 2003년에는 2100대의 자동차를 5만5000명이 함께 이용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오스트리아는 450대를 1만1000명이, 스웨덴은 200대를 2000명이 함께 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시작한 곳은 프랑스 파리로 올해 7월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카 셰어링을 지속가능한 교통체제의 하나로 인식하고, 환경부가 약 900만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여 초기투자비 50%를 지원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 시가 소유한 자동차 330만 대를 처분하고 지역 카 셰어링 회사의 회원이 되어 카 셰어링 차량을 관용차량으로 사용한 필라델피아시. ⓒ 필라델피아 카쉐어



또한 카 셰어링을 시행하는 EU 국가들은 카 셰어링 참여 차량에 대해 노상 주차를 허가하고 있으며, EU 위원회는 총 450만 유로를 투자해 지속가능한 교통체계의 하나로 카 셰어링을 연구하고 있다.

비용절감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카 셰어링 사업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미국에서 가장 큰 카 셰어링 회사인 집카는 13개 주에서 8만 명 회원이 2500대 차량을 이용하는 회사로 성장하였다. 지자체의 협력도 활발해져, 2000년부터 필라델피아시는 시 소유 차량 330대를 없애고 지역의 카 셰어링 회사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직접 카 셰어링에 동참하였다. 지난 5년 동안 필라델피아시는 구입비·주차장비·유지비·연료비·수리비 등 총 900만 달러(약 82억 6000만원)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 도쿄역까지는 카 셰어링으로, 오사카까지는 철도로

이런 바람은 아시아에서도 불고 있다. 1999년 일본의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는 전기자동차를 실험하기 위해 450명을 대상으로 카 셰어링 실험을 하였다.

실험이 끝난 후 오릭스주식회사·오릭스 렌터카·스즈키·NEC소프트·일본전기주식회사 등이 공동출자하여 CEV주식회사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카 셰어링 사업이 시작되었다. 참가 희망자 250여 명 중 정작 사업이 진행되자 참가한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주차장 확보, 저공해차량 구매 등 투자는 계속되어 4년 동안 57개소 차량 120대에 총 1700명이 참가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또한 도쿄·나고야·오사카 지구 카 셰어링 회사를 연결하여 대중교통과 호환이 되도록 했다. 즉 도쿄에 사는 사람이 카 셰어링을 이용하여 가까운 철도역까지 간 뒤, 철도역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철도를 이용하여 오사카에 가면 다시 오사카역 주변 주차장에서 차를 빌릴 수 있도록 한 것.

2006년부터는 정부가 카 셰어링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를 없앴고, 2007년에는 도쿄도가 카 셰어링 차량을 위해 주차장을 빌려주는 등 행정 지원이 시작됐다. 회사 차원에서도 교토에 거점을 마련하고 철도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차 나누기' 해보니 '돈 더하기 환경'

▲ 카 셰어링 회사 오릭스의 카 셰어링 홍보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모두의 자동차라고 홍보하고 있다. ⓒ 오릭스자동차주식회사


유럽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실험이 유럽과 미국·아시아까지 퍼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카 셰어링의 공공성과 환경성을 국가는 교통정책의 하나로, 기업은 영리차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카 셰어링을 다각적으로 조사하였는데, 카 셰어링에 참여하면 자신이 가진 차 주행거리가 적게는 25%, 많게는 80%나 줄어들며 사용횟수가 50% 이하로 주는 반면 버스나 철도 이용률이 30~40%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카 셰어링이 도시를 대상으로 한 교통체계인 만큼 주차하기 편하고 이동하기 편한 소형차 선호 현상이 일어났다. 카 셰어링용 소형차를 이용한 참가자들이 소형차를 좋게 봐서, 차를 사더라도 소형차를 사는 것. 이는 카 셰어링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차를 사면 처음에는 연료비 때문에 아껴 쓰겠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운 거리도 차를 이용한다. 또한 한꺼번에 연료를 넣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얼마나 쓰는지 실감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카 셰어링은 이용한 만큼 요금을 내기 때문에 연료비에 대한 감각이 생기게 되고 가까운 거리는 차보다 자전거나 이륜차 또는 공공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공공교통의 특성상 공공교통은 이용객이 없어도 운행이 되어야 하지만, 카 셰어링은 공공교통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필요할 때만 운행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환경부하를 줄이며 기후보호에도 도움을 준다.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어들고, 필요한 거리만 이동하며, 차를 없애거나 적게 사용하는 일이 얼어난다. 차를 사더라도 소형차를 좋아하며, 요금이나 거리에 대한 감각이 생기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준다.

기후보호를 위한 교통정책이 카 셰어링 사업에 모두 녹아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실제 영국·일본·미국·유럽에서 조사한 결과, 카 셰어링에 참여하는 회원은 1명 당 적게는 1.5톤 많으면 2.4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며 자가용의 주행거리는 9000㎞/년에서 2500㎞로 줄어든다고 한다. 또 6만5000명의 사람이 2300대의 차를 공유하면 1만4000대의 차량이 사라지며 1억 7000만㎞의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3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며 이는 결과적으로 축구경기장 40개 분량의 주차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카 셰어링 정착시키려면, 공공 주차장을 확보해라

▲ 카쉐어링 자동차 안에 요금기가 달려 있어 사용한 만큼 내야할 요금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요금 안에 보험료와 연료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 녹색연합

이러한 카 셰어링 제도가 공공교통으로로 정착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단어는 바로 주차장. 지자체, 공공교통 그리고 참여다. 일본의 카 셰어링NPO '시키의 바퀴'도 처음에는 주차장 문제로 카 셰어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녹지보존을 목표로 뉴타운을 만들었는데 정작 사람들이 입주하자 주차장이 부족했다. 회사가 나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자, 주민들은 한정된 주차장을 함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주차장 문제는 카 셰어링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카 셰어링 주차장까지 가는데 20~30분이 걸린다면, 또는 목적지에서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까지 20~30분이 걸린다면? 카 셰어링 회사는 그 지역 회원을 포기해야 한다. 사람들이 20~3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참으면서까지 카 셰어링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카 셰어링회사인 집카는 300~400m 간격으로 매우 촘촘하게 주차장을 만들어 접근성과 편리함을 높였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공공주차장을 얼마나 확보하는가는 사업의 열쇠다.

지자체와 연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07년부터 도쿄는 시가 운영하는 14곳 주차장을 싼 값에 빌려주기로 하여 카 셰어링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시는 공무원들이 직접 카 셰어링 회원이 되어 카 셰어링을 적극 홍보하였다. 또한 브레만시는 시영버스와 통합한 카드를 만들어 편의를 찾았고, 이탈리아는 국가가 카 셰어링을 산업으로 인식하여 투자하고 있다.

차는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참여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카 셰어링은 이용자들만 있다면 어디에서든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참여자가 없다면 사업은 불가능하다. 필라델피아시의 시도를 문화변화라고 한다. '마이카'에 대한 애착이 강한 미국에서 차를 함께 쓴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던 것이다.

한국 역시 차란 가지는 것이며 내 차, 큰 차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을 갖는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다.

차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며 '서비스하는 물건'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차가 막힐 때마다 '누가 이렇게 차를 가지고 나왔어' 라고 불평하는 게 아니라, 모두와 함께 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나부터 생각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은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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