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초등학교 축제의 현장

전교생과 선생님이 하나되는 백송 축제

등록|2007.10.24 13:42 수정|2007.10.24 14:45

백송축제"축체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 이종일


지난 20일에는 아들 현수가 다니는 도시 속의 작은 학교에서 '백송축제'라는 작은 아이들의 잔치가 있었습니다. 아들이 학교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축제입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한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백송축제는 19일과 20일 양일에 걸쳐서 하게 되는데 첫날은 학급별 으뜸 경연대회가 있고 체육대회를 합니다. 둘째 날은 학급별 학년별로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학예 발표회를 하게 됩니다. 둘째 날은 모든 학부모들과 할아버지, 아버지, 형, 누나 선배들과 모든 전교생이 함께하는 자리가 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동네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도 열리게 됩니다.

▲ 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이어집니다. ⓒ 이종일


70년 전통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작지만 강한 학교인 송포 초등학교는 이제 4회를 맞는 백송축제로 또 하나의 역사를 써 나가려고 합니다. 고양시 가좌동에 위치한 송포 초등학교는 마을 앞으로는 송포 평야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심학산이 든든하게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아름다운 곳에 있는 도시 속의 전원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송은 고양시를 상징하는 나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분리되어 있지만 예전에 송포면으로 한 동네였던 덕이동에 천연기념물 60호인 백송이 있습니다. 이 백송은 조선 세종 때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 몇 그루 남아 있지 않은 희귀한 소나무라고 합니다.

백송처럼 심지가 곧은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 바로 송포초등학교이고 아들이 이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해 맑고 건강하게 뛰놀면서 준비한 것이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관한 솔마루 체육관에서 하는 행사라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10시부터 시작된 발표회는 1학년을 시작으로 2학년, 3학년의 순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들이 장내의 질서를 잡아주었지만 진행은 전적으로 어린이들이 합니다. 재잘 재잘 시끄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질서가 잡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떠들다가도 무대에서 펼쳐지는 동생들과 언니 오빠들의 발표 중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목을 합니다. 앞에서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동생들이나 언니 오빠들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 1학년 동생들의 흥겨운 노래와 율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 이종일


먼저 1학년 동생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1학년 1반은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반짝이를 손에 끼고 열심히 율동을 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소 어설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온몸을 흔들며 율동하는 귀여운 모습에 언니 오빠 그리고 부모님들이 힘찬 박수를 쳐 줍니다. 무대에 내려오면서 그래도 우리가 해냈구나 하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뒤이어서 언니 오빠들의 연극이 시작되었고 열심히 준비한 대로 대사를 읊조리고 열심히 무대를 왔다갔다하면서 표현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리코더도 연주를 하고 피리도 연주를 하고 준비한 것이 하나씩 차곡차곡 나옵니다.

▲ 언니 오빠들이 준비한 아주 재미있는 연극입니다 ⓒ 이종일


내년에는 1학년이 되는 유치원 동생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고깔모자를 쓰고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에 체육관 안 모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뒤이어 언니 오빠들의 영어로 하는 미녀 선발대회가 이어지면서 백송축제는 점점 열기를 더해갑니다. 뚱뚱이 형이 하얀 가발을 쓰고 자기가 가장 예쁘다고 우길 때는 모두가 폭소를 터트립니다.

백송축제모든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낸 미인 선발 대회! 모두 자기가 예쁘다고 하는데 예쁜 사람은 없었습니다. ⓒ 이종일


뒤이어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언니들이 나와 우리의 판소리를 구성지게 불러 박수를 받았고 여러 명의 선녀들이 나와 춤을 추는 부채춤은 어린 동생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합니다. 부모님들이나 할아버지 선배님도 흐뭇한 모습으로 하나가 됩니다.

▲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부채춤입니다. ⓒ 이종일


이런 곳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태권도 시범입니다. 태권무를 시작으로 해서 절도 있는 품새 시범과 연이은 송판 격파는 장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열심히 공부도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운동도 하는 씩씩한 어린이라는 것을 엄마 아빠게 보여줍니다.

▲ 선생님들의 열창과 연주에 전교생이 환호합니다. ⓒ 이종일


난타 공연도 나오고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이 밴드를 이루어 노래를 부릅니다. 커튼이 열리면서 기타를 메고 키보드를 앞에 두고 드럼을 치는, 평소와는 다른 선생님의 모습에 모두가 환호합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하나되어 열창을 하고 온 체육관이 열광의 도가니가 됩니다. 마지막 공연이지만 모두가 하나되는 무대입니다.

준비한 것이 끝나고 차례로 퇴장합니다. 1학년 동생들의 의자를 4학년 언니 오빠들이 교실까지 날라다 줍니다. 자신들도 힘들지만 낑낑거리면서 동생들의 의자를 들고 교실까지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들은 흐뭇하기만 합니다.

자신들의 모든 끼를 발산하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먼 훗날 후배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았을 때 지금을 회상하면서 미소를 띄우게 될 것입니다. 백송축제가 송포초등학교라는 작은 곳에 머물지 않고 온 마을 사람들의 축제가 되어 저 멀리 자신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겁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