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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목적고 300개로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평준화제도 무력화, 사교육비 증대로 이어질 것

등록|2007.10.22 13:38 수정|2007.10.23 22:39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방법은 바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살립니다”라는 슬로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설립하여 사교육이 필요없는 다양한 고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하였다.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방법은 제시되고 있지 않다. 단지 특수목적고 300개를 만들면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이명박 후보의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특수목적고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공교육은 황폐화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명박 후보는 '빈곤의 대물림을 없애는 교육·복지정책'을 강조하면서 교육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빈민층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지원해 누구나 앞날의 경제적 곤궁에 대한 불안감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특수목적고 설립으로 이러한 학력의 대물림을 없앨 수 있을까?

지난 12일 36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07 대선시민연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교 2,100개 중 129개의 학교(9%)가 특수목적고이고 학생수는 6%에 해당한다.

특수목적고 129개교(76,671명) 중에 과학고가 19개교(3,274명), 외국어고가 29개교(23,776명) 예술고가 24개교(15,804명), 체육고가 15개교(3,601명), 국제고가 2개교(650명), 기타 40개교(29, 593명) 인 상태인데, 여기에 300개의 특수목적고가 설립된다면 사실상 평준화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대선시민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자립형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일반 학교의 3배 가량인 연간 1500만 원 수준으로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민족사관학교의 경우에서 나타나듯이 외국대학의 진학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공약에서 자립형 사립학교를 확대하기 위해 재단 전입금 비율을 현행 20%에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게 되어 연간 2000만 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고교체제를 귀족학교와 서민학교로 재편하여 절감한 예산으로 다른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은 교육 불평등 고착화 정책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단히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목적고 300개의 설립은 평준화제도를 무력화시켜 고교등급제를 통한 내신제 폐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행 입시제도를 뒤흔드는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공약은 ‘3불 정책’의 폐지를 염두에 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후보는 2불 정책(고교평준화와 고교등급제)의 폐지를 당연시했고 기여입학금 제도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3불 정책의 폐지는 입시경쟁을 더 치열하게 할 것이 뻔하다. 물론 이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 공약의 핵심이 ‘경제와 경쟁’이기 때문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공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킬 것이다. 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학교와 초등학교도 입시교육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입시지옥이 초등학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교육의 핵심은 바로 입시교육이다. 심화된 입시교육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다.

물론 입시교육은 사회의 교육에 대한 인식과 학벌사회가 야기한 필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입시교육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은 입시교육을 더욱 부추길 공산이 매우 크다.

여기에 고교 평준화가 폐지되면 평준화제도에 묶여있던 명문고 (경기고, 경복고, 서울고, 전주고, 광주 제일고, 경복고, 부산고 등등)의 화려한 부활(?)이 불 보듯 뻔하다. 결국 특목고를 포함하여 400개가 넘는 명문고(?)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체제가 되어 바야흐로 전국이 입시교육으로 들끓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입시교육은 사교육비를 더욱 증가시키고 공교육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예전의 명문고 부활은 특수목적고의 무력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바로 가장 큰 문제다.

다시 말해서 예전의 명문고로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평준화지역에서 학생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북 전주시가  분명한 예이다. 최근에 전북교육청이 도내 평준화 지역 중학생들의 ‘선지원 후추첨제도’에 대한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원율이 높은 고등학교(3.66대 1)와 지원율이 낮은 고등학교(0.05대 1) 사이에 최대 74.9배나 차이가 났다. 예전의 명문고에 대한 선호가 여전한 것이다.

실제로 평준화지역 지방 명문고의 한 관계자는 평준화 폐지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는 이 후보가 바라는 공교육 정상화나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현재 자립형 사립학교의 영재교육이 사교육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이 후보의 공약은 무시하고 있다. 현재 자립형 사립학교나 과학고, 외고에 다니는 학생의 대부분이 사교육에 의존한 교육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300개의 특수목적고가 생기면 특수목적고에 가기위해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원하는 학생이 다 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특수목적고에 대한 장점이 사라지면 사교육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안이한 판단이다. 특수목적고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모든 우수 학생은 예전의 명문고로 쏠리게 될 것이다. 이는 입시교육의 심화로 이어져 공교육의 붕괴는 말할 것도 없이 사교육을 더욱 부추겨 사교육비 증가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는 공약이 실현되면 30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는 거의 50조원이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진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고교등급제에서 좋은 등급을 얻기 위해 각 고등학교의 입시교육은 강화되고, 중학교 신입생 유치를 위해 학교 간 경쟁이 치열질 것이다. 연쇄적으로 좋은 등급을 받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각 중학교는 입시교육을 강화할 것이고 ,고등학교처럼 우수한 초등학생을 중학교에 유치하기 위해 중학교 간 경쟁이 높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초··중· 고등학교가 입시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교육기본법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교육현장이 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교육정책 공약을 실현하려면 7차 교육과정의 교육이념과 교육 기본법의 교육목적을 먼저 바꿔야 한다. 우리 교육의 이념과 목적은 경쟁과 경제가 아니라 인간, 즉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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