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단속에 수십억 쓰는 이땅의 민주주의
고양시청으로 모여든 고단한 민초들을 만나다
▲ 시청을 막아 선 포클레인고양시청 앞에 대치하고 있는 노점상연합회 회원들과 전경들 ⓒ 이성한
궁금증이 있었고, 괜히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었다. 9시 뉴스를 통해 고양시청 앞에서 벌어졌던 노점상들의 격렬한 시위와 고양시청 진입투쟁을 알 수 있었고, 나는 오늘 그 곳으로 달려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되는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의 투쟁의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근재씨는 IMF 때 실직을 하여 부인과 함께 떡볶이와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하며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내면서 살림을 돌보아 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11일 올 해 들어 수 차례 단속을 펼쳐왔던 고양시는 400여명의 용역직원들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폭력적 단속을 벌였고, 이 와중에 고인은 부인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리어카를 지키려다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었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매어짐을 느낀다.
▲ "고양시청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고양시청 앞 5거리 나들목을 가득 메우고 집결한 전노련의 노점상들 ⓒ 이성한
▲ 노점상도 사람이다.고양시장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있는 협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연좌해 있는 노점상들 ⓒ 이성한
오후 1시가 넘어서자 전국 곳곳에서 몰려들고 있는 전노련(전국노점상연합회) 회원들의 모습이 고양시청 앞 나들목 5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가슴엔 검은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머리엔 단결투쟁의 머리띠를 묶고, 깃발을 앞세워 길다란 대오를 이루며 고양시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어제는 전노련 회원 3천여명이 시청 청사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여 20여명이 다쳤으며 경찰도 10여명이 다쳤다. 경찰은 시위대 중 13명을 체포했다고 한다. 이날의 분위기도 어제 못지않게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는 듯 하다.
강현석 고양시장은 "시민의 휴식공간을 잠식하는 노점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더군다나 지난 7월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을 위해 3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 고단한 노동자의 투쟁아스팔트 맨 바닥에 앉아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어떤 노점상 아저씨의 모습이 고단해 보인다. ⓒ 이성한
▲ 커피 한 잔 하세요!격렬한 투쟁의 현장에서도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어머니, 아주머니들은 오늘도 커피 한 잔을 팔기 위해 맨 땅바닥에 앉았다. ⓒ 이성한
이것은 누구의 민주주의이며, 그 민주주의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왜 이땅의 민주주의라는 허울은 가난한 민중을 생존의 벼랑으로 몰이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높은 자살율로 민중의 그 고단한 삶을 증거하게 만들고 있는가.
이날 고양시청 앞에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감도는 전노련 투쟁의 현장 속에서도 식구들 먹여 살리기 위해 커피며 음료수를 팔고 계신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군데군데 볼 수 있었다. 정녕 이 땅 민초들의 모습은 이리도 고단해야만 하는가? 이 나라 민주주의는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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