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9m 주장한적 없다? 그럼 귀신한테 들었나
[김병기의 경부운하 검증-토론의 재구성 : 수심 ⑥] 누구의 손 들어주시겠습니까?
여기 두 편의 동영상이 있습니다.
최근 열린 두 토론회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제1공약인 '경부운하'을 놓고 치열하게 엇갈린 찬반 입장을 담고 있습니다. 경부운하를 지난 10여개월동안 심층 취재해 온 <오마이뉴스>는 네티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토론회(불교환경연대 주최 '경부운하 정책검증 대토론회'-10월2일/뉴라이트바른정책포럼 주최 '한반도대운하 정책 토론회'-10월5일)에 나온 찬반 학자들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구체적 쟁점별로 재구성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이 직접 감별해보시라는 취지에서입니다. <편집자주> |
지난 5일 뉴라이트 바른정책포럼이 주최한 '한반도 대운하 정책' 토론회에서 추부길 안양대 교수(한나라당 대선준비단 전략자문위원)가 한 말입니다. 그는 "운하 수심은 정확히 6.1m"라고 강조했습니다.
3m 차이. 사실 경부운하의 수심 문제는 땅을 몇m 더 파거나 덜 파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심 문제는 운하를 통행하는 배의 운항 속도를 좌우하고, 이는 곧 '시간이 돈'인 물류운송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수심이 깊으면 배가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운하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부운하 '고무줄 수심'... 6m인가 9m인가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심 6m에서 3m를 더 파내려간다면 당장 엄청난 양의 암반 굴착 사업이 추가로 소요되고, 운하 바닥의 수심 때문에 농경지에 댈 물이 마르는 등 주변에 미치는 피해 역시 가중될 수도 있습니다. 수심 6m와 9m 사이의 말바꾸기는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운하 찬성론자들이 실제로 9m 수심을 말한 적이 없을까요?
이날 찬성측 토론자로 나선 정동양 교수의 토론문 77쪽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본류의 수심을 10.0-6.5m로 가정하면 평균수심은 8.25m이다. 이 때 최대 항속은 32.3km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자신과 함께 이 캠프의 일원이기도 한 추 교수의 주장에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 조원철 교수가 환경재단 토론회에서 발표한 프리젠테이션 자료집 중 발췌. ⓒ 김병기
'느린 운하' 반론 차원에서 9m 주장하더니..."우린 유령과 싸우고 있다"
당시 그가 수심을 9m로 주장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찬성론자들은 그 이전에는 수심 6m를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경부운하는 '느린 운송수단'으로 553km 통과 시간이 40-50여 시간에 이를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수심 3m를 늘여 수심 9m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땅을 더 파고 폭을 넓히면 더 높은 속력(35km)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수심이 깊으면 2500톤급이 아니라 5000톤급의 배가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 운송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조원철 교수가 환경재단 토론회에서 발표한 프리젠테이션 자료집 중 발췌. ⓒ 김병기
그런데, 이제와서 수심 9m를 주장한 적이 없다니요?
이날 토론회에서 추 교수의 말을 들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토목공학적 입장에서 볼 때 수심 6m와 9m는 하늘과 땅의 차이"라면서 "우리는 설계도면조차 나오지 않고 수시로 계획이 바뀌는 경부운하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이 동영상을 보시면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왼쪽 동영상은 추부길 교수가 9m 수심 주장을 부정하는 대목과 이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조원철 교수가 단면도를 보여주면서 9m 수심을 주장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 동영상은 추 교수의 발언에 어이없어하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발언 모습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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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수심을 9m라고 한 적 없다"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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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 "도대체 경부운하 실체가 뭐냐?"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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