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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리지마! 너 지켜줄께! 우리 모두는 소중하잖아!"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중앙센터 사무총장의 강연

등록|2007.10.23 11:44 수정|2007.10.23 14:02

▲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중앙센터 사무총장이 22일 오후 마산교육청에서 강연하고 있다. ⓒ 윤성효


“나 때리지마! 너 지켜줄께! 우리 모두는 소중하잖아!”

‘청소년 지킴이’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중앙센터 사무총장이 교사들 앞에서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교 등 교육 주체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22일 오후 마산교육청에서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와 예방’에 대해 강연했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학교가 겪고 있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무단결석, 살인, 자살 등의 다양한 문제들은 항상 예측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보다는 돌발적인 위기상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폭력만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 “실제 한 학교 교장의 경우 학교 바깥에서 일어났다고 해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다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교폭력의 7대 ‘바이러스’로 ‘신체폭행’, ‘금품갈취’, ‘언어폭력’, ‘집단괴롭힘’, ‘따돌림’, ‘사이버폭력’, ‘성폭력’을 꼽았다. 이런 학교폭력의 실태를 설명하면서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해 2월 졸업식 전 친구들이 후배들을 시켜서 집단구타한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한 달 뒤에는 여고생들이 여고생 1명을 불량써클에 끌고 가 코뼈가 부러지도록 폭력을 가한 사건,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의 팔에 담뱃불로 지져버린 사건도 벌어졌다는 것.

김 사무총장은 “의외로 여학생의 폭력 사건이 많다. 그 이유는 이성 관계 때문이다”며 “가수 김건모의 노래인 ‘잘못된 만남’처럼, 이성간의 만남으로 인해 여학생 사이에서 폭력사건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해 4월에는 교실에서 단순한 다툼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 다음 날 한 학생이 칼을 들고 와서 찔러 죽이려 한 ‘살인미수사건’도 벌어졌고, 감금되어 엉덩이 600대를 맞은 학생도 있었으며, 급식소에서 ‘새치기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가 상급생한테 식판으로 맞아 부상을 입은 사건에다 ‘일진회’ 신고식에 갔다가 맞아서 죽은 아이도 있었다고.

▲ 김건찬 사무총장이 학교폭력의 실태를 설명하면서, 한 여고생이 가슴을 실핀으로 폭행 당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 윤성효


“영화 <친구> 보면서 아이들은 잘못된 것만 생각한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화가 학교폭력을 부추긴다고 진단하면서 먼저 영화를 꼽았다. 대표적으로 6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든가 70년대 말의 <말죽거리 잔혹사>, 80년대의 <친구>, 그리고 21세기에는 <늑대의 유혹> 등이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

그는 “아이들은 영화를 보면서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라는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은 잘못된 것만 생각한다”면서 “실제 얼마 전에는 영화 <친구> 속에 나오는 대사인 ‘마이 묵었나’라고 하면서 칼로 다른 학생의 배를 찌른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1997년 <빨간 마후라>가 나오면서 우리 사회는 난리가 났다. 10년이 지난 지금 변화가 있나 없나. 어떤 이들은 아무 영향도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깊숙이 들어가 보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유해환경이다. 이전에는 ‘포르노’라고 했는데 지금은 ‘야동’으로 바뀌었다. 요즘 ‘하두리’에 보면 난리다. 초등학생이 벌거벗고 다 보여준다. 그게 지금의 우리 사회다. 그런 것이 <빨간 마후라>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것도 한 몫한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종격투기와 K-1도 학교폭력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케이블방송의 폐해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방송의 폐해는 심각하다. 한 케이블 방송의 경우 미국 중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밤만 되면 벗고 난리다. 물론 거기에는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케이블 방송을 아이들이 항상 시청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케이블 방송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은 사회에 나와서도 전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분석했다. 단 올베우스 교수(노르웨이)의 연구에 의하면, 초등 6학년 ~중 3학년 사이 폭력을 가한 학생의 60%는 24세까지 전과 1범이 되고 학생 35~40%는 24세까지 전과 3범이 되더라는 것.

그는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알리기’와 ‘상담하기’가 중요하다고 제시.

“학교폭력은 제발 숨기지 말라. 학교와 교사 등 교육주체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실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며 어떻게든 감싸려고 한다. 자식이나 제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할수록 학교폭력은 더 늘어난다.”

▲ 김건찬 사무총장은 "학교폭력은 교사와 학교 등 교육 주체들이 중심을 잡아야 근절된다"고 강조했다. ⓒ 윤성효


“우리는 실패한 미국 정책 따랐다”

“우리는 학교폭력을 줄이겠다면서 ‘스쿨폴리스제도’를 도입했다. 그 제도는 학교폭력 정책에 있어 실패한 미국의 제도다. 미국은 버지니아텍사건도 있었고 얼마 전에도 학교에서 총기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학교폭력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 정책에서 성공한 나라는 노르웨이다. 그 나라는 ‘예방’에 더 중점을 둔다.”

그는 “학교폭력 상황을 담임과 가해 부모에게 알리고, 내가 화가 난다고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며, 피해를 당한 아이의 부모 입장을 생각해야 하고, 진정한 사과를 통한 조기 해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학교폭력으로 한 학생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가해 학생의 부모한테 당부했다. 처음 찾아가면 피해 학생의 부모들이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찾아가고 또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빌라고 했다. 진정으로 사과를 했더니 나중에는 서로 화해를 했다. 결국 가해 학생 부모와 피해 학생 부모가 만나 화해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할 정도였다.”

“한 해 동안 무려 35차례에 걸쳐 금품을 갈취 당한 아이가 있었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고, 가해 학생의 부모와 피해 학생의 부모 모두 교무실에 오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돈을 빼앗은 만큼 35개의 봉투에 넣어 가해학생이 피해 학생한테 ‘죄송합니다’는 말을 하면서 절을 한 뒤 봉투 한 개씩을 되돌려 주도록 했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나중에 피해 학생 측에서 용서를 해주면서 해결되었다.”

김 사무총장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활동이 이루어지려면 학교뿐만아니라 가정과 시민단체, 지역사회, 정부 등 범국민적인 학교폭력 추방운동이 이루어져야 안전한 학교, 행복한 교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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