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아니, 사람 구경왔소이다!
[가이드 일기5] 강원도 정선 민둥산에는 억새보다 사람이 많다
▲ 억새어디를 보아도 느낄 수 있는 가을이다. ⓒ 이현숙
1년 만에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을 갔다. 오늘은 모객 손님 32명. 지난해 나는 민둥산 전문 가이드였다. 열 번도 넘게 갔다.
▲ 능전마을우리가 출발한 마을이다. 축제장인 증산초등학교 쪽보다 한결 조용하다. ⓒ 이현숙
▲ 발구덕 마을민둥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중간쯤에 있는 동네, 이곳은 휴게소처럼 간단한 식사나 술, 농산물을 판다. ⓒ 이현숙
▲ 증산초교 가는 길...발구덕 마을에서 증산초교 가는 길. ⓒ 이현숙
14만평의 민둥산 억새라니,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모양이 얼마나 장관일까?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야할 게 있다. 민둥산 사진이나 TV 화면 다 믿을 게 못 된다. 억새가 좋은 곳만 가려서 찍고, 또 사진이 잘 나오는데서 각도 맞춰 찍어 놓고는 보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민둥산 억새, 민둥산 억새'하며 노래를 하다 왔노라고, 그런데 정작 보니 실망했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민둥산 억새, 10년 전에는 정말 가슴이 시릴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도 못하다. 내년에는 아마 더 할 것이다. 이젠 사람들한테 시달리는 억새가 가여울 정도다.
▲ 억새 구경 온 아이아이도 이 행렬에 참가. 이 아빠는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왔다. 참 대단한 아빠다. ⓒ 이현숙
▲ 민둥산 화암약수로 가는 길. ⓒ 이현숙
▲ 사람들가만히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 ⓒ 이현숙
▲ 민둥산 정상에서장사하는 사람들... ⓒ 이현숙
▲ 억새밭사람들 등살에 망가진 억새숲... ⓒ 이현숙
▲ 민둥산증산초교에서 올라오는 길...온통 사람들의 물결이다. ⓒ 이현숙
▲ 억새밭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다 이렇게 수세미가 되었다. ⓒ 이현숙
내려올 때는 시멘트 길이 아닌 산속으로 난 지름길을 선택해서 왔다.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았더니 모두 일찍 내려와서는 막걸리 파티를 한 모양. 이제 문제는 화장실이다. 출발을 하고 얼마 안 돼서 앞에 앉은 여자 분이 신호가 왔단다.
길은 굴곡이 심한 커브길이고 변변한 주유소도 휴게소도 없는 상황. 하지만 볼 일이 급한 사람 심정은 오죽할까? 단체 여행길에는 늘상 있는 화장실 문제. 사람은 한 끼 밥은 건너뛸 수 있는데, 배설은 한 번도 참아 내지 못한다.
사람에게 배설처럼 이기적인 행위가 있을까? 가장 가까운 사람(부모나 자식, 남편의 것도)의 것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행위. 기사님은 내 부탁에 남자냐 여자냐를 물었다. 훨씬 복잡한 여성의 몸 구조. 20분쯤 가서야 휴게소가 나왔고 차를 세웠다.
한 번은 단체 여행에서 남자들이 어찌나 마셔댔던지 국도변에 차를 세워 놓고 차 옆에서 일렬로 서서 단체로 해결한 적도 있었다. 여행은 길 위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그래서 가이드의 첫 번째 임무는 말썽이 일어나지 않게 수습을 잘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민둥산에는 지난 21일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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