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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못 지면 애완동물 키우지 마라"

12년째 동물병원 운영하는 이성준 원장의 '동물사랑'

등록|2007.10.18 13:22 수정|2007.10.18 14:22
“저는 애완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분에게 신신당부합니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애당초 키우지 마시라고요. 사람이 좋아서 키우기 시작한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병들고 아프다고 버려지는 애완동물을 꽤 보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책임질 수 없다면 안락사를 시켜서라도 불행하게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성준원장이성준 원장의 평소 어조는 활발하고 낭랑한 투였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을 말할 땐 그 어조가 아주 진지하고 강경했다. ⓒ 송상호

그의 어조는 평소와는 달리 강경했다. 다른 말들은 설렁설렁 웃어가며 했지만 유달리 이 부분에서만큼은 진지했다. 안성 시내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준 원장이 어쩌면 극단적인 표현일지도 모를 ‘안락사’를 운운하며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병원을 운영해오며 보아온 버려진 동물들의 상처와 아픔을 똑똑히 보아 왔기 때문일 게다.

 “우리 집에도 개를 키우는데요. 제가 키우는 개는 병원에 있고요. 아들 녀석이 키우는 개는 집에 있어요. 그러니까 엄연히 제가 끝까지 책임질 개와 아들 녀석이 끝까지 책임질 개를 구분한 셈이죠. 아직 어린 아들 녀석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랬다. 말로만 ‘생명 사랑, 동물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자녀에게도, 자신에게도 그런 부분은 엄격했다. 그는 ‘동물 사랑’이란 단어가 와 닿지 않을 만큼 지금의 일이 습관화되어버렸다고 한사코 자신을 낮추었지만, 적어도 ‘생명에 대한 책임’을 말할 뿐만 아니라 몸소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진료 중마침 찾아온 손님(?) 강아지의 상처를 모니터를 통해서 점검하고 진찰하는 중이다. 그의 평소 복장이 늘 수술복 차림인 것은 편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이라고. ⓒ 송상호

“자녀가 있는 집에는 더욱 애완동물에 대한 대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싹트겠지만, 어른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무책임한 조치로 인해 아이들에게는 ‘생명 경시’ 풍조가 생기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애완동물을 더 이상 못 키우게 된다면 자녀와도 충분히 상의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자녀들의 마음에 큰 상처와 충격이 가는 것을 많이 보았지요.”

그러고 보니 이 원장은 애완동물을 치료하고 수술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주인인 사람들의 처신에 대해서 상담까지도 저절로 하는 셈이다.

동물병원에 찾아오는 손님(?)은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다. 매, 부엉이, 비둘기, 너구리, 고라니 등 야생동물도 온다. 안성 시내에 있는 야생동물보호협회, 119구조대, 시청 등에서 다친 야생동물을 데려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교통사고’란다. 쌩쌩 달리는 차 때문에 다친 동물은 날짐승, 길짐승 모두에게 예외가 없다.

그래서 그는 ‘동물병원 수의사는 만물상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치료와 제한 없는 다양한 과목의 진료’ 등이 바로 그 이유다.

병원 내부7평 남짓한 병원 내부에는 입원실과 수술실, 미용실, 진료실, 애완용품 전시장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 송상호

“애완동물의 삶을 보면 사람들의 시대상이 보여요. 애완동물 전성시대가 ‘2002년 월드컵’ 때였어요. 그 때는 애완동물이 파격적으로 보급되었죠. 그러나 요 몇 년 사이에 애완동물의 보급 정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애완동물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이런 현상들이 나오죠. 사실 ‘IMF 외환위기’ 때에는 그렇게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많았다는 걸 보면 ‘애완동물과 그 시대의 역학관계’, 뭐 그런 글을 써도 재미있겠네요. 허허허허.”

그의 거침없는 ‘애완동물 키우기 강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애완동물을 키울 때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이 끔찍하게 사랑해서 그 동물을 키우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그 동물을 끔찍하게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러니까 외출할 때나 이웃의 집에 갈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나 좋다고 하는 일을 남에게 피해를 줘서야 되겠습니까?”

자세히 보니 그는 애완동물을 표현할 때 항상 ‘남자 얘들, 여자 얘들’이라고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암놈 수놈도 아니고 암컷․ 수컷도 아닌 게다. 동물들과 많이 부딪치다 보니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이렇듯 그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내내 너무도 분명하게 각인되어 오는 말들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생명에 대한 책임’ 또는 ‘책임’이라는 그 단어 말이다.

입원환자보이는 게 입원환자가 입원실 입원침대의 신세를 지고 있는 광경이다. 적게는 며칠에서 많게는 두 세달 정도 입원하는 동물들도 있단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6일 이성준 원장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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