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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마장동 달동네 '사랑'으로 들썩

쌀쌀한 날씨 불구 이웃돕기 자선 바자회 성황

등록|2007.10.20 17:09 수정|2007.10.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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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 사람들의 사랑나누기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사랑의 장터를 열었다. 음식과 헌옷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는 바자회장 풍경 ⓒ 이승철


“우~리 서로 뜨~겁게 사랑~ 하면은~ 좋~은 일이~ 있으리라~ 많이~ 있으리라.”

우리 민요가락으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구성지다. 갑자기 썰렁해진 날씨 때문에 몸이 움츠러드는 주말의 아침나절에 산동네 작은 교회 앞 주차장에 잔치마당이 벌어졌다. 교회 신도들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은행나무에 걸린 만국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몇 십 년 전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를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마당 이곳저곳에는 헌옷들이지만 말쑥하게 빨아 다린 옷들이며 이부자리가 쌓여 있고, 한쪽에선 지글지글 부침개를 부치고 떡볶이도 먹음직스럽다.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바자회는, 서울 성동구 사근동과 마장동 사이 언덕 위에 있는 작은교회 여신도들이 다가오는 겨울철에 대비하여, 인근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 산동네 이웃돕기 바자회장 풍경 ⓒ 이승철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우선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은 어묵 파는 곳이었다.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뜨끈뜨끈한 국물에 대나무 꼬챙이에 꿴 어묵을 먹는 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 값이 싸서인지 한 사람이 몇 개씩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는 모습도 보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래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드는 곳은 헌옷 파는 곳이었다. 그냥 보기에는 모두 새 옷 같았지만 여기 쌓여 있는 옷들은 거의 대부분 교인들이 입다가 가져온 것들이라고 했다. 그래도 깨끗이 빨아서 다림질까지 한 옷들은 새 옷처럼 말쑥한 모습이었다.

교인들이 입던 옷이어서 값은 아주 싼 편이었다. 한 개에 1000원에서 5000원까지, 처음에 구입할 때는 몇 십 만 원쯤 주었을 것 같은 고급 양복저고리가 바로 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같은 교회의 교인들과 인근 주민들이었지만 지나다가 들른 외국인 신사도 거침없이 양복저고리 한 개와 난방셔츠, 그리고 바지까지 사들고 좋아한다.

제법 괜찮은 옷들이 많아서인지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나 교인들이나 인근 주민들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렇게 값싸게 구입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구입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떤 50대 아주머니는 옷을 한 보따리 사들고 싱글벙글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 바자회장인 주차장 위로 만국기가 걸렸다 ⓒ 이승철


“이거요? 몇 벌인지 나도 잘 몰라요, 그냥 2만 5000원어치에요. 내 옷, 영감 옷, 그리고 애들 옷까지, 옷이 참 좋고 싸서 많이 샀는데 돈은 얼마 안 되네요. 호호호”

옷을 파는 현장을 살펴보니 옷 한두 개를 구입하면 덤으로 한두 개를 더 주기도 한다.

“어차피 교인들이 공짜로 내놓은 옷인데요, 뭘, 서로 나누려고 내놓은 물건들인데 인색할 필요 있나요.” 무슨 장사를 그렇게 하느냐고 물으니 여성 신도가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음식들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잔치국수와 순대, 부침개, 떡볶이 같은 음식들은 모두 여성교인들이 스스로 재료를 준비해온 것들이어서 파는 값이 거의 재료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호박죽은 자신이 심어 길러 딴 호박으로 죽을 쑤었기 때문에 재료비도 몇 푼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맛은 그만이었다.

지나다가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국수를 사먹는다는 젊은 신사나, 호박죽을 맛있게 먹는 인근에 사는 할머니나 모두모두 밝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이웃들끼리 정을 나누는 자리여서 그럴 것이다.


▲ 바자회장 풍경2 ⓒ 이승철


“겨울이 다가오는데… 이 동네가 서울에서도 소문난 달동네거든요, 주변에 독거노인, 소년가장, 그리고 장애인 가정까지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렇게 교인들이 십시일반 옷도 내놓고 음식도 만들어 파는 거예요, 김장도 조금씩 해주고 연탄도 사주고, 쌀도 조금씩 사서 나눠주려고요, 작은 정성을 모으는 겁니다.”

꼬치를 구워 팔고 있던 바자회에 참여한 40대 초반 여신도의 말이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해오는 일이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는 이들의 얼굴에서, 작은 정성을 모으는 알뜰한 사랑이 배어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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