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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미쳤냐?... 옳은 길이면 가서 죽겠다"

김경진 부장검사 '문국현 지지'위해 사직... "사람 경영에 반했다"

등록|2007.10.18 17:31 수정|2007.10.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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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지지선언 김경진 전 검사 "미쳤냐고? 옳은 길 가서 죽겠다" ⓒ 박정호


그가 한달 여 전에 "검사를 그만두고 정치를 하겠다"고, 그것도 "문국현 후보와 함께 하겠다"고 '정치 선언'을 하자 "너 미쳤느냐, 놀랍다"는 것이 주위의 첫 반응이었다.

김경진 광주지검 형사3부장 검사는 지난 11일 문국현 후보 캠프에 합류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18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국현 후보의 이념과 철학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적 이념이 될 수 있도록 전파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옳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죽겠다"... 문국현 법률특보로 활동

▲ 김경진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문국현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지난 11일 사직했다. 그는 18일 광주광역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국현 후보의 비전과 철학이 우리 사회 주류 철학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 후보의 법률특보를 맡아 활동할 계획이다. ⓒ 강성관


현직 검사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선거운동을 뛰기 위해 사표를 내는 일은 그리 흔치않은 일이다. 물론 지난 2002년 후보단일화 요구를 받고 있던 노무현 후보 지지 선언을 했던 박범계 당시 대전지법 판사의 사례가 있기는 하다. 또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행을 선택하는 일이 잦았던 것도 사실이다.

검사의 정치 입문에 곱지않은 시선 또한 여전하다. 그래서 주위에서도 김경진 부장검사에게 "너 미쳤냐"고 반응했을 것이다. 그것도 잘나가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도 아니고, 현재 범여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정동영 후보도 아닌 5%∼8%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문국현 후보를 '동행의 파트너'로 선택했다.

자신의 정치 행보를 감안하면 쉽지만도 않았을 선택이다. 이에 대해 그는 "'현실 정치가 썩었는데 왜 현실 정치에 뛰어들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주종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네가 정치가 썩었다고 생각하면 너부터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면서 "대부분이 '미쳤다' '놀랍다' 이런 식의 과격한 언사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옳다고 생각하는 곳에 가서 죽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욕만 하고 방관하는 것은 배운 지식인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라며 "나도 현실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면 내가 먼저 뛰어 들어가서 해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사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내에서도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도 있을 수 있지만 검찰을 떠나면서 내부 게시판에 당당하게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며 "사회가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투명해지고 윤리적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검사 일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모든 게 투명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국현에게 쇠망치로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기자회견 이후 참배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그는 "왜 문국현이냐"는 질문에 "저희가 알게 모르게 지도자의 영혼에서 나오는 샘물을 함께 마시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데 그 맑은 정기의 샘울을 펑펑 퍼내주는 사람은 오직 문국현 후보 한 사람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문 후보가 나라의 지도자가 되야만 우리나라가 정당한 비전과 철학으로써,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며 "그것을 이루어낼 유일한 후보가 문국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실적 당선 가능성 등에 대해 "이명박이냐, 문국현이냐는 자연인에 대한 지지가 핵심이 아니다. 이명박과 문국현의 경제 이념 중 어느것이 우리나라(발전을 위한)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인지, 비번과 철학이 핵심"이라며 "단순하게 지지율 5%가 문제가 아니고 문 후보의 비전이 주류적 경제 철학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열정을 담아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정치 행보와 문 후보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쉬운 길, 가령 외견상의 지지율이 50%가 넘는 정당의 후보, 또는 이 지역의 기반을 두고 있어서 지역의 선거 정무직에 출마했을 때 손쉽게 당선되리라고 예견되는 정당을 가라고 추천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저도 사람인지라 거기에 대해서 전연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가족과 협의해보고 또 제 스스로 생각을 해봐도 옳은 길을 가는 것만이 세상을 잘 사는 첩경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그 옳은 길 바른 길이라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서는 문 후보가 제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 사람 중심의 사회를 건설하자고 하는 철학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지지율이 아무리 낮고 사람들의 인지도가 낮다고 해도 문국현 후보를 과감하게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진 부장검사가 문국현 후보와 일면식이 있었던 것은 최근이다. 누구의 권유나 제안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먼저 문 후보 캠프에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문 후보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했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따르게 됐느냐"는 질문에 "3∼4년 전 장성군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문 후보의 강연 동영상을 보면서 쇠망치로 뒷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며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영을 했다는 것에 그렇다. 그 이후에 쭉 지켜봤다"고 말했다.

"노무현, 의식의 고속도로는 뚫었다"

▲ 이날 오후 김경진 부장검사는 정치인으로서 첫 걸음을 국립5.18묘지 참배로 시작했다. ⓒ 강성관

김경진 부장검사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동영 후보가 안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의 비전과 철학, 사람에 대한 사랑이 주류적 이념이 될 수 있다고 확고히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현실 정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문 후보가 주창하는 비전이 자리잡아야 하고 그것과 맞물려있다.  당장에 언급할 것이 아니"라며 "대권 실패와 상관없이 외연 확대를 위해서 만약 (창조한국)당이 소멸되더라도 평생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후보을 겨냥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발독재 시절의 토목중심 경제가 아니라 사람중심의 무형자본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론적으로 말하면 비리가 있다면 수사나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고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사람을 증인 채택한다고 막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근본적으로 정치를 잘 했다고 본다. 다만 의사소통 방식이 격렬했다"며 "알게 모르게 기득권 집단의 권위의식이 있었는데 노 대통령은 하나 하나 제거해간 사람이다. 의식의 경부고속도로 뚫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치인으로서 첫 걸음마를 뗀 김경진 부장검사의 바람처럼 문 후보의 비전과 철학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동하게 만들지, 김 부장검사의 정치 행보가 열매를 맺을 지 관심이다.

그는 문 후보 캠프내에서 법률특보라는 공직 직함을 갖고 주로 서울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한편 창조한국당은 오는 20일 오후 광주광역시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근우 광주광역시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문 후보에 대한 광주의 바람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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