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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캐니언서 해를 쫓아 숨바꼭질하다

[얼치기 사진가의 그랜드서클 여행 2]

등록|2007.10.17 14:52 수정|2007.10.17 18:21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가와 여행가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해뜨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잠을 자고 있었다거나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면 여행을 하러 온 사람입니다. 반면 어딘가에서 삼각대를 펼치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 사람은 사진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간에 말이지요.

아마추어 사진가를 꿈꾸며 여행을 온 우리들로서는 브라이스 캐니언의 일출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전날의 일몰은 진눈깨비로 망쳐 버린 탓에 더더욱 중요했습니다.

브라이스캐니언의 석양서쪽으로 지는 해가 브라이스캐니언을 비추고 있다. 일몰이 멋진 곳이었지만 갑작스런 눈보라 때문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 이동구


눈 쌓인 브라이스캐니언10월 초였는데 벌써 눈이 쌓여 있다.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인 탓이다. ⓒ 이동구


숙소를 잡으면서 해가 언제 뜨는지를 확인하고 알람을 맞춰 두었습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렀지만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뜨는 해를 조금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미 일출 포인트에는 많은 삼각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첫 햇살에 빛나는 브라이스캐니언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브라이스캐니언의 바위들을 비추고 있다. ⓒ 이동구


계곡 전체가 불에 타는 듯이 붉게 물든 장면은 낮에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런 색상은 아침햇살을 기다리는 부지런한 사진가들에게만 보여지는 특별한 장면입니다.

여행 안내 책자에 나오는 사진처럼 똑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찍어보면 전혀 다르죠. '특별한 사진 기술' 혹은 '포토샵', 어떤 경우는 '비싼 카메라'로 그 공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비밀은 바로 '시간'과 '햇살'입니다.

어떤 사진은 일년 중 어느 한 순간에만 찍을 수 있는 사진도 있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사진가들은 1년을 기다립니다. 그 순간을 잡기 위해 벼랑 끝에서 밤을 세기도 합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추억을 찍어보고 싶으시다면 해 뜨는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브라이스의 일출아침 햇살에 빛나는 브라이스 캐니언의 기암괴석들 ⓒ 이동구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겨울에는 제법 많이 춥기도 할 거구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건지는 여행 사진 한 두 장은 두고 두고 자랑할 수 있는 사진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브라이스의 아침첫 햇살에 붉게 물든 브라이스 캐니언의 바위들 ⓒ 이동구


덧붙이는 글 브라이스캐니언은 자이언캐니언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자이언캐니언에서 2시간 정도만 운전하고 가면 바로 브라이스죠. 공원 입구에서 마지막 포인트까지 대략 10마일 정도이니 대충 살펴본다면 2시간 정도면 모든 포인트들을 둘러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구경하려면 여러가지 트레일들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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