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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의 시각으로 본 문후보의 부정부패 척결론

한국 사회의 재도약을 위한 기본 몸집 만들기 일환

등록|2007.10.21 14:34 수정|2007.10.21 14:36
아담 스미스는 근대 경제학의 고전인 <국부론>을 지은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 한마디로 시장 경제의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해가 틀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담 스미스의 진면목은 다른 데 있다고 주장한 분이 있습니다. 미국 리치몬드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인 조나단 와이트라는 분입니다. 이 분이 <Saving Adam Smith>,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아담 스미스 구하기>라는 이름의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문국현 후보의 <부정부패 척결론>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 책에서 와이트 교수는 아담 스미스의 책인 <도덕감정론>을 분석하여, 이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 냈습니다. 그에 따르면 아담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이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이기심으로 인류는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점에서는 사회주의의 견해와 정반대입니다. 사회주의는 이를 억눌러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담 스미스가 볼 때는, 이기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문제는 이 이기심이 사회에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가에 있다고 봤습니다. 이것이 정치 내지는 시스템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어떤 중소기업자가 신상품을 개발했는데, 재벌기업이 유통망으로 압박하여 결국에는 이 아이템을 뺏어버립니다. 어떤 건축업자가 제대로된 견적서를 제출했는데, 정부 발주 공사는 그 전날 룸싸롱에서 담당 공무원을 접대한 부패한 건축업자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기업가들은 의욕을 잃고, 사회 전반에 부패한 기운이 가득해집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런 식이 되면, 즉, 개인의 이기심이 제대로 공정하게 발현될 구조를 잃게 되면, 그 사회는 성장 동력을 상실한다고 봤습니다. 결국 아담 스미스가 생각할 때, 한 사회가 잘 발전하려면 개인의 이기심이 최대한 발휘되고, 또 이 이기심들이 정당한 룰에 의해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합니다.

문국현 후보는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절약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벤처기업이 한창일 때 그 많은 돈이 '투자 영역' 이외의 영역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이 비용만 순투자로 돌려도 벤쳐기업들이 훨씬 건강해졌을 것입니다.

게다가 부정부패를 근절하면 결과적으로 이는 그동안 숨죽이면서 기다리고 있던 개인의 이기심을 마음껏 자극하게 됩니다. “이제는 내 실력대로 마음껏 돈을 벌 수 있겠구나! 배경이 없어도, 접대를 안해도, 그 시간에 그 돈을 들여 투자해서 더욱 많은 파이를 키울 수 있겠구나! 게다가 중소기업 수출 고속도로 정책을 통해 이를 더 키워준다고?”

이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리더의 의지겠지요. 정말로 이를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느냐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문국현 후보는 이미 과거의 경력을 통해 이런 의지가 있음을 잘 보여줬습니다. 유한 양행에서 접대비를 없앤 일화는 유명합니다. 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 근절을 최고의 현안으로 설정해야하느냐 부분에서도 시각이 또렷한 것같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쟁으로 인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던 상태에서, 고육지책으로 다른 나라와 달리 정치가 경제를 만들어버렸습니다. 너는 섬유해라, 너는 조선해라, 너는 설탕해라 – 그리고는 ‘안되면 되게 하라”로 밀어부쳤습니다.

그 결과는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고속 성장이었지만, 부작용으로, ‘비경제 논리'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살 길'이 아니라 '권력과 유착하는 것이 가장 빠른 성장의 길'이란 생각이 한국 기업인들 뼛 속 깊게 박히게 된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이 논리의 가장 충실한 후예 중의 하나입니다. 부정과 부패를 당연한 것, 들켜도 그냥 모른다고 하거나 쑥쓰러운 표정을 잠깐 짓고 넘어가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국현 후보가 말하는 부정부패 척결은 해마다 한번씩 하는 ‘교통 질서 지키기’같은 것이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현재 대한민국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할 때이고, 이를 해내면 그동안 눌려왔던 성장의 욕구가 마음껏 분출되어 새로운 동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점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이 시대의 전략입니다. 새세상을 만들기 위한 '몸집 만들기'의 기초입니다. 이미 아담 스미스가 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경훈 기자는 현재 미주 LA 문함대 기획 담당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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