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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우선 몸부터 만들고

정·이·문 "지금은 때 아니다"...민주당"후보 등록 이후도 괜찮다"아이디어도

등록|2007.10.19 09:55 수정|2007.10.19 10:10
범여권의 여러 세력이 각각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한 이후 정치권의 초미와 관심사는 후보단일화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단일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된 4월에는 거론조차 안 됐던 것에 비하면, 이번 대선에서는 올해 초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 민주당에서 이인제 의원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면서, 후보단일화 국면이 바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각 세력이 지금은 각개약진 시기라는데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정동영 "당분간은 말 않는다"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현재 범여권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경선시기와 후보 당선 이후에 달라졌다. 정 후보는 경선중에는 "후보단일화를 논의를 바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10월 15일 후보확정 직후에 한 기자회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정 후보쪽의 입장은 '당분간 노코멘트'다. 정 후보쪽의 핵심인사는 이렇게 정리했다.

"후보단일화 문제는 당이나 후보나 절대 이야기 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지금 해봐야 상대편 몸값 올려주는 꼴밖에 안되지 않나. 그래서 안 한다."

이는 우선 정 후보의 지지도를 20%이상 올려놓는 게 급선무이고, 실제 단일화를 하더라도 문국현, 이인제 후보의 지지도도 올라야 한다는 판단도 있다. 범여권 전체의 볼륨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신당의 또 하나의 고민은 어떤 카드를 던져야 이인제, 문국현 후보가 "나도 후보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단일화에 뛰어들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해봐야 전혀 가능성이 없다면 누가 나설까 하는 것이다.

이인제 "한달내에 여론 모일 것"

▲ 16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인제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인제 후보는 16일 후보가 된 뒤 후보단일화에 대해 "11월 중순에 국민들이 진지하게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2, 3주는 뛰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큰 틀로 보면, 한나라당을 절대 지지하는 국민도 아주 반대하는 국민도, 중간에 유동적인 국민도 있다.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유동적인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보다 좀 더 나은 정권을 만들 후보에게 한달 이내에 몰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단일화 요구를 피할 수 있겠느냐"며 "나는 한나라당과 싸우려는 것이지, 신당 후보와 싸우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 단일후보는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결정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주권자인 국민 심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박상천 대표의 생각도 같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느긋함이 엿보인다. 이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의 목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포스토 김종필', 즉 충청맹주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단일화는 당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10월 25일과 26일 본선 후보등록 이후에도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후보들이 모두 본선에 등록한 후에 단일화하면서 사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문국현 "창당부터 하고"

▲ 문국현 후보가 1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가칭)창조한국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 남소연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창당한 뒤에 보자"로 요약된다.

문 후보는 18일 라디오인터뷰에서 "국민후보들이 11월 4일까지 창당을 해 나가는데 자꾸 물귀신처럼 과거와 합류하자고 한다"고 견제하면서 "책임 있는 분들은 뒤로 좀 물러서고 건전하고 훌륭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들은 11월 초가 지나면 우리 쪽으로 합류하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은 행정실패, 정치실패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왜 자꾸 나서느냐는 생각을 한다. 정부를 운영해온 책임 있는 사람들, 정치를 실패하도록 만든 사람들은 140석 이상의 의석을 갖고도 국민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현 정권에서 환경부 장관을 할 기회가 확실히 있었고 노동부 장관도 강력히 추천됐지만 하지 않은 사람더러 그 쪽(여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라고도 했다. 자신을 범여권 카테고리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론이다. 문 후보가 쉽게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교동 "우리는 여론에 따른다"

범여권의 대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동교동의 한 핵심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여론을 따른다"며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가 제대로 경쟁하고 거기서 국민여론이 모아지는 후보를 우리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교동은 그 여론을 만드는데 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일까. 정동영 후보 하기에 달린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정 후보에게 과거의 '변절'에 대한 사과와 참여정부 역사적 업적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동업자 안희정씨가 정 후보에게 "지난 여름에 저질렀던 그 과오에 대해 깊이 있는 반성과 새로운 각오만이 우리의 미래를 열 수 있다. 그 미래가 있어야 우리의 마음이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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