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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중국, 파랑과 손잡고 노랑을 버리다

색깔로 들여다보는 중국

등록|2007.10.23 13:03 수정|2007.10.23 13:05
색은 강력한 언어이며 문화적 상징성을 담고 있는 기호이기도 하다. 2006년 중국 브랜드가치 평가 100대 기업의 로고 색을 조사한 결과 41개 기업이 붉은 색을, 40개 기업은 파란색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IT관련 기업들의 로고IT관련 기업들의 로고에는 확실히 푸른 색 계통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터넷 nipic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이 붉은 색을 좋아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파란색의 약진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파란색은 주로 IT기업들이 선호하는 색으로 논리성과 발전성의 의미와 현대기업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담고 있어서 자본주의화 하는 과정의 중국인들이 새롭게 호감을 갖는 색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랑은 원래 황제의 색깔로 중화민족의 선민사상을 담고 있는 귀한 색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그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중국인들에게서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어떤 색을 좋아하며 또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색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판단하는 것일까? 중국인들 저마다가 입고 있는 옷의 색을 총망라하여 한 가지 색을 만들어낸다면 어떤 색이 될까? 아무래도 밝은 계통은 아닐 듯싶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주로 군청색 등 칙칙한 옷이 주류를 이뤄왔는데 최근에는 많이 밝아진 느낌이다.

우선 중국하면 떠오르는 색은 바로 붉은 색이다. 경사스런 일을 불러오고 악귀를 피한다는 전통적인 개념에 사회주의의 혁명과 열정의 의미까지 더해져서 붉은 색은 ‘중국홍(中國紅, 중국은 붉다)’ 이라는 말에 명실상부하게 중국을 대표하는 색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세뱃돈은 물론 결혼식 축의금도 반드시 붉은색 봉투에 넣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흰색은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만일 흰색봉투에 축의금을 넣어준다면 큰 결례가 되는 셈이다. 어떤 신부는 붉은 색 구두에서 붉은 색 드레스에 붉은 색 면사포까지 온통 붉은 색 장식을 하기도 하며 번밍니엔(本命年, 자기 띠의 해)인 해에는 액운을 쫒기 위해 몸에 붉은 색을 꼭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도 한다.

붉은 중국중국인들은 붉은 색이 전통적으로 복을 불러오고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으며 사회주의 혁명의 열정과 의지의 상징이라고 여기고 있다. ⓒ 인터넷 nipic


아주 아름다운 미인을 이르는 말도 ‘홍이엔(红颜, 붉은 얼굴)’이며 장사가 불티나게 아주 잘된다는 말도 붉을 홍으로 표현한다.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에 있는 붉은 색 이외의 또 하나 색은 바로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삼황오제(三皇五帝) 가운데 하나인 황제(黃帝)의 후손임을 나타내면서 바로 중화민족이 하늘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사상을 담고 있다.

노란색은 또 황제의 색으로 일반인들은 노란색 기와로 집을 못 지게 하는 등 선택받은 귀족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색깔이었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라는 말이 있고 오행 중에서 木은 청색, 火는 적색, 土는 황색, 金은 백색, 水는 흑색을 각각 상징하는데 흙은 만물의 근본으로 고대로 황제가 만물의 근본 이라는 데에서 황제의 색깔이 황색이 되었다고 한다. 황허(黃河)가 중국의 어머니의 강이듯 노란색은 어쩌면 중국의 또 하나의 상징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이렇듯 경건하고 지체 높아 보이는 노란색이 또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색은 다름 아닌 저속하고 퇴폐적이며 외설적인 것을 묘사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주로 선정적인 외설소설을 빨간색에 빗대 얘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어로 ‘황색영화’하면 곧 ‘포르노그라피’를 말하는 것이 된다. 또 장사나 사업의 상황을 말할 때 ‘황러(黃了)’ 하면 장사가 안 되고 사업이 망해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중국의 기업 고로 중에서 황색을 사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검은색은 아무래도 불법적인 행위를 이를 때 많이 사용된다. 헤이처(黑車, 불법영업택시)나 헤서훼이(黑社會, 조직폭력배)처럼 법에서 허락되지 않는 비규범적인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색깔이다.

흰색은 합법적인 행위를 이르기는 하지만 ‘헛되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으며 보통은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색이다. 중국의 기업로고 중에는 흰색과 검은색을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흰색이 순수하고 맑은 의미여서 환영받는 것과 대조된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은 물불 안 가리는 중국식 마키아벨리즘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흑과 백이 꼭 대립의 개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흑백양도(黑白兩道)라는 말처럼 흑과 백, 즉 불법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을 모두 같은 비중으로 중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녹색은 대자연의 색으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환경과 관련된 유기농과 무공해의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나 이 또한 다소 불경한 의미가 숨겨져 있으니 바로 ‘녹색 모자를 쓰다(戴綠帽子)’는 것이 아내가 바람피우는 사실을 모르는 남편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인에게 녹색모자는 되도록 선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자금성(紫金城)에서 알 수 있듯이 자색(紫色)은 원래 고대인들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북극성의 색깔로 천하의 중심에 황제가 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자색, 오렌지색 등의 붉은 계통은 여전히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징과 금기에 민감한 중국인들의 습성을 가만할 때 거대시장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이 어떤 색으로 다가가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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