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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체급 안 맞는 싸움, 응하지 마라" 정동영 "불성실과 오만...그러다 망신"

쫓는 '정', 피하는 '이'... TV토론 회피 이유는?

등록|2007.10.21 13:37 수정|2007.10.23 22:51

▲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강연대결이 벌어졌다. ⓒ 권우성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링' 위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체급이 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이 후보는 아예 "싸움에 응하지 말라"는 방침까지 하달했다. 정동영 후보는 "지지율 믿다가 망신당한 분 많이 봤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당분간 '이명박-정동영' 선수 간 '빅매치'는 보기 힘들 것 같다.

[정동영] '새로운 가치 VS 낡은 가치'... 끝장토론 제안

정동영 후보는 21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명박 후보에게 "우리 사회의 미래 가치와 비전에 대한 후보 간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12월에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낡은 가치와 새로운 가치로 승부하겠다"며 새로운 성장, 더 많은 기회, 성숙한 평화, 행복한 가족, 따뜻한 통합 등 5대 미래 가치를 제시했다.

정 후보는 "제가 주장하는 5대 가치는 '재벌이 아닌 서민'을, '대결이 아닌 평화'를 위한 가치"라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제시하는 낡은 개발독재, 특권과 장벽, 대결과 냉전, 시장 이기주의, 약육강식 경쟁과 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좌우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낡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실사구시를 위한 가치 논쟁"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는 이 후보와의 맞짱 토론 뿐 아니라 시민 배심원 1000명의 참여하에 신당의 '차별없는 성장특별위원회' 대 한나라당의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간 정책 전문가 대토론회도 제안했다.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금산분리 해제, 즉 재벌들이 모두 은행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저는 이것을 반대한다"며 "이런 것을 가지고 TV토론을 해보자"고 주장했다.

정 후보가 "97년에는 45회, 2002년에는 85회에 걸쳐 매체별 토론이 진행됐다"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이 후보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후발 주자인 정 후보로서는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함께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서  한참 뒤쳐져 있는 자신의 여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박감을 안고 있다.

'이명박 후보보다 먼저 문국현 후보 등과 토론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새로운 가치와 낡은 가치로 선명하게 대비되는 사람은 '정동영과 이명박' 후보"라며 부정적인 답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때문에 정 후보는 연일 이명박 후보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9일 중앙선관위의 주최로 열린 '대선주자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에 이명박 후보가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했다"며 "화가 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매니페스토 행사에 이명박 후보가 대리인을 내보낸 것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며 "결혼식에 신부가 안나오고 대리인을 보냈으면 그 결혼은 무효다, 국민과의 약속이 무효가 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어 "이 후보는 그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대 협약을 맺는 자리에 대리인을 보낸 불성실과 오만은 국민에게 심판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TV정책 토론 애원... 안쓰럽다"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향해 TV맞짱 토론과 함께 각종 의혹과 관련 "국정감사에 함께 나가 검증을 받자"고 공개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 후보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밤샘 TV정책 토론을 하자', '국정감사에 함께 나가자'고 애원하고 있다"며 "참으로 안쓰럽다, 이것은 1등후보와 함께 더불어 지지율을 올려보겠다는 뻔한 셈법"이라고 반박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정동영 후보는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싸움을 해도 체급이 맞아야 한다"며 "더구나 후보단일화를 한다고 하니 본선에 올라올지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인제, 문국현 후보와 먼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해서 이기고 난 후 링에 올라오라"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측이 겉으로는 "후보단일화부터 하고 오라"고 손사레를 치지만, 속으로는 이 후보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정책토론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후보 스스로도 "이번 대선은 결국 말 잘하는 세력과 일 잘하는 세력의 싸움"이라며 "한나라당은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예비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TV토론회에 나가고 나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3~4%씩 떨어졌다"며 "이 후보가 토론회에 대한 울렁증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실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각각 대선주자로 확정된 후 각각 출연한 MBC '100분토론'에서 이 후보가 정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가 정 후보에 비해 패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100분 토론'에 먼저 출연한 이 후보는 패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식으로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내놔 구설수에 올랐고, 패널의 공격적인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출연한 정동영 후보는 방송기자 출신답게 분명하고 충실한 답변을 선보였다.

'100분 토론'이 끝난 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두 후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두드러졌다. 이 후보에 대해선 '잘못했다'는 평가가 많은 반면 정 후보는 '잘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명박 후보가 'TV토론'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 정 후보는 지난 19일 저녁 <오마이뉴스>기자와 만나 "국민이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TV 정책토론회는 국민의 권리이고 출마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시 92년 YS(김영삼 전 대통령) 선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김영삼 후보측이 TV토론을 무산시켜, 그 뒤에 TV토론이 법제화되기는 했지만 회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대통합민주신당 부대변인도 "(선거법이 정한) 'TV토론 3회'로 넘어가 보려던 이명박 후보가 '최소한 60회'를 주장하는 정동영 후보의 제안에 현격한 체급의 차이를 실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정책검증의 능력에서 체급의 열세를 인정한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토론에 응하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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